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의 먹거리들이 몰려오고, 맵고 짠 음식을 거부하는 신세대들이 늘면서 식탁 위의 김치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러던 김치의 과학적 비밀이 속속 밝혀지면서 영양 만점의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채소를 절여먹는 관습이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까이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쓰케모노, 인도네시아의 아차르가 있고, 독일에는 사워크라우트가 있습니다. 오이를 절인 서양의 피클과 같은 유형의 음식도 있습니다. 그 중 김치는 단연 돋보입니다. 김치의 비밀을 눈치 챈 일본은 어느새 김치를 자기네 것으로 소화해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세계에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김치종주국이라는 점은 누가 뭐래도 확고합니다.

청주과학대에 있는 김치식품과학과에서는 상당부분이 베일에 가려 있는 김치의 비밀을 밝혀내고 김치과학을 학문화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학계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김치의 과학성은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김치는 소금에 절인 배추를 사용하기 때문에 발효 과정에서 염분에 강한 유산균만 살아남고 다른 해로운 균은 증식이 억제됩니다. 각종 김치 재료에 신비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유산균 집단입니다. 유산균은 김치의 시원한 맛과 독특한 질감을 내주고 스스로 비타민을 합성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유산균과 김치재료가 만나 암과 돌연변이를 억제하는 '생명물질'을 만들어 낸다는 점입니다.

국립수산과학원도 가을 김장철을 맞아 김치에 사용하는 젓갈의 신비한 역할을 발표했습니다. 김치에 젓갈을 넣는 이유는 해산물을 원료로 하여 한 차례 숙성의 과정을 거친 젓갈은 김치의 숙성을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는 한편, 유리아미노산의 조성을 활발하게 해주어 김치의 감칠맛을 향상시키고 아미노산의 함량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김치를 담글 때 젓갈류를 사용하면 발효가 잘 일어나고 맛도 좋아지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 김치제품에서는 젓갈을 사용하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고 하지만, 젓갈은 고혈압을 개선할 수 있는 기능성 펩타이드(Peptide)와 라이신(Lysine)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다량 들어 있어 적절한 사용은 건강에 좋다고 합니다.

김치는 다양한 재료들의 집합체로서 한 데 버무려져 있지만 제각기 서로 상호작용을 하여 우리 몸에서 많은 역할을 합니다. 우리 교회도 김치와 같은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서로서로 세워주는 아름답고 건강한 공동체가 되기를 축복합니다.

그에게서 온 몸이 각 마디를 통하여 도움을 받음으로 연결되고 결합되어 각 지체의 분량대로 역사하여 그 몸을 자라게 하며 사랑 안에서 스스로 세우느니라(엡4:16)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