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대와 함께 들어갈 때,
마음이 조금은 착잡하다. 빈자리가 너무 많다. 불과 5분 전인데도 빈자리가 많다. 단에 올라가 앉자마자 주님께 착잡한 심정을 기도로 올린다. ‘주님, 죄송합니다. 빈자리가 많네요. 그런데 주님, 좀 채워주세요. 제가 보기에도 그런데 주님 보시기에도 맘이 불편하시잖아요? 빨리 좀 보내 주세요.’ 간절한 심령으로 간구하고, 찬양대의 찬양에 조심스레 눈을 뜨면, 아, 가득한 성도들! 이쁘고 반갑고 즐겁고, ... 그러면서도 야속하다. 매번 이럴 건가? 매번 목사의 애간장을 끊어놓아야 재미있는가? 갈수록 머리카락 다 빠져 더 빠질 것도 없는데 여전히 늦게들 올 것인가...

이것도 잠시,
찬양을 부를 때, 나는 행복에 빠져든다. 우리 교회 성도들은 너무 찬양을 잘한다. 찬양에 힘이 있고, 정성이 있고, 고백이 있다. 그중에도 회개와 사죄의 찬양에는 성전안의 모든 천사들이 춤을 추는 듯한 감동의 찬양이 가득하다. 때로는 눈물이 핑 돈다. 예수 보혈, 그 십자가의 은총, 사죄받음, 헌신, ... 아, 이 감격을 어디서 맛볼 건가? 무반주 찬양을 부를 때는 숨이 넘어간다. 너무 감격스러워...

설교를 할 때,
지독히 아멘으로 화답해 주지 않는다. 아멘으로 화답해 주면 설교자들은 더 힘을 얻는다는데 우리 교우들은 아멘을 속으로만 한다. 겉으로 하면 누군가에게 혼나는지 입을 꼬옥 다물고 마음으로만 아멘 아멘 한다. 은혜를 받고 있는지, 내가 잘못 증언하고 있는 건 아닌지 어떨 때는 맥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우리 교우들은 무표정한 척 하면서도 다 듣고 있다. 그 안 듣는 척, 은혜 못 받는 척 하는 연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

그리고 축도 후 예배실 중간으로 나갈 때,
나는 너무너무 행복감에 날아갈 것 같다. 일어선 채 좌우에서 종알종알 하며 기도하는 소리가 아름다운 폭포소리요, 새들의 환상적인 지저귐이요, 생명의 기운으로 소름이 피부에 쫘악 올라오는 소리이다. 그 점잖던 이들이 말씀 받고, 은혜 받고 성전을 나서기 전에 주님께 다짐하고 고백하는 그 조용하면서도 힘찬 종알거림은 나를 거의 죽게 만든다. 그러기에 누구보다 예배를 마치면 육신은 지치긴 하지만 내 영은 행복에 빠져든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