(민1:1-19)

오늘은 새해 첫 주일입니다. 우리 중앙의 모든 성도님들의 가정에 우리 하나님의 평안과 기쁨이 가득 차고 넘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새해 첫 주인 오늘부터 민수기를 통해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민수기에는 모든 성도들에게 필요한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민수기책을 펼치면 모든 성도들이 들어야 할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민수기는 원래 “베 밑바르”입니다. 우리 말로 하면 “광야에서”라는 말입니다. 이스라엘백성들이 시내산에서 하나님께 받은 레위기 명령을 실천하면서 보낸 40년 동안의 광야생활을 기록한 책이 민수기입니다. 일종의 이스라엘백성들의 광야생활의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1장 1절 말씀을 보겠습니다. “이스라엘자손이 애굽 땅에서 나온 후 둘째 해 둘째 달 첫째 날에 여호와께서 시내 광야 회막에서 모세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했습니다. 지금 이스라엘백성들이 출애굽한지 일 년 일 개월이 지나고 일 년 이 개월째 접어든 첫날에 하나님이 모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그 일 년 일 개월 동안 이스라엘백성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이스라엘백성들이 애굽에서 유월절을 지내고 곧바로 출애굽해서 홍해를 건너고 수르광야, 에담광야, 신광야를 거쳐 시내광야까지 오는데 45일이 걸렸고, 50일째 되는 날부터, 이 50일째 되는 날을 오순절이라고 하는데, 이 날부터 40일 동안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았습니다. 그 율법이 바로 레위기 입니다. 그리고 시내산에서 약 1년 정도 머물면서 성막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 일 년 일 개월이 훌쩍 지나가 버린 것입니다. 그런 다음 이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바란 광야와 쉰 광야로 인도하셨습니다. 거기서 38년 동안이나 살게 했습니다. 이스라엘 광야는 가도가도 풀 한 포기 나기 힘든 땅이 펼쳐져 있습니다. 하나님은 택한 백성들을 이런 험한 곳으로 인도했습니다. 거기는 뜨거운 햇빛을 피할 만한 그늘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땅으로 인도하지 않고, 40년 동안이나 그들을 광야에 살게 하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모세는 신명기6장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했습니다.(신8:2) 과연 이스라엘백성들이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는지 알고 싶으셨고, 또한 지키도록 그들을 광야로 인도하셔서 훈련시키셨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백성들은 애굽에서 430년 동안 살았습니다. 저들의 마음과 생각 속에 뼛속까지 노예근성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노예근성을 털어버리고,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도록 하기 위해 광야로 인도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훈련교제는 무엇입니까? 레위기서입니다. 레위기식대로 새롭게 사는 훈련을 38년 동안 시키신 것입니다.

여기에서 이들은 두 가지를 훈련받았습니다. 첫째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훈련입니다.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도록 훈련을 받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모습을 몸에 배도록 훈련받았습니다. 오늘 말씀 2절을 보겠습니다. “너희는 이스라엘 자손의 모든 회중 각 남자의 수를 그들의 종족과 조상의 가문에 따라 그 명수대로 계수할지니 이스라엘 중 이십 세 이상으로 싸움에 나갈 만한 모든 자를 너와 아론은 그 진영별로 계수하되 각 지파의 각 조상의 가문의 우두머리 한 사람씩을 너희와 함께 하게 하라” 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이스라엘백성들을 12지파로 나누고, 이십세 이상 장정들을 파악하도록 했습니다. 각 지파별로 대표자 한 사람씩을 뽑아서 그들로 하여금 자기 지파의 명수를 파악해서 보고토록 했습니다. 오늘 말씀 5절 이하를 보면 그 대표자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각 지파별로 인원을 파악해 보고했는데 총인원이 46절에 보면 “계수된 자의 총계는 육십만 삼천오백오십 명이었더라” 했습니다.

