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간 신문에 “불안이 낳은 가족애 신드롬”이라는 제목으로 아래와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의 비극은 일상에 파묻혀 가족과 가정을 소홀히 했던 국민들로 하여금 다시 가족을 돌아보도록 마음가짐을 바꾸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2001년 9·11사태로 미국에서 불었던 ‘가족애 신드롬(증후군)’이 지금 한국을 뒤덮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방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50)의 가족은 요즘 출퇴근이나 등·하교를 할 때 서로 안으며 인사를 하는 등의 신체 접촉이 부쩍 많아졌다고 합니다. ‘우리 아들’ ‘우리 딸’ ‘우리 아빠’처럼 호칭 앞에 꼭 ‘우리’라는 말을 붙입니다. 아이들 장래문제에 걱정이 많았다는 김씨는 “이제는 건강하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고 했습니다.

주부 김모씨(51)는 카카오톡 ‘가족방’을 만들고 외지에서 고교를 다니는 아들에게 “밥은 먹었니? 공부가 힘들지는 않아?”라는 등의 안부문자를 자주 남긴다고 합니다. 아들은 “어머니는 건강하시죠? 아버지는 회사 일에 피곤해 하지는 않나요?”라며 답장을 줍니다. 김씨는 “아들이 전화를 해서 ‘저는 잘 지내요. 그냥 어머니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라고 말할 땐 눈물이 납니다”라고 했습니다.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을 둔 수원의 주부 최모씨(48)는 “요즘 중간고사 기간인데 공부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면서 “아이들에게 왠지 미안한 마음이 자꾸 든다”고 말했습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주부 박모씨(45)는 “교복을 입고 길을 가는 아이들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면서 “사춘기 이후 내 아이들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사랑한다’는 말을 이제는 용기를 내 자주 하게 됩니다”라고 했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차 진도로 간 전북 전주의 박모씨(51)는 “엊그제 열하루 만에 집에 들렀는데, 평소 말도 잘 안 하던 고교 3학년짜리 딸애가 마구 부둥켜안고 울면서 잔뜩 길러진 턱수염을 아픈 가슴으로 만지더라”고 전했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엄청난 비극을 보면서 걱정이 많아지고, 이것이 가족간의 관심으로 전환된 것 같습니다. 전에는 오직 더 잘하기 위해,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경쟁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이 살아있는 것, 옆에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고난을 통해서 삶의 우선순위를 새롭게 발견한 것 같습니다. 내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다른 사람도 소중히 여기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이 더욱 성숙해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즐겁게 사는 것,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것을 하나님이 원하시고 기뻐하심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 아, 그의 뒤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를 보게 하려고 그를 도로 데리고 올 자가 누구이랴 (전3:22)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