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회학자가 요즘 우리 사회를 가리켜 교육 부재의 시대라고 합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 사회에 오늘만큼 교사가 많은 때가 있었던가요?  요즘은 교사가 인기 직종 중 하나입니다. 내 부친께서는 평양사범대학을 나와 평생 교단에 계셨는데, 내 어릴 때 자주 듣던 말씀이 ‘교사의 변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그만큼 교직은 속이 썩을 정도로 힘들다는 뜻으로,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는 이들만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교사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릅니다. 교육대학 들어가기는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고, 거길 졸업해도 교사 임용되려면 경쟁 높은 시험을 치러야 하고, 합격해도 자리가 나오기까지 오랜 세월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합니다. 어쩌면 이는 그만큼 훌륭한 교사들이 양산되고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가요? 

 어디 그뿐인가요? 곳곳에 인생의 멘토가 널려 있습니다. 며칠 전엔 우리 동네 곳곳에 힐링의 멘토라고 이쁘게 생긴 스님이 주민 센타에서 강연한다고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 있던데 나는 주민센타에서 불교 강연까지 하는 줄 몰랐습니다. 아무튼 온 세상이 멘토 투성이 입니다. 거기다 서점에 가면 교육에 대한 책자들, 인생 안내서, ... 정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왜 교육 부재란 말이 나오는가요?

내가 보기에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옛날과 비교하여 교육 환경, 열정, 교육 자재, 재정, 모두 좋은 편입니다. 다만 그 와중에 유감스럽게도 교육이 사라진 곳이 있습니다. 어디? 가정! 옛날엔 가정교육이 다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하는 짓을 보면서 어른들은 ‘그 놈, 가정교육 잘 받았네’ 했습니다. 

 어느 아파트에 사는 한 할아버지는 위층에서 아이들이 뛰놀 때마다 들리는 쿵쿵 소리에 늘 신경이 거슬렀습니다. 그럴 때마다 할아버지는 화를 내며, (좀 점잖지 못한 표현을 용서하십시오.) ‘저 녀석들 또 지랄하고 있네!’하였습니다.  그러는 중 어느 날 할아버지 손자가 유치원에 입학하게 되어 첫날 다녀왔습니다. 할아버지가 물었습니다. “얘야, 유치원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그러자 손자가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예, 할아버지, 걸어가면 15분이고요, 지랄하고 가면 5분이면 되요.”

아이들은 가르치는 대로 배웁니다. 그 배움도 대부분 그냥 곁에서 보고 듣고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많습니다. 책 펴놓고 하나 두울 하고 가르쳐야만 배우는 게 아닙니다. 그냥 함께 더불어 살아가며 배우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고, 하는 행동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부모들이 집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어느 장로님 댁에 심방을 갔는데, 어린 손자 녀석이 예배 후에 음료수가 나오자, 한 모금 마시곤 ‘카~’하더니 잔을 머리 위에다 뒤집습니다. 이게 무슨 뜻인가요? 왜 곁에 있던 장로님 얼굴이 붉어지는가요?  아이들의 삶의 자세는 모두 그 부모로부터 가정에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엔? 아이들이 집에 있는 것 자체를 부모들이 힘들어 해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 학교에서,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붙들어 주기를 원합니다. 그러기에 부지런히 학원 보내며 가르칩니다. 정작 자기가, 부모가 가르쳐야 할 시간에 자기는 포기하고 학교와 학원으로 내몹니다. 그것도 학원에서 밤 12시까지 붙들어주기를 바랍니다. 그 결과 가정교육이 사라졌습니다.

인성 교육의 현장은 가정입니다! 즉 인간다워지는 것은, 참 사람의 길은 가정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그 부모로부터 바른 인간의 삶의 자세를 배우는 것입니다. 학문, 지식은 학교에서 배웁니다. 더불어 사는 것, 역시 학교에서 배웁니다. 공부하는 요령, 학교가 부족하여 요즘엔 학원에서 배웁니다.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기본은 가정에서입니다. 현대 사회는 이걸 포기했기에 덜된 인간들이 양산되고 교육 부재의 시대를 맞게 되었습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