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뉴스앤조이)

[박득훈 목사 부활절 설교] 부활의 생명, 죽음을 몰아낸 놀라운 생명 (요한복음 11:32-44) 

지난 수요일(4월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소식이 전해진 후 온 국민이 깊은 슬픔과 고통에 잠겨 있습니다. 물이 자기 코앞으로 차오를 때, 배 안에 오갈 때 없이 갇혀 버린 그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생각만 해도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죽음을 직감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문자와 카톡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차마 그 내용을 찬찬히 읽을 용기가 생기지 않습니다. 가슴이 무너질 것 같아서입니다. 그러니 이들을 자기 자녀, 형제 혹은 부모로 둔 이들은 얼마나 슬플까요? 무슨 말로 위로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그들이 겪고 있을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나누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부활주일을 맞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부활주일을 환한 얼굴로, 축제에 참여하는 심정으로 맞이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참으로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예수님의 부활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님은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죽음의 깊은 슬픔에 과연 어떻게 답하시는가? 저는 말씀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합니다.

모든 죽음이 동일하게 슬픈 것은 아닐 것입니다. 호상 즉 좋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아브라함의 경우처럼 '자기가 받은 목숨대로 다 살고 아주 늙은 나이에 기운이 다하여 숨을 거두고 세상을 떠나'는 경우입니다(창 25:8). 물론 호상의 경우에도 슬프지만 그래도 견딜 만합니다. 그러나 세상을 떠날 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심각한 병에 들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해 죽으면 그 슬픔은 정말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볼 본문이 그런 경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중심인물은 나사로와 두 누이 마르다와 마리아입니다. 예수님은 이 오누이를 무척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나사로가 그만 몹쓸 병에 걸려 죽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다니 마을 어귀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나사로가 무덤에 묻힌 지 어느덧 나흘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많은 유대인들이 이들을 위로하러 왔습니다. 나사로의 누이들은 예수님의 속마음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먼저 예수님을 맞이하러 나온 마르다나 나중에 온 마리아나 예수님께 드린 첫마디가 똑같습니다.

21절 "주님, 주님이 여기에 계셨더라면, 내 오라버니가 죽지 아니하였을 것입니다."

오라버니 나사로는 예수님을 통해 병이 나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습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훌쩍 떠나고 만 겁니다. 그는 아직 세상을 떠날 나이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마르다와 마리아는 깊은 슬픔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마리아는 오라버니를 생각하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습니다. 그들을 위로하러 온 조문객도 같이 통곡했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의 슬픔에 세 가지로 답하십니다.

1. 죽음에 대해 분노하십니다(32-33)

죽음 앞에서 너무 슬퍼하는 이들을 본 예수님은 마음에 비통함을 느끼셨습니다. 괴로워하셨습니다. 그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면 좀 더 명확해집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물으셨습니다. "그를 어디에 두었느냐?" 그들은 대답합니다. "주님, 와 보십시오." 그들은 예수님께 단순히 어디에 묻혀 있는가, 정보를 주지 않습니다. 자기들이 왜 통곡할 수밖에 없는지, 그 슬픔의 현장으로 와 달라고 말합니다. 자신들의 슬픔을 알아 달라는 뜻입니다. 이에 예수님은 눈물을 터뜨리십니다. 그들의 슬픔에 깊이 공감하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예수님은 인간을 이렇게 깊은 슬픔으로 몰아가는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보시며 죽음에 대하여 분노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33절의 "비통하여 괴로워하였다"로 번역된 원문을 달리 번역하기도 합니다. "마음으로 분노하며 고통스러워하셨다"라고 말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분노하시는 대상이 죽음 때문에 슬퍼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람을 슬프게 만드는 죽음 자체라는 점입니다.

