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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독교적 '강대국 의존'이 빚은 불행 |
| [이주간의 소리] 강대국 중심·실리 천착·철학 빈곤의 이명박 외교 난맥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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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대통령 전용목장인 캠프데이비드을 찾아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 청와대 |
남북관계를 포함해 이명박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꿴 후과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첫 단추는, ‘한미동맹’이었다. 이는 지난 10년 진보성향의 정권으로 인해 느슨해진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 취지의 본질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세계 최강국과 연계함으로써 경제적 실리가 보장되는 것은 물론, 안보의 실익을 거두게 될 것’이라는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그릇된 첫 단추 뀀이 난국을 초래했다. 어떻게 그릇됐다는 것일까.
‘이명박 독트린’ 왜 좌초됐나
우선 상황 인식의 그릇됨이다. 지난 10년은 남과 북이 서로가 ‘불가침’의 관계에 있음을 돈독히 하던 때였다. 북한은 경제규모 36배의 남한에 대한 도발을 감행할 능력이 없음을 자각했을 뿐더러, 그 필요성을 잊은 지 오래이다. 그래서 지난 10년 간, 충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남과 북은 6.15, 10.4 등 민족 번영의 길에 공조하기로 뜻을 모으는 등 큰 성과를 배태했다. 양측의 합작품인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은 그 진정성의 상징이다. 또한 미국의 경제 봉쇄로 인해 북한이 핵 개발이라는 벼랑 끝 전술을 취할 때도 남한 정부는 ‘대화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며, 완고한 북한 권력자들을 6자 회담 테이블로 끌고 나왔다. 지속적인 설득과 지원 끝에 북은 핵을 포기하기로 했고, 지금은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대상에서 빠지게 됐고, 경제 원조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북미 관계까지 개선이 되는 마당인 것이다. 그런데 남한의 새 정권인 이명박 정부 혼자 지난 10년의 성과를 부정하고 ‘핵 포기 전제 식량지원 입장’ ‘북핵 시설 선제 공격설’을 흘리는 등 북을 자극하는 악수를 두더니 지난 3월 이후에 공식, 비공식 라인을 모두 두절당하는 상황에 처했다. 지난 정권 대북관계 실무에 있던 이들은 ‘10년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진 것’이라며 혀를 차기도 했다.
빈약한 내용도 문제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한미 21세기 전략동맹’을, 일본 후쿠다 야스오 총리와 ‘한일 신시대 개척’을 선언했다. 그러나 상호 협력에 기반을 둔 총론적 합의일 뿐, 구체적인 공조 방안이 없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그저 친하게 지내자’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의 성급함만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으로선, 경제적 협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이해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외교는 선언이 아니다. 철저한 협상의 산물이다. 이 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외교’를 비즈니스에서의 ‘거래’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된다. ‘뭘 주면 뭘 받는다’는 식의 거래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국제 외교 무대에서 내 것을 남에게 주고, 나는 또 남에게서 반대급부를 얻는 것은, 규모가 비슷한 나라, 서로의 전략적 이해가 통하는 나라끼리만 가능하다. 미국에게 쇠고기 검역주권을 넘겨주다시피 하면서 우리는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연내 비준’이라는 화답을 기대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노력은 하겠지만 장담은 못 하겠다”며 딴청을 피우고 있다.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돌아온 것은 ‘독도 도발’이었다. 그래놓고 우리는 대응조차 변변히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본 야당은 ‘등신 외교’이라는 모욕적인 표현도 아끼지 않고 있다.
파급 효과에 대한 세밀한 분석도 전무했다. 미국과 일본을 서둘러 ‘내 편’으로 묶으면서 ‘새로운 난관’을 양산한 것이다. ‘중국의 반발’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나라든 ‘주변국이 어느 나라와 동맹을 할지. 혹시 그 동맹 대상이 강대국이 아닌지’ 유의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미국에 밀착 하겠다’며 공언하고 나섰다. 중국은 한미동맹 이면에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 가능성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우려한 중국은,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던 날, ‘낡은 발상’이라면서 한미 간 밀착을 비난했다. 국빈으로 모셔와 문전에서 물벼락을 뿌린 격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런 결례 앞에 무방비로 당했다. 현재 두 나라 사이에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금강산 피격’과 ‘독도 도발’ 사건이 터졌다. 북한을 상대로 우리 정부는 ‘진상조사 요구’ 조차 하지 못하고 있고, 일본을 상대로도 딱히 대응할 꺼낼 게 없어서 속만 끓고 있다. 이런 와중에 ‘동맹 관계’가 된 미국으로부터는 “그러기에 왜 대북 강경책을 썼는가”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즈․월스트리트저널) “독도 문제는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영토분쟁” (숀 매코맥 미국 국무부 대변인)라는 냉소만 사고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어, 실리(實利)는커녕 본전도 못 찾은 꼴이 된 것이다.