이 숫자는 이십 세 이상 남자들 만이었으므로 여성들과 노인들, 그리고 아이들까지 합치면 약 이백만 명 정도 되었습니다. 이 많은 무리들을 각 지파별로 모아서 동서남북 사면에 배치했습니다. 민수기 2장에 보면, 동쪽에는 유다지파와 잇사갈지파와 스불론 지파가 배치되었습니다. 남쪽에는 르우벤지파와 시므온지파와 갓지파가 배치되었습니다. 서쪽에는 에브라임 므낫세, 베냐민지파가 배치되었습니다. 북쪽에는 단, 아셀 납달리 지파가 배치되었습니다. 이렇게 12지파가 동서남북으로 배치되어서 일사분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도록 했습니다. 그러면 그 중심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바로 이스라엘백성들이 시내산에서 1년 동안에 만든 성막이 있었습니다.

이 성막을 중심으로 12지파가 동서남북으로 자리를 잡고, 성막을 중심으로 살면서 끊임없이 하나님의 명령대로 순종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다시 말해 레위기의 명령대로 하나님께 제사드리고, 음식을 가려먹고, 출산을 귀하게 여기고, 서로 도와가면서 더불어 사는, 하나님의 명령에 철저히 순종하면서 사는 훈련을 받았던 것입니다. 이렇게 40년을 살았는데, 살다가 보면 너무 힘들어서 가끔씩 하나님을 원망하고 불평했습니다. 광야를 가보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광야생활은 참으로 혹독했습니다. 한낮에는 온도가 40도 이상 올라갑니다. 5분만 햇볕에 노출되면 화상을 입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 찾기 힘듭니다. 그러니 어떻게 햇빛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먹을 양식도 없었고, 마실 물도 없었습니다. 또 밤에는 또 매우 춥습니다. 우리나라 늦가을 날씨처럼 쌀쌀합니다. 하루 온도차가 40도 이상 납니다. 그러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출애굽한 사람들이 날마다 100명씩 더위로 혹은 굶주림으로 혹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공동체 생활이라는 것이 모든 것이 풍족한 상태에서도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혹독한 상황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그들은 40년 동안이나 살았으니, 그것도 200만 명이 함께 공동체 생활을 했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습니까? 하나님을 원망할 법도 합니다. 저는 거기 가보고 저 같으면 하루도 살 수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조금도 봐주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백성들이 불평하고 원망할 때마다 하나님이 예외없이 진노하셨습니다. 때로 마실 물이 없어서 하나님을 원망하고 모세를 원망하면,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진노하셨습니다. 민수기11장을 보면 고기가 먹고 싶다고 불평하고 원망하는 이스라엘백성들을 보시고 실컷 고기를 먹게 해 놓고는 “고기가 아직 이 사이에 있어 씹히기 전에 여호와께서 백성에게” 진노하셨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은 말씀하시기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라” 했습니다. 원망하고 불평하면 할수록 더 큰 고난을 주셨습니다. 그 고통스런 광야생활 속에서 함부로 말 한 마디 하지 못하도록 하신 것입니다. 왭니까? 하나님을 철저히 신뢰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둘째로 이스라엘백성들은 광야에서 ‘더불어 사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가 서야할 자리와 맡은 역할이 있었습니다. 레위지파는 레위지파대로 서야할 자리와 맡은 역할이 있었습니다. 레위지파는 성막을 관리했습니다. 거기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민수기3장에 나옵니다. 12지파는 12지파대로 각각 동서남북에 배치되어서 자기가 담당해야 할 자리와 역할이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탈하거나 자기 역할을 감당하지 못할 때, 공동체 전체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위하고 격려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때로 먹을 것이 없어서 서로 더 먹겠다고 싸우고 다툴 때마다 하나님은 사정없이 진노하셨습니다. 하루는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시기하고 질투하다가 하나님으로부터 호된 책망을 받았습니다. 또 레위 자손 고라와 르우벤의 자손 다단과 아비람이 모세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왭니까? “네가 우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한다고 했으면서 왜 아직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지 못하느냐”는 것입니다. 모세의 리더십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맞는 말이었습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인도하겠다고 해놓고 광야에서 죽도록 헤매게 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분노했습니다. 땅이 갈라지고 불이 나와서 모세를 비방하고 나선 사람들 250명을 불살라버렸습니다. 또 이스라엘백성들 중에서 한 두 사람이라도 죄를 범하면 공동으로 벌을 받았습니다. 한 사람이 죄를 범하면 그 죄가 금방 모든 공동체에게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하나님은 성적인 문제, 음란죄에 대해 아주 엄하게 다스렸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그들은 더불어 사는 세상의 중요성을 철저히 훈련받았습니다.