저는 여기서 예수님께서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주시는 첫째 답을 발견합니다. 그건 일차적으로 죽음을 마땅히 우리가 분노해야 할 것으로 대면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나사로의 누이들과 조문객들에게 직접 주시는 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문을 읽는 사람들에겐 깊은 교훈을 줍니다. 특히 죽음을 의식에서 없애 버리려는 현대인에게 아주 중요한 도전이자 답입니다. 우리에게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가져다주는 죽음에 대하여 마땅히 분노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죽음을 진정으로 이겨 나가는 첫걸음이 됩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에겐 죽음을 대면하지 않고 피해 가려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2년 전쯤으로 기억합니다. 우리 교회 김진영 선생께서 죽음에 대한 근현대 이전의 사람들과 근현대 사람들의 태도의 차이를 말씀해 주셨죠. 근현대 이전에는 죽음을 진지하고 공적 체험으로 수용했습니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 함께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며 함께 애도합니다.

그러나 근현대 사람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죽음을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고 가능하면 빨리 잊어버리려고 합니다. 죽음이 우리의 삶과 무관한 것처럼 생각하고 싶어합니다. 죽음이 우리 삶에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고 싶어들 합니다. 위르겐 몰트만은 이런 현대인의 특성을 '죽음의 의식을 억압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다음과 같이 평합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는 것은 하나의 삶의 환상이다.…에피큐로스가 말한 삶과 죽음의 엄격한 분리는 우리가 바라는 죽음 없는 삶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의식 없는 삶의 느낌을 줄 뿐이다. (<오시는 하나님> 위르겐 몰트만 지음, 김균진 옮김, 대한기독교서회, 1998, 102쪽.)

죽음에 대한 의식을 억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모든 억압된 의식처럼 죽음에 대한 의식이 억압한다고 해서 우리에게서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잠재의식 속으로 파고듭니다. 우리를 이유도 없이 불안한 존재로 만듭니다. 삶이 매우 짧다는 것에 대한 강박증을 갖게 만듭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삶을 서두르게 됩니다.

오늘날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빨리 서둘러야 이 짧은 인생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인생을 서두르다 보면 다른 사람들, 특히 다른 사람들의 고통과 행복에 대해 근본적으로 무관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감 능력을 상실합니다(<오시는 하나님> 102, 112, 113쪽). 참된 인간성을 상실하고 무감각한 존재로 전락합니다.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이러한 인간의 연약한 심성을 파고들어 백분 활용하는 것이 자본주의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사회는 죽음을 잊어버리고 싶지만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거짓 희망을 불어넣어 줍니다. 열심히 살아 돈만 많이 축적하여 원 없이 소비하며 살면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에 감추어진 불안을 잠재워 줍니다.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모토가 이를 잘 표현해 주죠. 소비할 수 있는 돈이 있는 한, 죽지 않는다는 안도감을 갖게 됩니다. 이렇게 돈과 소비에 집착하는 한, 타인의 슬픔과 고통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사랑의 가치에 자기 삶을 거는 것은 불가능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세월호 침몰 사건에서 자본주의사회 비극의 한 단면을 발견합니다. 우리는 세월호 선장에게 엄청난 분노를 느낍니다. 어떻게 어린 청소년들을 죽음의 배에 놔 둔 채, 제일 먼저 구조를 받을 수 있을까, 구조받은 후에도 한참 동안이나 일반인처럼 태연하게 자기를 속일 수 있었을까?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가슴이 섬뜩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 사람 개인에게만 모든 책임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저는 그것이 사실상 자본주의사회가 일상적으로 부추겨 온 인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사회는 불안 심리를 파고들어 돈과 소비를 통해 존재를 연장해 가도록 우리 모두를 끊임없이 몰아가고 있지 않은가요? 이런 사회에서 이웃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사랑의 능력은 갈수록 고갈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회를 강화하는 데 앞장 서 온 바로 그 지도층 인사들이 오히려 선장을 엄중하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 기만과 위선이 무서워집니다.

