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가가 지금은 고위직에 있는 한 정치인의 선거사무소에 찾아가 비타500 박스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 박스 안에 비타500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선거자금 30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전국의 편의점에서는 비타500의 매출이 전날에 비해 약 50% 증가했다고 합니다.

돈이 있는 곳에는 권력이 모이기 마련이고, 권력 있는 곳에는 돈이 몰리기 마련입니다. 이런 현장에서 은밀하게 큰 돈 거래 수단으로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돈을 주고 받는 사람들은 우선 다른 사람의 눈에 덜 띄는 것을 원하기에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기 전에는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적당(?)한 현금을 입금한 뒤, 통장과 도장을 건네주면 간단히 끝났지만 실명제 이후 쉽게 추적이 가능해져 뇌물을 전달하기가 곤란해지자 직접 현금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단이 동원되었습니다. 007가방에는 1~2억 원의 현금을, 사과상자에는 2~3억대의 현금을 담아 전달했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이른바 코리안 매직박스라 불리는 마법의 상자 즉 트럭에 실어 나르는 차떼기 뇌물 전달 방법도 나왔습니다.

사과상자가 뇌물사건에서 이처럼 필수품으로 사용되다 보니 현금을 넣는 방법도 날마다 진일보했습니다. 바닥에 사과를 깔고 스티로폼으로 덮은 다음 그 위에 돈을 담고 다시 사과를 얹는 위장술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가끔 위장용으로 위에 사과를 깔아놓는 사과상자에 진짜 사과가 있는 것을 보고 분노한 한 정치인이 운전기사에게 '이거 너나 먹어라'하면서 준 적이 있었는데 기사가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 사과를 꺼내보니 세종대왕님이 한 가득 있었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온다고 합니다.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도 이것과 비슷한 전달 방법을 종종 사용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사과상자처럼 일본에서는 귤상자에 지폐를 가득 담아서 유력 정치인에게 전달한다고 합니다. 한 때 외화가 강세를 보인 시기에는 케이크 상자에 100달러 지폐를 채워 주는 경우도 있었고, 과자 상자에 황금을 가득 담아서 전달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국어사전에서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사사로운 일에 이용하기 위하여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나 물건”이라고 나옵니다. 성경에도 뇌물에 관한 구절이 있습니다. 잠언 17장 8절에는 “뇌물은 그 임자가 보기에 보석 같은즉 그가 어디로 향하든지 형통하게 하느니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뇌물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뇌물이 많이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과상자 사건이든, 차떼기 사건이든, 이번 비타500 사건에서 보듯이 은밀한 가운데 행한 것은 반드시 빛 가운데 밝히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뇌물은 처음에는 복덩어리 같지만 결국 전달한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죽이는 사약(死藥)임에 틀림없습니다.

양 손에 쥔 두병의 비타500과 같이 아무리 적은 것이라 할지라도 마음을 담은 선물은 따뜻한 감동을 줍니다. 하나님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게 하는 것은 커다란 상자에 담은 많은 돈이 아니라 까만 봉지에 담은 사과 몇 알입니다. 행복한초대 전달주간을 맞아 마음과 정성을 담은 선물을 전달합시다. 한 영혼을 향한 하나님의 따스한 사랑이 담긴 선물은 전하는 자나 받는 자 모두를 부요하게 하는 생명의 묘약입니다.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