종합해 볼 때 이스라엘백성들은 광야에서 레위기의 내용대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 훈련을 받은 것입니다. 이런 광야생활을 통해 그들은 차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가질 수 있었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분별할 수 있었고, 서로 존중해주는 성숙한 관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민수기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마치 이스라엘백성들이 살았던 광야와 같습니다. 아니 과거 이스라엘백성들이 살았던 광야보다 훨씬 더 혹독한 광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왭니까? 그 때보다 훨씬 더 생존경쟁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은 눈뜨고 있어도 코 베어가는 세상입니다. 이웃의 머리를 밟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각박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광야같은 인생살이를 우리는 원치 않습니다. 우리는 곧바로 가나안복지로 들어가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에게 때때로 광야로 인도하십니다. 왭니까?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으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어려운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면서 사는지 알고 싶으시기 때문이요, 그렇게 살도록 우리를 연단하고 훈련시키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이 험한 광야같은 인생살이에서 내 멋대로 살아서도 안되고 세상사람들처럼 살아서도 안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면서 살아야 합니다. 특별히 오늘날 성도들은 과거 이스라엘백성들이 받았던 레위기 명령보다 훨씬 더 엄격하고 업그레이드된 명령을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예수님의 명령,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이런 예수님의 명령과 가르침에 순종하면서 사는지 아닌지 알기 위해, 또 그렇게 예수님의 명령과 가르침에 순종하면서 살도록 연단하고 훈련하기 위해 우리에게 광야가 필요합니다. 모든 성도는 광야같은 세상에서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삶을 연습하고 훈련받아야 합니다.

요즘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는데, 군에 들어가면 곧바로 자대에 배치되는 것이 아닙니다. 훈련소라는 혹독한 광야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군복으로 갈아입히고 제식훈련, 총검술훈련, 그리고 유격훈련을 받게 합니다. 제가 군에 간지 벌써 35년이 흘렀습니다. 그 때 1월 9일에 훈련소로 들어갔으니 얼마나 추웠겠습니까? 그런데 훈련이 또 얼마나 혹독한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 겨울에 땀이 비오듯 했고, 코에 단내가 나도록 훈련받았습니다. 화장실 갈 때도 혼자가지 못하고 둘씩 짝을 지어서 갔습니다. 급해 죽겠는데 무슨 놈의 둘씩 짝을 지어보냅니까? 그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그런 시간들을 통해 공동체 훈련이 되었던 것이고, 점점 군인으로서 거듭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또한 겨울철이 되면 많은 선수들이 따듯한 곳을 찾아 전지훈련을 갑니다. 우리 광양에도 많은 축구선수들이 찾아옵니다. 왭니까? 축구선수로서 연단받고 훈련받기 위해서입니다. 때로 훈련이 혹독합니다. 개인훈련과 공동체 훈련을 받습니다. 이런 겨울 훈련을 받을 때는 고통스럽지만, 이 훈련을 잘 이겨낸 사람만이 나중에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일수록, 거룩한 도구로 사용할 자일수록 광야의 혹독한 훈련을 받게 하십니다. 이 광야학교에서 훈련을 제대로 받는 자들일수록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받을 수 있습니다. 광야의 훈련을 통해 성도는 썩어질 세상 것들이 유혹할 때, 그 유혹을 이길 수 있습니다. 혹독한 광야의 연단을 통해 죄에 끌려 살던 노예근성을 벗어버릴 수 있습니다. 혹독한 광야의 훈련을 통해 내 계획, 내 욕심, 세상 가치관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마음 하나님의 진리로 무장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입니다. 날마다 시간마다 순간마다 다가오는 세상의 유혹과 위협에서도 예수님의 명령에 철저히 순종하기 위해 우리에게 광야의 연단과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런 광야의 시간을 가진 자들이 하나님나라를 위해 귀하게 쓰임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다윗입니다. 다윗은 이스라엘 역사에 있어서 가장 걸출한 인물입니다. 다윗은 하나님이 쓰시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다윗에게는 정금같은 믿음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님마음에 합한 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추진력과 인맥도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광야에서 왔습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향해 “너는 칼과 창으로 내게 나아오지만 나는 니가 조롱하는 만군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너에게 나아가노라.” 이렇게 외치면서 골리앗을 통쾌하게 물리치지 않았습니까? 그런 신앙이 어디에서 왔습니까? 광야에서 왔습니다. 다윗에게 혹독한 광야의 연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어렸을 때 양을 치는 목동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목동은 3D업종에 속했습니다. 다윗은 가난한 집안의 8째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생활전선에 나가서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양을 치는 목동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목동일을 하다보면 때로 양을 지키기 위해 사나운 사자나 늑대같은 짐승들과 싸우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거기서 최선을 다해 그 일을 감당했습니다. 때로 대충하고자 하는 유혹이 다가올 때마다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했습니다. 정직하게 성실하게 목동의 사명을 감당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낮이나 밤이나 성실하게 목동일을 성실하게 감당했습니다. 때로 양떼를 지키다가 캄캄한 밤하늘에 무수히 떠 있는 별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키웠고, 광야에서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큰 소리로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하프를 키면서 찬양했습니다. 이런 광야의 시간들이 나중에 다윗을 위대한 인생으로 이끌었던 것입니다.

