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나이가 만 73세가 되었다. 한국 나이로는 74세인데 구지 만 73세라고 부르는 이유는 한 살이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70이 넘으니 세월이 급물살을 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노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많은 분들의 표현대로 마음만은 청춘이다. 그러나 몸은 옛날과 다르다. 책도 조금 읽으면 눈이 피곤하다. 조금만 일해도 피곤이 빨리 온다. 밤 10시 넘으면 잠이 몰려와 연속극이 조금만 지루하면 졸면서 시청하기 일 수이다.

그런데다 새벽에 깨는 것은 제멋대로이다. 어느 때는 새벽 3시에 깨어 아무리 잠을 자려고 해도 안 된다. 그러므로 노년에 이른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기가 힘들다. 각각 자는 시간, 깨는 시간이 제멋대로이고 TV 보는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도 다르기에 각각 다른 방에서 볼 때가 많게 된다. 그래도 산책이나 여행, 혹은 거실에서 푸로젝터를 통해서 다운받은 영화나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는 시간만은 하나가 되기 때문에 소통에는 불만이 없다.

한 마디로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은 노인이 되어간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예전에는 주변 노인들의 문제가 내 문제로 느껴지지 않았다. 목회하면서 교회 노인들을 보면서 열심히 충성하다가 물려난 귀한 분들, 부모 같은 분들, 이제는 돌봄과 위로가 필요한 분들이라는 생각으로 대하면서 이웃사랑회를 통해 식사나 선물을 대접하고 경로관광이나 보내드리는 것으로 할 일을 다한 것처럼 생각했으나 이제는 서서히 주변 노인의 문제들이 내 문제로 실감되기 시작하게 된다. 어려움을 당하는 노인들을 보면 마음에 아픔이 전달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큰 문제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노인 문제이다. 이는 동시에 한국교회가 시급히 연구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10년 전인 1995년과 비교할 때 전체 인구는 2.82%(29만 9000명)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노인은 59.9%(27만 6000명) 늘어 급속한 고령화 양상을 보였다. 65세 이상 노인은 2011년 말 기준 73만 5902명(전체의 7.1%)으로 전년(6.7%)보다 비율이 0.4%포인트 높아졌다. 그런데 비해서 출산율은 대단히 저조한 상태이다.

이러한 추세로 나가면 2030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수가 전체인구의 24.1%가 됨으로 선진국 평균수준 이상이 되고 2050년에는 37.3%가 됨으로 '세계 최고 노인의 왕국‘될 전망이다. 지금은 젊은이 10명당 노인 1.26명을 부양하는 형편이라면, 2050년에는 젊은이 10명당 6.9명을 부양해야 된다는 암담한 전망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노인들의 10명중 7명은 노후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2009년도 우리나라 중ㆍ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에 대비해 생활비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전체의 68.2%나 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므로 노인들의 절망은 점점 높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견디다 못한 노인들의 자살이 급증하여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2010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80.3명으로 OECD국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일본 27.9명, 스웨덴 16.8명, 프랑스 28.0명에 비해 약 3배 정도 높은 수치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일에 전력할 뿐 아니라 교회의 상당수를 차지하기 시작한 노인세대를 위한 목회에도 힘쓸 때이다. 그렇지 않은가? 70세에 은퇴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뒷방 신세가 되어 20년, 30년을 교회만 들락거린다면 얼마나 무료하고 낭비적인 일인가? 이제는 각 교회마다 노인부나 노인대학을 신설하여 그들을 위한 교육, 그들 나름대로 교회나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적인 일거리, 인생의 마지막 노정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목회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노인들도 무료하게 시간들을 보내면서 천국 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천국 갈 준비는 각자의 등불에 불을 밝히는 것이다. 마5:16에 보면 빛은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이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취게 하여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사랑의 빛을 밝히면서 천국 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남은 여력을 모아 교회의 외진 곳이나 지역사회의 불우한 이들, 혹은 봉사기관이나 선교지에 조금이나마 도울 일을 찾아보는 것도 영육간의 건강에 좋은 것이다.

작년 10월 우리 부부가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에서 선교사들을 위해 일주일 동안 강의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희생적으로 선교하고 있는가를 발견하고 매달 선교비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은퇴 후에도 여섯 지역에 선교비를 보내고 있었지만, 이제 외식비를 아껴서라도 세 지역에 더 보내기로 한 것이다. 보낼 때마다 보람과 기쁨의 선물을 받는 느낌을 금할 수 없다. 노인들이여, 막연히 천국 가는 날만 기다리지 마시고 주변을 돌아보며 작은 일거리라고 찾으라. 그 때에 노년의 삶에 새로운 활력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