부활의 아침, 예수님은 우리가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도록 먼저 두 눈을 부릅뜨고 죽음을 대면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죽음에 대해 먼저 분노하라고 말씀하십니다.

2.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슬퍼하십니다(34-35)

예수님은 죽음에 대한 분노를 넘어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슬퍼하십니다. 그들이 통곡할 때, 그들 곁에서 말없이 같이 울어 주십니다. 여기에 우리 주님의 아름답고 깊은 사랑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부활이요 생명 그 자체이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자신의 자리에 머물러 계시지 않습니다. 인간의 자리로 내려오십니다. 죽음 앞에서 한없이 무력한 인간의 자리로 말입니다. 왜 우느냐, 꾸짖지 않으십니다. 왜 이렇게 믿음이 없느냐 혼내지 않으십니다. 나사로가 죽도록 지체한 이유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으십니다. 앞으로 하려는 엄청난 일을 제시하지도 않으십니다. 이 모든 것 이전에 예수님은 그냥 그들의 슬픔을 느끼십니다. 함께 아파하십니다. 그들과 동등한 존재가 되어서 우십니다.

여기서 우리는 죽음의 슬픔에 대한 둘째 답을 찾습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슬피 우심으로서 놀라운 위로를 베푸십니다. 우리는 이런 예수님을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의 왜곡된 욕망에 의해 각색된 예수님에 익숙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높은 곳에 계셔서 항상 영웅처럼 행동하시는 예수님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예수님은 우리의 욕망을 쉽게 충족해 줄 수 있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슬퍼하는 사람 곁에 오셔서 그냥 울어 주시는 예수님은 별로 매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분은 우리의 근원적 슬픔의 자리까지 내려오셔서 같이 슬퍼해 줄 줄 아는 분이십니다. 거기에 가장 깊은 위로가 있습니다. 저는 최근 강신주의 책들을 읽으면서 역설적으로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우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들 곳곳에서 종교를 억압의 주체로 간주합니다. 그는 김수영의 시 세계를 논하는 책에서 초월 종교를 심지어 억압적인 독재 권력·자본주의와 동등선상에 놓습니다.

김수영이 평생 독재에 대해 그토록 치열하게 저항했던 것도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독재는 거대한 팽이가 자기의 회전 스타일을 모든 팽이에게 강요하는 정치 체제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정치체제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그것은 유일신과 그의 가르침을 모든 인간에게 강요하는 초월 종교에도, 자본을 유일한 가치로 떠받드는 자본주의에도 통용된다. (<김수영을 위하여> 강신주, 천년의 상상, 2012, 186-7쪽.)

그런데 묘하게도 그가 열망하는 자유로운 사람과 이상적인 세상을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상 진정한 그리스도인과 진정한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연상시킵니다. 이 지점에 이르러 이글턴이 '마르크스와 니체는 대체로 좋은 방향으로 무신론적이다'고 평가한 대목이 생각납니다(<신을 옹호하다> 테리 이글턴, 모멘토, 2010, 58쪽).

이는 그들이 왜곡된 기독교의 신에 대해 맹렬히 비판해 줌으로써 그리스도인으로 하여금 참된 신을 다시 찾도록 도전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강신주의 경우에도 잘 들어맞습니다. 강신주는 김수영의 '눈'이라는 시를 해설해 주면서 김수영이 왜 그렇게 눈을 좋아했는지 설명해 줍니다. 다소 길지만 깊은 생각거리를 제공하기에 그대로 인용합니다.