또한 다윗에게는 사울의 칼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던 광야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런 광야의 연단이 다윗에게 정금같은 신앙을 선사했습니다. 다윗은 골리앗을 통쾌하게 물리치고 이스라엘을 구한 전쟁영웅 아니었습니까? 이런 영웅에게 돌아온 것은 상은 고사하고 사울의 차디찬 칼날이었습니다. 다윗은 하루아침에 광야로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으니 얼마나 억울했겠습니까? 그러나 훗날 돌아보니 광야생활은 오히려 다윗에게 축복의 시간들이었습니다. 광야의 시간들은 오히려 다윗의 신앙을 더욱 성숙케했습니다. 다윗이 그 때의 심경을 시로 써서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는데, 그것이 시편 57편입니다. 시편 57편에서 다윗이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주여 내가 만민 중에서 주께 감사하오며 뭇 나라 중에서 주를 찬송하리이다. 무릇 주의 인자는 커서 하늘에 미치고 주의 진리는 궁창에 이르나이다.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세계 위에 높아지기를 원하나이다.” 했습니다. 지금 이 고백은 다윗이 출세하고 승승장구하면서 하는 고백이 아닙니다. 지금 광야에서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고백입니까? 지금 다윗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다윗은 광야의 고난이 아무리 심해도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욱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사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러므로 그 고통스러웠던 광야의 시간들이 오히려 하나님을 깊이 만나는 은혜의 기회였습니다.

그것 뿐이 아니었습니다. 광야는 동시에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꿈을 품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광야에서 바라보는 세상과 왕궁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왕궁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물질이 차고 넘치는 세상이었습니다. 날마다 잔치를 베풀고 먹고 마시는 풍요로운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나 광야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억울하게 쫓겨나고, 환란을 당하고, 원통한 자들이 가득한 세상이었습니다. 더불어 살라고 하시는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사라진 세상이었습니다. 기득권자들은 자기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일반 서민들은 억울함을 하소연할 곳도 없는 불의한 세상이었습니다. 다윗이 광야의 이런 체험이 없었더라면 훗날 왕이 되었을 때, 백성들의 마음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광야에서 억울하게 쫒겨 다니는 이런 체험을 통해 다윗은 꿈을 꾸었습니다. “나처럼 억울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세우리라! 나라를 위해 헌신한 충신이 역적이 되고, 역적이 충신이 되는 이런 불의한 세상을 뒤집어엎으리라! 권력을 함부로 남용하고, 돈 없고 빽 없다고 무시하고 함부로 잡아 죽이는 세상! 권력이 있고, 돈이 있으면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다 빠져 나가고, 서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는 세상! 하나님이 분노하시는 이런 세상을 뒤집어엎고, 참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새 세상을 열어 가리라! 힘있다고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힘없는 자들을 섬기는 세상,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 다윗이 이런 꿈을 광야에서 소중히 간직했던 것입니다. 다윗은 이런 꿈을 안고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시편 57편 7절에서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여 내 마음이 확정되었고 내 마음이 확정되었사오니 내가 노래하고 내가 찬송하리이다 내 영광아 깰지어다 비파야 수금아 깰지어다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 광야에서 밤새도록 하나님과 교제하다가 하나님이 주시는 꿈을 안고 벅찬 가슴을 안고 밝아오는 새벽을 향해 역사의 새벽을 깨우겠다고 이렇게 외쳤던 것입니다.

