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2:1-14) 

     1.
     이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때인 것 같습니다. 성탄절이 이번 주간에 있기 때문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국에서는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고 해야 하는가, ‘해피 할리데이’(Happy Holiday)라고 해야 하는 가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고 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너무 특정 종교 기독교 냄새가 나기에 해피 할리데이라고 하는 게 옳다는 것입니다. 자기네 나라가 어떻게 세워졌는지도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의 논리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미국의 청교도 건국정신이 살아 있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메리 크리스마스’가 옳다고 결론냈답니다.
 
     세상 사람들이 ‘해피 할리데이’라고 할지라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메리 크리스마스’가 무슨 뜻인가요? 그대로 번역하면 ‘즐거운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성탄절은 즐거워야 하는가요? 세계 곳곳에서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성탄절이 되기를 바란다고 노래하는데, 왜 성탄절엔 메리가 있어야 하는가요? 왜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가 말입니다.
 
      2.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성탄절이 기쁜 것은 그 때는 선물의 시즌이기 때문입니다. 왜? 우리가 먼저 선물을 받았거든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 당신의 독생자 예수님을 선물로 주셨거든요. 그러니 이 귀한 선물을 받은 이가 또 다른 이에게 선물을 한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언젠가 방송에서 들은 것인데, 성탄절을 앞 둔 어느 성당에서 미사 시간에, 신부님이 강론을 하다가 갑자기 이런 요구를 신도들에게 하였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가장 아름다운 것을 주시려고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자신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이웃에게 줍시다. 지금 주머니를 뒤져 보십시오. 여성들은 백을 뒤져 보십시오. 그리곤 가장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을 지금, 옆 사람에게 주십시오.’
 
     신부님의 급작스런 요구에 주머니를 뒤지고 백을 열어본 사람들, 모두들 난색을 표했답니다. 이건 이런 의미가 있고, 저건 저런 의미가 있고, ... 모든 것이 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으로 함부로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겠죠?
 
      나눔이 없고 독식만 있는 곳엔 성탄이 없습니다. 베풂이 없고 인색함만이 있는 곳엔 성탄의 축복이 없습니다. 이웃이 없고 자신만 있는 곳엔 성탄의 아기 예수님의 맑은 은총이 없습니다. 그곳은 블루(blue) 크리스마스이고, 이웃과 더불어, 주님과 더불어, 교회와 더불어 지내는 이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성탄의 출발지, 첫 번 성탄의 현장인 오늘 성경 본문으로 가 봅시다. 한 밤 중에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에게 천사가 나타납니다. 그리곤 이런 놀라운 말을 전합니다.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무서워 할 일이 아니랍니다. 이건 기가 막히게 좋은 것이랍니다. 그것도 온 백성, 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이랍니다. 그게 뭔가요?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구주! 구주란 게 뭔가요? 구세주란 뜻입니다. 난 어릴 적에 이 구주, 구세주란 말을 이해하지 못해 고생한 적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구주, 구세주, 구제품, 구라파, 구락부, ... 뭐 다 한 통속의 단어인 줄 알고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구주란 게 뭔가요? 구세주란 게 무슨 뜻인가요? 한 마디로 이야기해서, 나를 구원해 줄 이입니다. 어디서? 내가 원치 않는 곳에 빠져있을 때, 내 힘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나를 끄집어내 줄 이, 그가 구세주입니다.
 
     삶의 고달픔에서 나를 벗어나게 해 줄 이, 근심과 걱정, 두려움과 염려, 좌절과 절망에서 나를 끄집어내 줄 이, ‘욕심이 잉태하여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여 죽음을 낳느니라, 죄의 값은 사망이라’ 하듯이 해결할 수 없는 이 죄의 문제를 해결해 줄 이, 안정하지 못하고 늘 방황하는 내 영혼, 늘 뭔가에 쫓기는 듯이 살아가는 내 영혼에게 안식을 주고, 눈물로 보내는 이 세월 속에 노래 할 수 있는 마음을 주는 이, 구주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정작 중요하고도 소중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그것이 훨씬 더 영원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고 삶의 가장 근본적인 의식 구조 개혁을 이루어주는, 그래서 현실보다 내일을 더 바라보며 오늘의 어려움을 감당하고,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시는 이, 그가 구세주요, 구주입니다.
 