눈이 시인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눈은 하늘이란 지고한 권좌로부터 스스로를 추방하여 구체적인 곳으로 내려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순수하고 고결하다. 신처럼 모든 것을 관조하지 않고, 스스로 더러워질 것을 감내하면서도 기꺼이 모든 것과 함께 하려고 한다, 눈은 더러운 진창도, 썩어가는 시체도, 악취를 풍기는 오물도 가리지 않고 그들을 덮어 고결하게 승화시킨다. 눈 내리는 날 세상의 모든 존재는 빈부, 미추, 선악, 강약을 넘어서 동등하게 변한다. 부자의 집도 빈자의 집도 똑 같이 흰 지붕이 되고, 대학 교수의 머리에도 구걸하는 아이의 머리에도 똑같이 흰 눈이 쌓이니까 말이다. (<김수영을 위하여> 173쪽.)

눈을 예수님으로 대체하여 위의 글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은혜롭지 않습니까? 복음서와 바울서신이 담고 있는 훌륭한 기독론 아닙니까? 그런데 놀랍고 슬프게도 강신주는 눈과 신을 서로 정반대의 존재로 상정합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예수님과 신을 서로 상반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왜 이렇게 괜찮은 사람들이 신을 거부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죽음 앞에서 하염없이 슬퍼하는 이들 곁으로 눈처럼 살포시 다가오셔서 함께 눈물을 흘려 주시는 예수님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마 5:4 슬퍼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하나님이 그들을 위로하실 것이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슬픔의 자리는 주님께서 임재하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슬픔이 있는 곳엔 언제나 주님께서 함께하셔서 그들과 함께 울고 계십니다. 지금 우리 주님은 세월호 침몰 사건 유족들,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하고 계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 주님을 항상 마음에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죽음의 슬픔을 너무 두려워하지 맙시다. 주님의 위로를 믿고 죽음의 슬픔을 대면합시다.

3. 사랑에서 비롯된 부활의 능력을 보여 주십니다(36-44)

예수님은 함께 슬퍼하시는 자리에 머물지 않으십니다. 죽은 자를 살려 내십니다. 죽음 앞에서 슬퍼하는 자들에게 예수님께서 주시는 셋째 답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유대인들은 말합니다. '보시오, 그가 얼마나 나사로를 사랑하였는가!'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놀라운 부활의 능력을 보여 주시기 전에 먼저 사랑을 보여 주셨습니다. 사랑 없는 능력은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로 몰아갈 뿐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우선성을 알지 못하는 자들은 예수님을 비아냥거렸습니다. '눈먼 사람의 눈을 뜨게 하신 분이, 이 사람을 죽지 않게 하실 수 없었단 말이오?' 그들은 예수님의 무능력을 비웃었지요. 예수님은 다시 속으로 비통하게 여기십니다.

예수님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진짜 무능력하신 분이 아니십니다. 예수님은 사랑을 먼저 보여 주신 후 그 사랑에서 비롯되는 부활의 능력을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은 어귀를 돌로 막은 동굴 무덤으로 가십니다. 그리고 '돌을 옮겨 놓아라!'고 명하십니다. 이에 마르다가 황급히 말합니다. '주님, 죽은 지가 나흘이나 되어서, 벌써 냄새가 납니다.' 이에 예수님은 자신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십니다. '네가 믿으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되리라고, 내가 네게 말하지 않았느냐?' 사람들이 그 돌을 옮겨 놓았습니다. 예수님은 하늘을 우러러 보십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십니다.

41~42절 …아버지, 내 말을 들어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아버지께서는 언제나 내 말을 들어주신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 것은, 둘러선 무리를 위해서입니다. 그들로 하여금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능력과 하나님의 능력을 과시하는 그 자체에 목적을 두지 않으셨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하나님 아버지께서 자신을 보내신 것을 믿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길 간절히 바라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아뢴 후 무덤을 향해 힘 있게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나사로야, 나오너라." 그러자 실로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체가 되어 냄새가 나던 나사로가 무덤 밖으로 걸어 나온 것입니다. 손발은 여전히 천으로 감겨 있고, 얼굴은 수건으로 싸매인 상태로 말입니다. 예수님은 주변 사람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를 풀어 주어서, 가게 하여라." 놀라운 사건입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세 번째 답을 발견합니다. 인생은 결코 죽음으로 끝나지 않으며 죽음 넘어 부활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접 보여 주십니다. 예수님이 보여 주신 것은 단지 영혼이 몸에서 해방되어야 자유로워지고 영원해질 수 있다는 점이 아닙니다. 죽음은 삶의 또 다른 측면이니 죽음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말씀하시지도 않습니다.