외교 통일 노선의 근본적 수술 불가피
무리한 한미동맹 선언 이후, 쇠고기 개방에 따른 국내의 반발, 중국 정부의 반발, 북한에 의한 우리 관광객 피살, 일본의 독도 도발까지. 이런 난맥상은 5개월 밖에 안 된 이명박 정부의 외교 성적을 0점으로 환산하지 않을 수 없는 근거들이다. 또 지금의 외교 통일 노선의 근본적인 수술을 기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는 과제를 남긴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술을 할 것인가.
우선 ‘강자 의존’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사고의 틀부터 뜯어내야 한다. 미국의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쇠약해지고 있다. 재정과 무역 부문의 적자는 누적돼 왔고, 증시와 금융에서도 유럽에 밀리고 있다. 달러화는 약세이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경제의 위기도 현실화됐다. 중국 인도의 추격은 가시화되고 있고, 추월도 예견된다. 경제만 이런가. 미국의 ‘세계화’ 전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중동을 비롯, 유럽, 남미 지역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런 미국에 대해 의존적 태도를 유지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략은 ‘올바른 현실인식 속 판단’이라 말할 수 없다. 저무는 태양을 바라보며 옷 말려봐야 소용없는 것이다.
또한 ‘실리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전에 “국익에 맞으면 반미를 택할 수 있다”라고 했다. 적절치 않다. 외교에는 ‘국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를 따질 때 실리만으로 국한할 수 없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비핵개방3000’ 방안을 제시했다. ‘핵을 버리고 개방하면 연간 국민소득 3000 달러가 되도록 하겠다’는 안이다. 또한 ‘쌀 등 인도주의적 지원도 ‘비핵’ 후에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과거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남북 사이에 상호주의 기조를 드러내고자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답은 ‘북한의 거부’였다. 그들의 반발 강도는,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우리가 거지인가’라는 모멸감을 받은 게 아닌가 추측될 정도이다. 이후 북한은 남한과의 관계를 끊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역도’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명박 정부는 당황했다. 3자를 통한 대북지원으로 한 발 물러서더니, ‘무조건 지원 하겠다’며 북측에 제안했다. 심지어 우리 국민이 피살된 상황에서도 ‘남북 대화 전면재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명분과 실리는 완벽하게 실종된 것이다.
아울러 ‘철학 중심’의 정책 기조가 있어야 한다. <한겨레> 7월 16일자에서 문정인 교수(연세대)는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는 큰 그림, 대전략이 없다. 오로지 조건부적·반사적 정책, 임기응변적 대응 뿐”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발생하면 ‘돌려막기 식’ 대응을 한다는 지적이다. 금강산 독도 사건에 대처하면서 꺼낼 ‘카드’가 없어 좌시만 하는 상황은 바로 이 점을 웅변한다. 원칙과 방향이 없는 외교라면 정말 큰일이다. 원칙이 없으니 작은 일에 흥분할 수 있고, 방향이 없으니 지향점, 목표의식도 없다. 큰 나라에게 딱 먹히기 좋은 조건이다. 일본의 독도 도발은 이런 이명박 정부의 빈한한 외교 철학을 통해 가능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외교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 성장’이 바로 그 해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과이다. 목적이 될 수 없다. 왜 ‘경제 성장해야 하나’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철학 없는 부 축적은 졸부만 양산하고, 물신주의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강대국 의존, 기독교인 자세 아니다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은 특히 미국 등 강대국에 의존하는 인본주의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미국이 기독교 정신 기반 위에 선 나라이지만, 석유 자원을 강탈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켜 숱한 민간인을 살해한 원죄가 있으며, 인종 갈등 등 숱한 사회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는 세속국가이다. 미국 자체가 선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또한 물질 중심의 사고, 즉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가치와 명분을 뒷전에 놓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주의, 환경, 통일, 도덕성, 인권은 당장 ‘돈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경원시할 것들일까. 이런 가치를 소중히 할 때 우리는 비로소 문명국가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런 문명국가가 국제 질서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정부의 통일 외교 정책이 위기에 봉착한 배경은 ‘신뢰를 잃음’에 있다. 신뢰의 위기는 손쉽게 털고 가기 어렵다. 이 난제를 회복하기 위해 진정성을 입증할 길은 하나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본인의 인식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서 이 난관을 뚫고 나갈 방도는 없다. ‘집권 초기에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격려로 얼마나 더 돌려막을 수 있겠다고 보는가. 세계화 시대 속에 외치의 붕괴는 곧 내치의 해체를 의미한다. 지금이 그렇다. 외치의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내치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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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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