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성들의 가장 큰 고민은 입덧입니다. 물조차 삼키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입덧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입덧을 줄이거나 막아주는 약물은 없을까하는 것은 모든 여성들의 바램입니다. 반세기 전 실제로 이런 약물이 판매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물은 엄청난 비극(悲劇)의 씨앗이었습니다.

독일의 제약사 그뤼넨탈은 ‘케바돈’이라는 약품을 개발했습니다. 케바돈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거뒀습니다. 임신한 동물에 투여해도 새끼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탁월한 입덧 약이었습니다. 이 약을 먹은 임산부들의 입덧은 씻은 듯이 사라졌습니다. 1957년 시장에 출시된 케바돈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하지만 1960년대 초반 의학계에서 캐바돈이 팔·다리 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며, 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급히 케바돈은 모두 회수됐지만, 이미 약을 복용한 임산부 중 일부는 팔·다리가 없거나 눈·귀가 변형된 기형아를 출산한 뒤였습니다. 유럽에서만 무려 1만2000명의 기형아가 태어났습니다.

그후 케바돈의 비극은 한 명의 영웅을 남겼습니다. 지난 7일 101세로 세상을 떠난 프랜시스 올덤 켈시 박사입니다. 그녀는 196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입사했습니다. 그녀에게 주어진 첫 임무가 케바돈 승인 신청서 처리였습니다. 이미 유럽에서 널리 판매되는 약이었지만, 켈시 박사는 약품의 독성과 효과 등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다며 추가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제약사가 로비를 거듭하며 압박했지만, 켈시 박사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케바돈의 유해성이 밝혀지면서 수많은 미국인이 비극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문제없이 팔리는 약’이라는 안이한 시각으로 승인했다면 케바돈의 비극은 훨씬 더 참혹할 수도 있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는 강직함이 수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어떤 유혹과 압박 속에서도 자신이 책임져야할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신앙생활에서도 원칙을 지키는 삶이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이 각기 자기의 인자함을 자랑하나니 충성된 자를 누가 만날 수 있으랴(잠20:6)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