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목회 일정 중에도 가끔 여유가 생기면 아내와 같이 극장을 찾을 때가 있습니다. 감동적인 연기나 시원한 액션을 보다보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씻겨나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감독이나 작가가 의도한 주제를 곱씹어 보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에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최근에 <암살>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을 암살작전에 투입하게 됩니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을 지목하고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예측할 수 없이 펼쳐지는 이들의 운명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염석진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씨의 연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정재씨의 연기는 영화가 흘러가면서 상황에 따른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 후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를 검색해보니 이정재씨는 이 염석진 역에 대해서 “내 연기 인생 중 가장 공들인 캐릭터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염석진’ 같은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한 캐릭터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잘하고 싶었고 최대한 스스로를 못살게 굴며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재씨는 염석진이라는 인물이 20대부터 60대까지 약 40여년에 걸쳐 변화해나가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불안하고 이중적인 심리 묘사를 입체적으로 표현해내었습니다. 극중 인물의 역할과 나이가 변함에 따른 목소리 발성의 변화, 청년에서 노인으로서의 체격 변화 등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통해 역대급 열연을 완성해냈습니다. 실제로 이정재는 염석진을 보다 완벽하게 표현해내기 위해 체중을 15kg 감량하기도 하고, 초췌한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48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는 등 스스로를 극한 상황까지 몰아가며 몰입했다고 합니다.

배우 이정재씨는 극중 인물인 염석진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애쓰는데 나는 예수님을 닮아가기 위해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브리서 12:4에서는 이렇게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죄나 유혹과 맞서서 싸우고는 있지만 아직 피 흘릴 정도로 심한 싸움을 치른 경험은 없지 않습니까?” 연기란 흉내를 내는 것인데....흉내를 내는 사람도 저 정도의 힘을 쏟고 있는데.... 흉내가 아니라 예수님을 똑 같이 닮아가려는 우리는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새 사람을 입었으니
이는 자기를 창조하신 이의
형상을 따라 지식에까지
새롭게 하심을 입은 자니라
(골3:10)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