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층간소음 문제로 큰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층간소음 문제로 폭력 사건은 물론 방화사건, 살인 사건도 전국 곳곳에서 종종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파트 마다 나름대로 운영내규를 만든다고 합니다. 밤 9시가 넘으면 개가 짖어도 안 되고, TV를 크게 켜도 안 되고, 세탁기를 돌려도 안 되고, 아이들이 떠들어도 안 되고, 실내를 걸을 때도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슬리퍼 소리가 나지 않도록 걸어야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잠을 자다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사방에서 항의 전화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층간 소음은 주로 겨울철에 많이 일어난다고 하니 요즘은 가정마다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가끔 야외 공원이나 변두리 산에만 가도 우리 주변에 얼마나 소음이 많았는가를 심각하게 느끼곤 합니다. 자동차 소리, 전화 소리, TV 소리, 사람들 떠드는 소리, 아이들 소리, 컴퓨터 소리, 오토바이 소리, 야채 파는 장사꾼 소리.....우리는 그러한 소리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소음이라는 사실 조차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소음이 없는 야외 공원이나 산 속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그 적막함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음이 잔잔해지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공간을 우리는 ‘골방’이라고 합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음이 잔잔해지면 이제는 우리 내부에서 여러 가지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각종 욕망, 분노, 절규........우리 안에는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강력한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우리 외부의 소음이 잔잔해지면 비로소 우리 안에서 들려오는 강력한 소리를 듣게 됩니다. 우리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우리 안에 어떤 상처가 있는지, 어떤 욕망이 있는지, 진짜 우리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안의 소리가 잔잔해지면 그때에 가서야 비로소 들려오는 새로운 음성이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의 음성입니다. 나를 사랑하신다고 속삭이시는 음성, 내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시는 음성, 내가 내려놓아야 하거나 힘써야 할 것을 가르쳐주시는 음성, 새 힘과 용기를 주는 음성을 듣게 됩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잠잠해지는 외적 침묵,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잠잠해지는 내적 침묵이 이루어졌을 때가 바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오는 자리입니다.

아브라함은 에덴동산같이 풍요로웠지만 안팎으로 너무나 요란했던 애굽을 벗어났을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세는 200만명의 백성들이 있는 곳을 벗어나 호렙산 깊이 올라갔을 때에야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엘리야는 많은 사역과 몰려드는 사람들을 벗어나 호렙산 깊은 굴에 갔을 때에야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작 우리의 삶에 고통이 되는 것은 층간 소음이 아니라 우리의 영적 신경을 마비시키는 외적 소음과 내적 외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침묵 속에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오래 전에 미국에서 생긴 일입니다. 얼음공장 사장이 얼음창고를 청소하던 중 회중시계를 잃어버렸습니다. 창고에 얼음을 놓기 위해 톱밥을 깔고 있던 노동자들이 잃어버린 시계를 찾기 위해 톱밥을 이리저리 헤쳤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점심시간에 7살 된 소년이 사장에게 다가와 “아저씨, 제가 시계를 찾아드릴게요”라고 말했습니다. 사장은 소년에게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온 사장에게 소년이 시계를 찾아가지고 왔습니다. 놀란 사장이 “어떻게 찾았느냐”고 물어보니, 소년은 “창고 문을 닫아서 아무 소리도 안 들리게 한 후 귀를 톱밥에 대고 숨을 죽이고 시계소리를 듣기 원했어요. 그때 한쪽 귀퉁이에서 째깍째깍하는 소리가 들려 살금살금 다가가 그 시계를 찾아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조용했기 때문에 시계 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마음도 조용해야 하나님 음성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여호와 앞에 잠잠하고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시37:7).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