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베리스타)충북 진천중앙교회 성도들, 성경 지명 순례 중 피해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최근 유혈사태가 끊이지 않는 위험 지역인 이집트 사나이반도 관광지 타바 인근을 이동하던 한국인 성지순례단이 폭탄테러를 당해 약 3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고 현지언론이 16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곳으로 무르시 정권 축출 이후 이슬람 무장세력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곳으로 2012년 2월에도 한국 성지순례객들이 납치됐던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치안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지역에 대해 외교부는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를 유지해 왔었다.

보도에 인용된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교차로 근처에서 멈춰 있던 버스가 갑자기 폭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경찰 관계자는 "사고 버스에는 한국인 관광객 35명 정도가 타고 있었다"고 했고, 이집트 정부는 사망자 중 자국인 버스 기사도 포함돼 있다고 했다.

한편, 이번 성지순례단으로 추정되는 한국인 30여명 중 상당수가 충북 진천중앙교회 소속 목사 및 성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회의 성지순례는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행사로 성경에 나오는 지명을 따라 터키, 이집트, 이스라엘을 여행할 계획이었다. 신도들은 이를 위해 수년간 개인기금을 마련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새벽 4시 30분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최규섭 부목사는 "우리 교회 김홍렬(여) 권사가 이번 테러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사망한 한국인들은 현지 여행업체 사장으로 성지순례단 인솔을 맡은 제진수 씨(56·남)와 한국에서 동행한 가이드 김진규 씨(35·남) 등으로 신원이 확인됐다.

이 기자회견에서 최 목사는 특히 폭탄 테러 발생 지역이 여행제한 구역이라는 사실을 알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성지순례를 떠난 분들은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알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최 목사의 말처럼 성지순례단이 사전 정보를 몰랐더라도 문제이거니와 위험지역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떠난 것이라면 더 큰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의 염려를 뒤로한 채 성지를 직접 밟는 것으로, 신앙의 확실성을 추구하는 것이 사회에서는 자칫 광신적인 왜곡된 신앙생활로 지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줄잇는 성지순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폭탄테러가 발생한 지역에 여행경보 3단계(여행제한)이라지만 이 같은 조치가 사실상 강제성은 없어 여행을 실제적으로 자제시킬 만한 적극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성경 지명 밟기’라는 ‘내용’과 ‘의미’보다 ‘형식’과 ‘당위’에 가까운 무리한 성지순례가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맞물려 또 다시 참극을 불러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