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는 모방에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다. 남의 것을 모방하다 보면 실력이 늘고, 그 실력에 의해 창조성이 발휘된다. 그래서 예술 하는 이들을 보면 초기엔 거의 모두 모방이다. 대가들이 그린 것을 흉내 내고, 대가들이 연주한 것을 흉내 내는 정도이다. 사실 그렇다. 무엇을 배우든지 처음엔 다 따라하는 것이다. 따라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올라서게 된다.

신앙생활도 그러하다. 처음엔 다 믿음의 선배들을 따라하는 것이다. 기도를 따라하고, 성경 묵상을 따라하고, 찬송을 따라하고, 섬김을 따라하고, 봉사를 따라하고, ... 내 목회 초년병 시절에도 선배 목사님을 따라다니며 철저하게 그분들이 하는 것을 따라했다. 그 시절에 아기를 등에 업고 권사님들을 따라다니며 기도를 배우고, 심방을 배우는 젊은 엄마들을 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왕십리에 와서도 심방을 가보면 그 어린 새댁, 젊은 주부가 어른 권사님과 구역장을 따라 열심히 구역예배 드리며 봉사하는 것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 때 새댁들이 이미 노숙한 권사들이 다 되었지만.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한국교회에서 이런 배움이 사라졌다. 대신 자기들끼리 모여서, 머리에 든 게 많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제자훈련이니 성경공부니 하며 이론을 배운다. 삶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설(說)을 배운다. 그러기에 요즘 젊은 신도들은 말은 잘하고 이론 전개가 매우 논리정연한데, 뭔가 삶의 묵짐함이, 신앙의 그 무거운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영적 파워를 갖고 싶은가? 기도의 능력을 얻고픈 가? 하나님의 은혜와 은총의 바다에서 살고픈 가? 따라하라. 순전한 심령으로 따라하라! 교회의 지도를 따라하라. 믿음의 선배들을 따라하라. 그리하면 하나님의 은혜의 바다에 이른다. 단순히 제 3자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을 바라보면 유치하기만 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남들은 다 은혜 받는데 자신만 홀로 외롭다. 그 은혜 충만한 자리에서 자기만 외롭다!

여전도회 연합 수련회를 다녀온 어떤 젊은 집사님  왈,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어른들과 함께 하는 것이 이렇게 은혜롭고 좋은 줄 몰랐어요.’ 이제 신앙성숙에 입문한 것이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