다윗은 광야의 연단을 통해 평생 동지를 얻기도 했습니다. 다윗에게는 피로 맺은 동지들이 많았습니다. 사무엘하 23장을 보면, 다윗의 장수들이 기갈에 허덕이던 다윗을 위해 화살이 빗발치는 블레셋 진영을 통과해서 물을 길어 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주군이 목말라하는 것을 보고 ‘죽으면 죽으리라’ 목숨걸고 물을 떠 왔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그 귀한 물을 받아들고는 마시지 않고 여호와의 제단 앞에 부어 버렸습니다. 죽기 살기로 떠오는 부하들을 보면서, 도무지 그 물을 마실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다윗과 다윗의 장수들 간에는 이런 끈끈한 정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어디서 왔습니까? 광야의 고난에서 왔습니다. 그들은 광야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하면서 같은 꿈을 꾸었고, 결국 위대한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 눈으로 볼 때 광야는 고난의 장소요 시련의 장소였지만 다윗에게는 하나님의 복을 받아 누리는 축복의 장소였습니다. 거기서 다윗은 하나님을 향한 정금같은 신앙을 얻었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건강한 꿈을 얻었고,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평생 동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윗 뿐 아닙니다. 모든 성도에게 광야의 연단은 동일하게 축복의 기회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세상 눈으로 볼 때 광야는 낙심의 장소요, 절망의 장소일 뿐이요, 광야의 연단은 고통의 연속일 뿐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사람들에게 광야는 축복의 장소요, 광야의 연단은 축복의 기회입니다. 거기서 하나님을 향한 신앙이 자리 잡고, 거기서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영안이 열리고, 거기서 더불어 사는 자세가 몸에 배고, 하나님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동지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광야의 연단을 통해 하나님의 사람으로 다듬어져 나가는 것입니다.

이제 새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새해가 때로 혹독한 광야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할지라도 근심하지 마십시오. 불평하지 마십시오. 두려워하거나,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마십시오. 아니 오히려 하나님을 만나는 기회로 삼으십시오. 인생의 깊이를 더하고 하나님을 향한 정금같은 신앙의 소유자가 되는 기회로 삼으십시오. 적의의 이빨을 드러내놓고 으르렁거리는 짐승들이 사방에 진을 치고 달려들어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하나님의 놀라운 능력을 기대하십시오. 사방을 둘러봐도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수 없는 광야를 지날 때,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훈련을 하십시오. 기갈과 기근에 허덕이는 광야를 지날 때, 이스라엘백성들처럼 어리석게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사람을 원망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더욱 예수님의 가르침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기회로 삼으십시오, 오히려 광야의 연단이 축복의 기회임을 잊지 마십시오. 그 때 내 생각, 내 계획을 내려놓고, 썩어질 세상욕심 훌훌 털어버리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아름다운 꿈을 품는 기회가 되게 하십시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자세를 몸에 배는 기회로 삼아나가십시오. 그럴 때 광야는 결코 저주의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축복의 장소로 다가올 것이고, 광야의 연단은 오히려 인생의 깊이를 더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오늘 광야의 연단을 통해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스라엘백성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앞에 펼쳐진 새 해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더라도, 새 해를 그야말로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하나님의 명령에 철저하게 순종하는 시간들로 채워나가기로 결단하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광양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