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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정치] 제 눈에 들보부터 봐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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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눈에 들보부터...
지난 5월 2일이었다.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소라 하더라도 도축검사에서 합격하지 못한 소의 경우, 돼지 사료용으로 사용을 못하게 하도록 됐다”며 자랑했다. 그런데 미국 관보에는 정반대의 내용이 실렸다. “30개월 미만의 소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하더라도 동물성 사료로 쓸 수 있다”고 나온 것이다.
그랬더니 농림수산식품부는 실무자가 영어를 잘 못해서 번역을 잘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냥 덮어지는가 했다.
그런데 민주당 강기정 김우남 의원이 오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런데 실무자가 영어를 잘 못해서 번역을 틀리게 한 게 아니라, 알고도 그렇게 국민들에게 엉뚱한 내용을 자랑했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인데, 야당 의원들도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근거가 있다. 농식품부가 “여러분, 30개월 미만 소라도 도축검사 합격 못 하면 못 씁니다”라며 이렇게 주장을 하기 전에 이미 주미 대사관으로부터 “30개월 미만의 소는 도축검사에서 불합격하더라도 동물성 사료로 쓸 수 있다”는 한글 번역 문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 문건을 공개한 것이다.
그러니까 번역 잘 못해서 그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진다. 알고도 가짜 홍보를 했다는 것이다.
자, 야당 의원들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농식품부가 총동원돼 2단계에 걸쳐 은폐 조작을 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야당은 외교통상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관련한 비밀문서 일체를 2009년 12월31일까지 '비밀'로 재분류했고, 국회 쇠고기 국정조사특위 활동이 시작되니까 이 문서를 수신해서 보관하는 농림수산식품부에도 공문을 보내 비밀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MBC <PD수첩>에 대해 ‘번역을 잘못했다’며 한나라당, 검찰, 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한 여당과 각종 국가 조직이 총동원돼서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지 않나? ‘남의 눈의 티끌은 잘 보이고, 자기 눈에 들보가 안 보이냐’는 논란이 불거질지 주목된다.
■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휴가를 가 있는 상태인데, 휴가가 휴가가 아니라고 한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 때 의장성명을 뜯어고치기 위해 수를 쓰다가 외교적 망신을 자초하기도 했지? 그 태풍 속에 휘말리는 상황에서, 지난 주말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암석으로, 또 한국 소유가 아닌 국제분쟁지역으로 바꿔 표기한 것이 드러났지? KBS가 단독 보도하기 전까지 아무도 몰랐다.
청와대는 “또 외교쪽에서 일이 터졌다"며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김성환 외교안보수석과 이동관 대변인은 휴가를 취소했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청와대를 방문해 참모들에게 독도 관련 상황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크게 노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독도 영유권 문제와 관련해 각국 의회 상황을 파악하라고 지시했지?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크게 화를 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청와대는 긴급회의를 통해 미국 측에 지명표기 정정을 요청하고, 정부의 공식적인 노력과 별개로 민간 차원의 외교 노력을 배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을 안 내놓아서 상황이 이 지경이 됐을까? 그래서 인책론이 제기된다. 이태식 주미대사 또 유명환 장관이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 사람을 교체해 버리면 상황이 달라질까?
이제 우리 외교 안보의 방향, 철학의 변화가 필요할 것 같다. 문제의 핵심은 철학의 부재이다. 왜 외교를 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사실 국익을 위한 외교를 안 하는 나라는 전혀 없다. 결국 ‘어떤 철학에 바탕을 둔 국익이냐’가 관건이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방법론만 있지, 바탕이 없다. 예를 들어볼까?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보란 듯이 추진했다. 한미동맹이 나쁜 게 아니라 주변 나라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고 밀어부친 게 문제였다. 이러다보니 중국이 당장 반발했다. 또한 ‘한미동맹의 저의에는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라는 북한의 거부감을 샀다. 이런 와중에 쇠고기 시장에 대한 무차별적 개방으로 나라 안에서도 큰 난리를 자초했다.
사실 미국하고만 친하면 외교는 끝이던 시절이 있었다. 동서 냉전이 심화되던 때가 그랬지? 세계의 질서는 미국과 소련이 주도했다. 미국하고 친하면, 알아서 안보와 경제 실익이 보장됐었다. 그러나 냉전이 해체된 이 시점은 미국하고만 친해서는 안 되는 구조이다. 유럽은 어떻게 할 것인가, 러시아는, 중국은, 인도는... 저차 방정식으로 고차 방정식을 풀 수 없다. 제발 좁은 눈으로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다고 생각 말고, 되도 않는 독선은 버려야 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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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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