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안팎에서 수모다. 하긴 깜도 안 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니 여기 치이고 저기 치이는 것은 당연하다. 20%대에 그치는 지지율 같은 경우, 오르기는커녕, ‘이보다 더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런 ‘예고된 비극’을 보며 한국교회 내 ‘욕먹는’ 주류 목사들을 떠올리게 된다. 이 두 부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개념 없음’이다. 좀 더 학구적 표현을 쓰자면 ‘철학의 부재’라 하겠다.

우선 이명박부터. 상황만 발생하면 거짓말과 책임전가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적 태도에다, ‘가진 자’에게 파이를 나눠주고 ‘주린 자’에게 먹다 남은 것 던져주는 이른바 부자 중심의 경제 정책에다,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비판, 결사, 언론의 자유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폭거에다, 남북 사이에 화해협력 기조 및 4강과의 불가근불가원의 원칙을 소홀히 여기는 무지의 외교까지. 그의 실정은 아주 버라이어티하다.

당당하지 못한 탓이다. 그 이면에 있는 ‘진실함이 없음’도 읽힌다. 위기 속에서 진리와 양심, 근본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게 없는 이명박은 시간이 갈수록 불신의 늪에 더욱 깊게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새삼 느끼는 점이지만,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을 모르고 찍은 것은 아니다. 도덕성에서 낙제점을 받을만한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이명박이 대통령 후보로서 시종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던 원동력은 그의 ‘잘 먹고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약속’ 때문이다. 워낙 그 기대가 컸던지 “그 사람은 안 돼요”라는, 지각이 바로 박힌 이들의 외침에 울림이 없었다. 결국 그가 됐다.

철학이 없는 자가 ‘잘 먹고 잘 사는 길’을 이야기할 때, 대체로 어느 누군가에게 ‘슬피 울며 이를 갈게 하는 식’의 ‘나만 배 부르는 길’을 찾는 것이다. 대운하로 경제 살리겠다고? 수질 추락, 환경 훼손, 문화재 파괴가 심화될 것이다. 운하 주변 주민들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건설 경기 부양으로 경제 살리겠다고? 투기꾼이 창궐해 집값이 폭등할 것이 분명하다. 서민들은 눈물을 흘릴 것이다. 규제 완화로 경제 살리겠다고? 규제라는 보호막으로 그나마 버텼던 중소기업, 자영업자, 지역민들의 파산이 분명하다. 이들 역시 눈물을 흘릴 것이다. 물론 부자 마을에서는 이들의 눈물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안 보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명박에게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철학만 부재한 게 아니라 전략도 부재했던 것이다. 나름 반반한 성장률 성적 좀 만들려 했다가 환율을 높여 물가를 폭등시키는 우를 범했던 것이다. 그거 수습하려다 수십조를 날렸다고 하지? 이뿐 아니다. 외교도 뻥뻥, 정치도 뻥뻥. 숨 돌릴 틈이 없다. 실로 반 년 만에 추락일로이다. 어쩌겠나. 찍은 사람들 탓하는 수밖에.

날마다 교인 수, 헌금 액수에 천착해 ‘부흥’ ‘성장’을 강조하는 목사들도 한 부류다. 이들이 바로 이명박과 동류인, ‘욕먹는’ 목사들이다. ‘왜 부흥해야 하는지’ ‘왜 성장해야 하는지’ 그 철학이 없다. ‘한국교회의 세가 불어나는 것’이 곧 선교요, ‘마지막 때의 사명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뭘 잘 모르는 비신자들도 ‘한국교회의 세 확장’과 선교의 본래 의미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왜 그러냐.

우선 선교의 개념부터 살펴보자. 선교는 사전적인 의미로 풀어보면 ‘(해당 종교의) 뜻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와, 신앙생활 열심히 해, 그 변화된 현상으로 이웃과 사회에 덕을 끼치는 것이 바로 선교라는 것이다. 선교에 대한 이보다 더 온전한 해석이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한국교회의 세 확장’이 선교라 단언할 수 있을까. 인구의 1/5 정도가 예수를 믿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향상됐다는 징표는 없다. 없는 정도가 아니다. 도덕성의 보루가 돼야 할 교회가 부정부패에 찌들어 사회의 눈총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 눈총마저 용납이 안 됐던지, 한국교회는 온갖 해괴한 집단 이기주의를 앞세워 ‘반성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종교가 내뿜는 향기는 사라지고 엄청난 독선만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대형교회 건립 또 경쟁적인 선교사 파송을 선교라 이야기한다. 비신자 상당수는 선교를 ‘한국교회의 세 확장’으로 스스로 규정하는 한국교회의 잣대를 이용해, 아프가니스탄 의료봉사 활동을 선교 즉 ‘한국교회의 세 확장’으로 규정하며 이를 도매금으로 비난했다. 한국교회는 억울하다 말해서는 안 된다. 자승자박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국교회는 이제 질과 가치에 눈을 떠야 하지 않을까. 왜 역대 민주 정부는 무수한 사회적 비용을 들여가고 비효율적 대화와 설득의 과정을 마다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왔을까. 왜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수백 수천이 아닌 열 두 명만을 두며 주로 낮고 천한 이들만을 상대했을까. 이 고민에 대한 해법을 짚고 넘어가지 않는 이상, 이 정권은, 이 교회는 상식 있는 여론으로부터 영원한 냉소의 대상이 될 것이다.

경제 성장이 나쁜 것이 아니듯, 교회의 성장 역시 그릇됐다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경제 성장에 ‘가진 자의 부요함이 충족되는 것 뿐 아니라 못가진 자의 차별과 빈곤이 해소되는, 더불어 행복해지는 공화적 풍요’의 철학이 없다면, 교회 성장에 ‘교인 수 못지않게, 그리스도인의 사회 윤리적 책임이 정비례 상승하는 선교’의 철학이 없다면, 이들 ‘성장’은 독소가 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국교회 ‘욕먹는’ 목사들의 동색(同色)됨은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한다. 양측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이 있고, 이를 만인이 알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래서 걱정된다. 5년 밖에 안 되는 이명박 정부의 운명에 한국교회가 탑승한 것은 아닌지.

글을 정리한다. “제발 개념 좀 탑재하며 살자”라는 말로.

/ 시사평론가, 한양대(안산)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