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첵코 프라하 바츨라프 중앙광장)

프라하 광장에 서서

                 김 태 복

2004년,
프라하 광장에 서 있다.

거기 숱한 소리들이
여름 열기에 녹아 있었다.

악사들의 연주에 맞추어
팔을 끼고 원을 그리며
춤추며 합창하던 젊은 소리들.

탱크와 군견(軍犬)들을 앞세우고
잔혹하게 진압하던
군화소리들
포화소리들.

만취된 진압군들이
흰 이를 들어내며
여인들을 겁탈하며
배설하던 음란의 소리들.

여인들의 비명소리
겁에 질린 아기들의 찢김의 소리
칼에 찢긴 채 눈을 흡뜨고
죽은 아들들의 분노의 소리.  

동토(凍土)를 뚫고 터져 나와
의연히 휘두르던 깃발소리
어깨와 어깨를 부여안고
목이 터져라 외치던
자유에의 함성들

그 소리들이
녹이 쓴 채
저 동상 아래 녹아들고
있는데

검은 예복을 입고
묵념을 올리는 이는
보이지 않고

여기 저기
터지고 있는
호기심의 후래쉬들과
광장 노천 까페에서는
반나(半裸)의 이국 연인들이
부둥켜 안은 채
무심(無心)의 맥주잔을
비우고 있을 뿐이다.

(참조:바츨라프 광장
광장의 정면에 있는 국립박물관에서 약 1km정도 뻗어있는 대로를 가리킨다.
'프라하의 봄'으로 알려진 1968년의 사태때 소련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침입하자
이에 대한 항의데모가 일어났던 곳이기도 하다.
10세기 경 체코왕 바츨라프의 이름을 따 광장의 이름을 지었으며
박물관 앞쪽에 말을 탄 왕의 동상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