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현직에서 시무할 때는 기도를 많이 하게 마련이다.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으로만 감당할 수 있고 또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실한 목회자는 새벽기도는 기본이고 골방기도, 산기도 등 특별 기도를 많이 하게 된다. 목회 40년을 되돌아보면 기도에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특별히 내가 목회한 교회는 가난한 자들이 대부분이요, 그들은 언제나 엄청난 문제(난치병, 부도와 이혼 위기, 자녀 가출 등)를 안고 살고 있기 때문에 기도의 뒷받침 없이는 그들을 목회할 수 없었다.

그래서 틈만 나면 기도하는 일에 열심이었고 교인들에게도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기를 강하게 설교 하고는 했다. 그 때부터 홍익교회는 기도의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교회도, 교인들도 성령에 붙들린바 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었고 많은 간증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은퇴한 후 지난 목회시절을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그런 엄청난 사역들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감탄할 때가 많다. 그렇다. 하나님이 붙들어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1991년 교회 본당 내부가 화재에 의해 전소(全燒)되는 큰 위기에서도 담대한 마음을 주시고 온 교인들에게 낙심보다는 더 뜨거운 열심을 부어주신 것도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실을 지금에 와서 더 절감하게 된다. 은퇴한 후에 여기 저기 교회에서 요청을 받고 설교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시무할 때보다 설교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설교 내용은 시무 시 제법 반응이 좋았던 원고를 택하여 여러 가지 재료를 첨가하거나 똑같은 본문의 원고들을 병합하여 더 풍부한 내용의 원고를 만들었기에 시무 시보다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더 큰 반응들이 나타나야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어느 날 깨달은 사실은 기도의 뒷받침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은퇴한 후에는 모든 무거운 책무들을 벗은 탓이지 홀가분하기 그지없다.

더 이상 교회성장에 대한 부담도 없고, 수시로 엄청난 문제를 안고 와 가슴 아프게 만들던 교인들도 없다. 그런 탓인지 새벽이나 밤중에 여전히 기도하지만 불타는 열심이 일어나지 않는다. 형식적인 기도로 끝날 때가 적지 않다. 그러므로 예전처럼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겠는가? 행10장에 보면 베드로가 고넬료 가정에서 설교할 때 듣는 모든 자들이 성령의 체험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놀라운 역사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베드로가 고넬료 가정에 가기 전에 지붕에 올라가 기도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은퇴 후에 기도 생활의 부족으로 영력지수가 한없이 낮아져 있는 것이다. 아마 지금이라도 새로운 사역을 하나님이 맡기신다면 다시금 새로운 시내산에 올라가 열심을 다해 기도할 것이요, 상승된 영력을 품고 노년에 이른 모세처럼 능력 있게 일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하나님이 붙잡아 주신다면 나이가 무슨 문제이겠는가? 다윗이 천한장수 골리앗과 맞섰을 때에 고작 17-18세에 불과하지 않았는가? 모세가 수백만의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할 때 80세가 넘은 나이었지 않은가?

문제는 나이나 상황에 관계없이 하나님 앞에 붙들림을 받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은퇴한 입장에서 하나님이 맡기시지 않는 사역을 스스로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노욕에 찌든 추한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비취지지 않겠는가? 지금 여의도순복음교회을 비롯하여 많은 교회들이 원로목사들로 인해서 교회가 분규(紛糾)를 겪으면서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아무리 오늘의 교회로 성장하는 데 엄청난 공헌을 자기가 했을지라도 은퇴했으면 확실히 물러나야 한다.

법정으로부터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등 유죄를 선고 받았음에도 매주 강단에 서서 여전히 설교한다는 것은 너무나 추한 모습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이룩하신 업적을 마치 자기 힘으로 이룩한 것처럼 행동하는 교만한 태도인 것이다. 모세를 보라. 광야에서 40년 동안 수백만의 백성들을 인도할 때 하나님은 저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기적과 이사를 나타내셨는가? 또한 40년 동안 하나님의 약속을 수없이 받으면서 얼마나 갈망하던 가나안 복지였던가?

느보산에서 그처럼 그리던 희망의 땅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안타까워겠는가? 그러므로 ‘자기도 들어가게 해달라.’ 밤이 맞도록 하나님께 간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하나님도 차마 거절할 수 없을 만큼 모세의 자격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업적을 남긴 모세요, 불타는 갈망을 가진 모세라도 하나님이 물러나라 명하셨을 때는 여호수아에게 모든 권한을 물려주고 홀연히 물러나지 않았는가? 그것이 바로 하나님 중심으로 살았던 지도자의 진정한 모습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