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번연의 천로역정,
말로만 듣던 것을 연극으로 한다기에
그것도 교회에서 자란 청년, 박희권이
연기한다기에 피곤함에도
북촌 아트홀을 찾아 갔다.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 내내
열연하는 젊은 연기자들의 열정이 대단하다.

간간히 은혜가 밀려오는 데
교회에서 못 느끼던 그런 은혜의 열정이다.
모처럼 옛 부흥회에 다녀오는 느낌이랄까...

순례자, 해석자, 전도자, 믿음, 소망, 도움 등등의
순결한 역, 신령한 역, 착한 역,
그리곤
세속적인 역, 폭력적인 역, 광기의
무지, 시기, 세속현인, 아볼루온, 마귀,
아울러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역들까지
다양한 배역을 총 6명이 연기를 해 낸다.

얼마나 진지한지 그 역을 할 땐
영 다른 배우들이 등장한 것 같다.
그러나 결국 6명의 연기자들이다.
한 사람이 성자도 되고 세속인도 된다.
한 사람이 천사가 되고 마귀가 된다.
한 사람이 절망도 되고 도움도 된다.

우리는 우리의 의식, 자의식이 어떤가에 따라
우리 안에 어떤 가치관이 있느냐에 따라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느 영의 지배를 받느냐에 따라
한 사람임에도 다양한 모습을 연기해 낼 수 있다.

그래서 그랬을까...
히브리어에서 얼굴을 뜻하는 단어는 ‘파니임’ 복수란다.
사람은 한 얼굴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여러 얼굴이 있고, 그에 맞는 연기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요즘
나는 어떤 역을 맡아 어떤 연기를 하고 있는가?

로마서의 말씀을 따르고 싶다.
‘육신을 따르는 자는 육신의 일을
영을 따르는 자는 영의 일을 생각하나니...........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느니라.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로마서8장5절 이하의 말씀이다.

성령강림주일이 다가왔다.
이미 내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을 따르자.
성령에 충만하여 성령의 사람이 되어
영을 좇아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
그게 우리 인생의 목적이 아닌가!

내일 성령강림주일,
모든 순례자들, 필그림들은 주의 전에서
오순절 성령강림으로 인한 충만함에
더욱 순례길에 힘을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한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