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저물어 갑니다. 흔히 연말이 되면 언론에서는 올해 신조어나 유행어를 선택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어느 신문사에서는 사회·언론·경제학 등을 전공한 교수 15명에게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 취업난을 반영한 신조어가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우리 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이 쏟아졌습니다.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한 스웨덴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에 빗대 '이케아 세대'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이케아 제품은 실용적이고 디자인도 세련됐지만 대부분 가격이 저렴해 언제든 다른 제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케아 세대는 뛰어난 능력과 스펙을 갖추었음에도 불구,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의미합니다. 뛰어난 학생들이 핵심 부품이 아닌 일개 조립품이나 나사 같은 존재로 여겨지는 우리의 고용 상황을 잘 드러내는 단어라고 합니다.

등록금 대출을 받았으나 취업이 늦어져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청년실신'도 같은 맥락의 신조어입니다. '청년'이란 단어에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앞 글자를 딴 '실신'을 붙인 것입니다. 취업난으로 직장을 구하지 못해 30대 이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빨대족'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을 선호해 상대적으로 인문계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인구론'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인문대 졸업생의 90%는 논다'는 의미입니다. 기업 경영에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외치던 기업들이 정작 인문대생을 외면하는 모순된 양태를 보여준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국의 수많은 인문학부교수들은 무엇을 위해 가르쳤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직장에 들어가도 연봉·복리후생 등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취업시장으로 돌아오는 '돌취생'도 있습니다. 일단 아무 회사에나 들어갔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결국 퇴사해 백수가 된 20대를 가리키는 '이퇴백'이란 말도 생겼습니다.

'썸(some)'은 올해 젊은이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던 말 중 하나입니다. 가수 소유와 정기고의 듀엣곡 제목으로, 남녀가 정식으로 교제하기 전 상대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애매한 단계를 말합니다. '썸탄다' '썸남썸녀' 등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교제 방식 대신 넓고 얕게 만나는 젊은이들의 연애 풍속도를 보여주는 단어이며, 불안하고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현실이 인간관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말 못할 다양한 고통을 안고 청년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밥은 굶더라도 열정 하나만 가지고도 살 수 있을 청년에게 무슨 고통이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나름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많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마음을 가득 담은 축복 기도가 필요합니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 그리하라(전12:1)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