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흘러 한국을 떠날 시간이 되었습니다. 막상 떠난다고 생각하니 지나온 일상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길, 산 내음 흠씬 담아 머리 휘감던 검푸른 공기가 그리울 것입니다. 밤이면 창 넘어 어김없이 머리맡을 맴돌던 시원한 공기도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뒤돌아보면 언제든 손짓하는 녹음 드리운 산자락들 그리고 그렇게 굽이굽이 돌아치던 둘레길 또한 마냥 그리울 것입니다.

콩나물과 두부를 사기 위해 먼 길 다녀올 걱정 없이 신호등만 하나만 건너던 호사도 그리울 것입니다. ‘포르말린을 얼마나 뿌렸을까’ 고민 없이 먹거리를 누렸던 시간들은 남 일처럼 그리울 것입니다. 식중독을 걱정 없이 길거리 음식을 맘껏 사먹던 즐거움 또한 그리울 것입니다. 축제처럼 동네 골목에 누벼진 맛집들은 차라리 한 여름 밤 꿈처럼 다가올 것입니다.

반바지 티셔츠 하나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던 자유 또한 그리울 것입니다. 오ㄹ나-이슬람 사회에서 여성들이 가슴부위를 가리기 위해 목에 걸쳐 가슴까지 늘어뜨리는 목도리의 일종-를 걸치지 않아도 되는 행복은 더욱 그리울 것입니다.

버스에 지하철에 택시까지 요금 흥정 없이 누렸던 신용사회의 복락은 이제 접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잘 빠진 국수 가락 같은 도로 위를 날듯 달렸던 시간들은 영화 속 주인공인 듯 아득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푸른 불꽃 사뿐히 들여앉히는 도시가스도, 늘 맑고 청명한 물을 쏟아내는 수도꼭지도, 와트(W)계산 없이 전기제품을 맘껏 꽃을 수 있었던 콘센트도 그리울 것입니다. 부모님 동행 없이도 다닐 수 있는 학교도, 동네마다 있던 피아노 학원도, 만찬처럼 다양했던 방과 후 수업도 그리고 기다려지던 학교급식도 그리울 것입니다. 그렇게 결국에는 여러 번 잡아당겨도 늘어지지 않는 고무 밴드까지도 그리울 것 같습니다.

오늘 작별 인사를 드리러 부모님 댁에 갔습니다. 훨훨 산을 타시며 못하는 일이 없으셨던 아버지는 온데간데없고, 힘겹게 천천히 다리를 끄시는 아버님만 계셨습니다. 빠릿 빠릿 억척같으셨던 어머니 대신 허리 수술로 작고 약해진 어머님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분을 뒤에 남겨놓고 눈물을 참고 겨우 돌아오는 길. 오늘 따라 하늘은 왜 이리 높고 푸른지, 산들은 왜 이리 청청한지, 햇살은 왜 이리 따사한지, 또 바람은 왜 이리 시원한지.....검푸르게 일렁이는 강물 위로 은구슬처럼 햇살이 까르르 쏟아지는데....마음은 왜 이리 시린지.....

지난 한 해 힘들고 바빴지만 참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후회되는 때도 있었지만 그분 계획위에 있음을 확인하며 나아갔습니다. 만나 뵙지 못한 분들은 많이 아쉬웠지만 그동안 그리웠던 얼굴들을 만나 뵙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저희들에겐 큰 힘이었습니다. 떨어져 있을 때 받았던 사랑도 컸는데, 가까이서 부어주신 사랑은 더욱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받은 사랑 받은 격려 부끄럽지 않게 두 번째 사역을 감당하길 원합니다. 

1. (사역) 8월 벵국에 들어가기 전 먼저 태국에 들려 큰 아이 둘을 학교에 보낸 뒤 막내와 함께 벵국 집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태국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저희 아름이와 다운이에게 새롭게 다음 사역을 준비하며 급속 재충전되는 시간이 되기를 ​

2. (감사)1) 고맙고 보고 싶었던 분들을 많이 찾아뵙게 되어 감사 2) 그 동안 망가졌던 몸이 거의 수선된 것 같아 감사^^, 3) 5,6월에 예정된 ㅅㄱ보고 시간에 효과적으로 나누고 주님 뜻이 이루어져서 감사, 4) 또 영적으로 정서)적으로 허물어진 부분들이 보수되고 재충전 되는 것 같아 감사^^ ​

2. (가족) 중풍으로 쓰러지신 아름이의 아버님의 왼손도 조금씩 회복되어 감사. 지속적으로 회복되어 도움 없이 혼자 생활을 하실 만큼 좋아지시도록. 허리가 불편하신 어머님이 아버님으로 인한 충격과 스트레스를 주님 안에서 잘 이겨내셔서 퇴원후 두 분의 삶 가운데 간섭과 은혜가 임하도록. 다운이의 부모님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특히 아버님이 하나님을 만나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

3. 보리의 정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옆에서 잘 이겨나고 또 옆에서 돕는 엄마 아빠에게 힘과 사랑을 주시기를.

4. (감사) 하늘이와 나라가 학기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게 되어서. ​

5. 진로를 결정하며 나아가야 하는 큰 아이 하늘이(11학년)가 구체적인 인도함을 받으며,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나라(9학년)가 학교생활을 즐기기를. 새롭게 벵국에서 시작하는 새 학기가 보리(6학년)에게 기쁨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