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동안 목회하면서 귀한 성품을 가진 교우들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도 그들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교우들 중에는 특이한 성격을 가진 분들 때문에 많이 당황도 하고 실의에 빠지기도 했었다. 신앙이 있다고 하는 분들 중에도 유난히 공격적인 사람, 분쟁에 능한 사람, 허풍쟁이, 수다쟁이, 너무 인색한 사람, 너무 사치한 사람 등등 세상 냄새를 풍기는 분들이 적지 않다.

어렸을 때 극심한 가난이 원인이 되어 일생 돈만 아는 사람이 되거나 부모가 억울하게 죽은 것이 원인이 되어 일생 복수심에 매여 사는 사람, 어린 자기를 두고 재가한 어머니를 일생 미워하며 사는 사람 등 교우들 중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린시절 상처를 치유하지 못함으로 신앙이 성숙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그들을 염두에 두고 열심히 설교해 보지만 별로 변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으로 주일날 모든 사역을 마치고 사택으로 돌아갈 때 탈진될 때가 많았었다.

물론 그들만이 아니라,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 거의 대부분의 교인들마다 나름대로 연약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분은 명예욕에, 어느 분은 물욕에 약하다. 반면 어느 분은 성적(性的)인 면에 시험이 잘 들고, 어느 분은 평소의 침착한 모습과 달리 순간적인 혈기를 참지 못해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무엇 때문인가? 신앙적으로 사탄의 미혹에 넘어간 탓이라고 표현하면 간단하지만, 사실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유아기 때의 트라우마가 성인기의 행동을 좌우할 때가 많다고 주장한다. 어렸을 때 받았던 상처들이 잠재의식 속에 잠복되어 있다가 성인기에 와서 폭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상습 절도, 방화, 성폭행, 살인 등 모든 범죄는 어린 시절에 받았던 상처가 뿌리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러므로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방치하지 말고 치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유아기적인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않고 잠재의식의 검은 창고에 방치해 두면 그 상처도 세월의 크기만큼 함께 자라서 큰 흉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카알 메닝거라는 정신분석학자는 저서 ‘애증(愛憎)’에서 “성인된 남자는 여러 가지로 공격, 침략을 당해도 맞설 수단이 있지마는, 아이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기 때문에 감정 밑에 묻어둔다. 그 눌러진 감정이 20년이나 잠복되었다가 나올 때는 10배나 100배로 폭발력을 갖게된다.”라 했다.

히틀러라는 전쟁범은 왜 생겼는가? 그의 어머니는 남편이 장사 일로 집을 비운 사이에 유태인 남자와 불륜의 관계를 맺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히틀러는 어려서부터 마음속 깊숙이 유태인을 증오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자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되었다. 결국 그는 나치 독일의 지도자가 되었을 때에 이 증오로 인하여 유태인 6백만 명을 학살하고 전 세계를 전쟁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는 괴물로 돌변되었던 것이다.

내 경우에는 특별히 어렸을 때 받은 상처가 별로 없다. 다만 남들과 똑같이 6.25 사변을 9살 때 겪어야 했다.   전쟁 이후 보리고개시 식구들이 죽을 많이 먹었다. 그래서 지금도 아무리 좋은 죽이라도 먹고 싶지 않다.  6남매가 자라면서 변변한 속내의나 양말이 없어서 언제나 덕지덕지 꿰맨 것을 입고 신다보니 지금도 좋은 양말, 좋은 내의를 입으면 번번이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또한 전쟁의 기억이 잠재의식의 밑바닥에 아직도 파편처럼 잔재되었는지, 포탄 소리나 비행기 소리가 나면 65년이 지난 지금에도 순간적으로 예리한 두려움의 칼끝이 감정을 찌르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상처는 국가적인 공감대를 이루면서 어느 정도 치유를 받을 수 있었지만, 만약에 개인적으로 어려울 때 받은 폭력이나 천대, 화재나 사고로 인한 가족의 죽음 등 극심한 상처를 받았다면 일생동안 그 트라우마에서 자유하지 못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가정이나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어렸을 때 받은 상처가 더 이상 어두운 잠재의식에 방치되지 않도록 치유해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부모나 자녀 간, 부부 간에라도 어렸을 때 받은 상처나 맺힌 한을 대화나 깊은 사랑으로 감싸주면서 풀어주어야 한다.  특별히 교회는 십자가에서 철저한 회개를 함으로 자기를 버리는(마16:24) 체험을 하도록 도와야 하며 신앙 간증을 통해서 자기 잠재의식의 어두운 창고를 열어 복음의 빛이 비취어 줌으로 쓰라린 악취의 기억을 끌어내도록 권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십자가에서 못 박은 자아 자리에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의 쓴뿌리는 얼마나 질긴지 한번 회개하고 깨어졌다고 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느날 보면 다시 살아나 자신을 시험에 들게 만드는 것을 체험한다. 그러므로 바울처럼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15:31)"고 고백하면서 경건의 연습에 힘써야 어느날 성숙한 신앙의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교회는 십자가에서 철저한 회개를 함으로 자기를 버리는(마16:24) 체험을 하도록 도와야 하며 신앙 간증을 통해서 자기 잠재의식의 어두운 창고를 열어 복음의 빛이 비취어 줌으로 쓰라린 악취의 기억을 끌어내도록 권유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십자가에서 못 박은 자아 자리에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예수님의 성품을 닮아가도록 할 것이다. 오늘도 교회 안에는 회칠한 무덤 같은 자기의 잠재의식 속에 치유 받지 못한 과거를 은익한 채 계속 경건의 모양으로만 덧칠하고 있는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가?

더욱이나 외모는 경건해 보이나 내면은 회칠한 무덤을 가진 자들이 교회 지도자로 활동함으로 악취를 피우는 교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그런 이들을 바라보면서 설교하고 그런 이들과 교회를 운영하는 우리 목회자들은 얼마나 스트레스가 쌓여 가겠는가? 이러한 때 우리 목회자들은 바울의 고백을 우리의 고백으로 가슴 깊이 받아들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박해와 곤고를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한 그 때에 강함이라(고후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