우리 존재 전체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진정한 희망이며 그 희망이 자신으로 말미암아 반드시 성취될 것임을 보여 주십니다. 이를 확증해 주는 사건이 바로 예수님 자신의 부활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나사로의 부활과는 또 다른 차원의 부활입니다. 나사로는 다시 죽을 몸으로 부활했지만 예수님은 다시 죽지 않는 새로운 몸으로 부활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활절은 희망을 노래하는 날입니다. 생명이 죽음을 몰아낸 것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입니다. 루터는 예수님의 부활과 우리의 부활을 어린이의 탄생으로 비유했다고 합니다. 엄마 몸 안에 있던 아이의 머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아이의 몸도 따라 나오게 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의 머리이십니다. 그러니 그리스도의 몸인 우리도 장차 머리이신 예수님을 따라 부활의 몸을 입게 될 것입니다. 얼마나 놀라운 진리입니까?

물론 이는 인간의 이성과 경험을 뛰어넘는 초자연적 사건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믿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시간과 공간 속에 일어난 사건이기 때문에 그 결정적 증거를 남겨 두었습니다. 빈 무덤, 그리고 제자들의 놀라운 변화가 바로 결정적 증거들입니다. 그 증거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부활은 믿을 만한 사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새 하늘 새 땅이 임하여 온 우주가 새로워지고 죽음 자체가 사라지는 궁극적 부활은 단지 미래의 막연한 희망으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 희망은 믿음의 사람들에게 오늘 여기서 그 어떤 고통과 위협 그리고 가난과 외로움도 이겨나가며 사랑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놀라운 힘을 불어넣어주십니다. 바로 그런 의미에서 부활이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살아서 믿는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습니다(요 11:25-26). 죽음이 더 이상 그를 지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너무나 아름답게 보여 준 분이 바로 순교자 스데반입니다. 죽음에 직면하여 스데반은 성령 충만하여 하늘을 우러러 주목합니다. 하나님의 영광과 예수님께서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봅니다. 자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계신 부활의 주님을 본 것이죠. 스데반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도 하나님나라의 통치 방식은 여전히 사랑임을 너무나 잘 알았습니다. 또한 그 하나님나라를 위해 죽기까지 사랑의 길을 간 사람들에게 주어질 부활을 굳게 믿었습니다. 하여 그는 예수님을 꼭 닮은 모습으로 죽음의 길을 기꺼이 갑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두 마디를 남기며! "주 예수님, 내 영혼을 받아 주십시오." "주님, 이 죄를 저 사람들에게 돌리지 마십시오."(행 7:59-60)

맺음말

예수님은 죽음의 슬픔에 답해 주셨습니다. 먼저 죽음에 분노하셨습니다. 죽음에 대한 의식을 억압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면하여 분노할 때 오히려 역설적으로 죽음에 지배당하지 않고 죽음을 이겨나가는 길에 들어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슬피 우셨습니다. 지금도 예수님은 애통하는 자에게 가까이 다가오셔서 그냥 같이 우시므로 위로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죽은 나사로를 살려 내셨습니다. 죽음 넘어 부활의 세계가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자신의 부활로 이를 확증해 주셨습니다. 예수님이 주신 이 놀라운 답을 믿음으로 수용할 때, 우리는 죽음의 슬픔을 이길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사랑의 길을 우리도 기꺼이 걸어갈 수 있습니다. 죽음의 슬픔에 진정한 답을 주신 예수님께 깊은 감사와 찬양을 드립시다.

박득훈 / 새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