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동안 논문표절 문제로 매스컴을 뜨겁게 달구더니 최근에는 설교표절 문제가 한국교회 내에서 틈틈이 소리를 내고 있음으로 목회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원로)는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 목회자의 영성과 삶을 거쳐 선포되는 것이기에 설교 표절은 단순한 저작권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과 성도들을 속이는 일’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니 ‘과연 나는 설교표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목회자들은 스스로에게 던지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설교표절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윤리위원회가 주관한 '열린대화마당'에서 설교표절 문제를 다루었는데 발제자들은 설교표절 범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논문에 비해 설교표절의 경우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통째로 베끼거나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표절했거나 다른 설교들을 짜깁기한 것이다.’고 했다. 한진환 목사(서울 서문교회) 설교표절 중에 가장 저질스러운 것은 다음과 같다고 표현했다.

“설교 표절 중에 가장 교묘한 것은 남의 설교를 기술적으로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는 것이다. 남의 설교를 이곳저곳에서 끌어와서 편집하거나 짜깁기해서 자신의 것처럼 둔갑시키는 것이다. 본문에 대한 깊은 묵상이나 자신의 고유한 창의적인 내용이 없이 남의 것을 편집한 것에 불과한 설교는 기술적인 표절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남의 예화에 나오는 이름과 일시를 살짝 바꾸어 사용하거나, 남의 체험을 마치 자신의 체험인양 둔갑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명백한 거짓말이며 저질스러운 변조 행위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어떠했던가? 설교표절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40대 후반부터는 교회가 성장하여 부교역자들과 함께 사역함으로 설교를 분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는 모든 설교를 거의 도맡을 수밖에 없어서 일주일 동안 엄청난 설교을 공급해야 했다. 주일설교는 물론, 오후설교, 수요기도회, 금요철야기도회, 새벽기도회, 각종 심방 등등, 많을 때느 한 주간에 수십 번의 설교를 강행해야 했다.

40대 후반에 부교역자들과 사역할 때도 주일 오후 설교와 특별한 경우 외에는 대부분 설교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주일날 설교와 수요기도회 설교만은 심혈을 기울여 준비했지만 특별설교를 할 경우에는 설교자료 사이트를 인용하여 나름대로 편집하여 설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별히 금요기도회는 은혜를 사모하는 교우들에게 영적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마련한 시간이므로 대부분 주제가 기도응답과 성령충만이었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설교 준비했지만, 5년 이상이 되면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기도와 성령에 대한 서적 뿐 아니라 많은 CD를 구입하여 인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느 때는 한 권의 책에서 여러 편의 설교를 나름대로 편집하여 전했지만, 노회와 총회 일에 바쁘든지, 어느 기독교신문이나 월간지에서 청탁한 원고를 쓰노라 시간이 부족할 때는 어느 분의 설교를 그대로 인용하여 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고백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도 과거 설교표절 했지 않은가?’라는 추궁을 받는다면 유구무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상황에서 다시 목회한다 할지라도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설교기계가 아닌 이상 어떻게 그 많은 설교를 창작하여 전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주일날 설교만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하여 강단에 섰다는 고백을 할 수 있다. 대부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금요일날 한적한 곳으로 가서 본문을 붙잡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으로부터 그 주간에 받을 메시지를 구했고, 토요일이면 아침부터 서재에 박혀 설교원고 작성에 진력을 다했다.

어느 때는 설교원고를 마치고 탈진상태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수요일 성경강해는 나름대로 원고를 만들어 프린트물을 만들어 교우들에게 전했고, 후에는 프로젝트로 스크린에 비취어 가면서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주일설교와 수요설교만은 설교표절이라는 범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특별설교와 금요기도회 때 인용했던 설교들도 위의 언급한 한진환 목사의 글을 읽으면서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 않을까 자위해 본다.

“우리 주위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경건 서적들, 주석들, 강해 서적들이 나돈다. 그 자료들을 접하다 보면 거기에 나오는 아이디어들, 영감들, 힘 있는 문구들이 끊임없이 목사 자신의 사고 속에 축적된다. 그런 자료들이 설교를 통해 흘러나온다면 그런 것을 표절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자료들은 이미 깊은 묵상을 통해 목사 자신의 피와 살로 체화된 것이라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 목사의 사고와 영성, 삶과 인격이라는 필터를 거쳐 선포되는 종합 예술과 같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