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후 7년 동안 이런 일 저런 일로 본교회 교인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은 ‘목회의 열매는 희생에 있다.’는 사실이다. 모처럼 어느 교인을 만나면 자연적으로 과거 시무할 때 이야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가령, 자기의 자녀가 병으로 고생할 때 밤중에 심방 와서 눈물로 기도해준 일, 삼복더위 임에도 자기 부친 장례식 때 땀 흘리며 선산에서 집례해 준 일, 치료비가 없을 때 병원에 강권적으로 입원시킨 일 등등, 대부분의 교인들이 자기 가정이 어려웠을 때 희생적으로 도와준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다.

우리 목회자들은 의례히 하는 사역임에도, 자기들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몸이나 시간, 물질을 희생하며 수고해 준 사실을 은퇴한 지금에도 잊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어느 때는 우리 부부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일도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할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이야기 중에 우리 교회를 거쳐 간 부교역자들의 이야기를 할 때도 희생적이었던 분들을 대부분 화제로 삼는다. 자기 자녀가 가출했을 때 그 부역자가 사방팔방 찾아 집으로 데려오고 계속 돌봐주었다는 이야기는 내가 들어도 감동이었다.

우리가 예수님을 생각할 때마다 감동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십자가의 희생 때문이 아닌가? 버러지만도 못한 우리 인간들을 구원하기 위해 높고 높은 보좌를 버리시고 낮고 천한 세상에 연약한 사람의 모양을 입으시고 오셔서 온갖 모욕과 핍박을 감내하시고 결국 십자가에서 희생하신 그 주님을 생각할 때마다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그 주님을 생각할 때마다 어찌 우리가 죄의 넓은 길을 버리고 의의 좁은 길을 따라 살겠다는 눈물의 결단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가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뭉클한 이유는 희생적인 사랑 때문이다. 배고픈 시절 자기는 굶으시면서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셨고, 아파서 입원했을 때 밤이 맞도록 지성으로 간호하던 기억, 교무실에 불려가 자기 대신 울면서 사정하던 모습하며 대학입시에 불합격하여 좌절 속에 빠졌을 때 눈물로 기도해 주며 위로의 말을 해주던 기억이 가슴에 눈물을 고이게 한다.

나의 경우에는 신학교에 입학했을 때, 아버지는 아직도 기독교에 입문하지 않으셔서 반대가 대단했었다.(훗날에는 장로가 되셨다). 그러므로 아버지 몰래 등록금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희생하시던 어머니, 시골교회 시절, 연년생으로 출생한 아들들 때문에 중학교 교사였던 집사람이 힘들어 할 때 1살짜리 큰 아이를 춘천으로 데려가 2-3년 키우시며 갖은 고생을 다하셨었다. 그처럼 일생 아들 목회를 위해 기도의 밑거름이 되어 주신 어머니의 희생을 잊을 수 없다.

목회는 희생의 밑거름 없이는 열매 맺을 수 없다. 요12:24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아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십자가 없이는 부활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라는 것을 우리 목회자들은 잊어서는 안 된다. 원로 팟캐스트를 통해서 많은 은퇴목회자들을 인터뷰하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리 수천명의 교인들을 울리고 웃기는 설교가 일지라도, 아무리 교회를 배나 성장을 시키는 성과가 있을지라도 교회와 교인들을 위한 십자가의 희생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목회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열매는 맺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느 목회자는 대단한 능력가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자기 이득(利得)에만 집착할 뿐 희생의 모습을 보이지 못함으로 결국 그 교회를 사임하는 것을 보게 된다. 밀알 그대로 남아 있는 모습이다.

자기 이름 높임과 자기의 이해타산에만 능한 모습이기에 하나님이 원하시는 열매가 나타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목회자는 억울한 일을 당하고 사임 압박을 받는 때에라도 주님의 십자가를 따라 자기를 낮추고 예수님과 교회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 부활의 능력이 강하게 나타나 결국 반대자들까지 감복하는 등 많은 열매를 맺게 되는 사실을 우리 목회자들은 희생의 연습을 통해서 배워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