     당장에 죽을 것 같은 얼굴로 근근이 살던 이가 갑자기 자신만만한 삶의 태도를 보이고, 가장 행복해 하도록 만들어주는 이, 그가 구주입니다. 죽음 앞에 두려워 떠는 이에게 소망과 평안함을 주는 이, 그가 인류의 구세주입니다! 죽음 너머의 그 영원한 세계를 오늘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연결시켜주시는 이, 지옥으로 떨어질 나를 천국으로 잡아끄시는 이, 그가 나의 구주이십니다!
 
     3.
     그 구주가 태어나신 날이 성탄절입니다.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우리를 구하기 위하여 구주가 나셨습니다. 그러나 사실 그 구주는 내가 부른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간청한 것이 아닙니다. 그 구주는 하나님께서 일방적으로 보내주신 분이십니다. 나는 오로지 땅만 보고, 내 삶의 발등에 떨어진 불만 보고 살던 이였는데, 하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께서 나를 살리기 위해 보내주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엡2:8절,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선물이랍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얻은 것, 그 놀랍고 영광스러운 은혜를 얻은 것은 선물이랍니다. 그 은혜가 뭔가요? 그 선물이 뭔가요?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 허무와 멸망에서 우리를 건져내 줄 하나님의 선물, 우리를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구원해 줄 하나님의 선물, 그건 바로 성탄의 아기 예수님이십니다. 할렐루야!
 
     이 하나님의 선물 예수님을 모신 이에겐 하늘 축복이 주어집니다. 팔자가 고쳐집니다. 인생이 달라집니다. 예수를 진심으로 영접하십시오. 삶이 바뀔 것입니다! 건성 건성 예수를 믿으니까 아무런 변화도 없이 건성 건성 살아가는 것입니다.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선물, 예수를 제대로 영접하십시오. 그리하면 바뀝니다! 하나님의 생명이 나에게 임하는 데 어찌 내 인생이 바뀌지 않겠습니까!
 
     4.
     그런데 하나님은 이렇게 놀라운 선물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는데, 인간은 그 하나님께 무엇을 드렸습니까? 무엇을 나누었습니까? 인간은 기껏, 그 메시아를 잉태하고 해산해야할 딱한 여인에게 마구간을 내어주었습니다.
 
     이제 마악 해산해야 할 만삭의 여인이 베들레헴의 밤거리를 헤맵니다. 당시 베들레헴은 호적하기 위해 몰려든 다윗의 자손들 때문에 북적거렸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여관들마다 메뚜기도 한 철이다 싶어 장사에 열을 올렸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만삭의 여인은 그 밤에 방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 비정한 세상은 그 가련한 만삭의 여인에게 종래 따뜻한 방 하나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짐승이 새끼를 낳는 마구간에서 인류의 메시아가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기껏 자신들을 위해 오시는 메시아 하나님께 인간이 나눈 것은 마구간이었습니다.
 
     어느 교회 학교 아이들이 성탄절 연극을 하고 있었습니다. 연극에 재미를 주기 위해 마리아와 요셉이 의사를 찾아가는 장면을 일부러 넣었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진찰해 보고, 요셉에게 ‘축하합니다. 아들입니다.’하는 장면인데, 이 의사 역할을 맡은 녀석이 신이 나서 이렇게 말해버렸습니다. ‘요셉씨, 축하합니다. 하나님의 아들입니다.’
 
     만삭인 마리아에게 잉태되어 있는 이가 하나님의 아들, 메시아라는 사실을 인류가 제대로 알았다면,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결코 그렇게 소홀하게 대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정말일까요?
 
     주님께서 원하신 대접은 특별 대접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원하신 대접은 인간다운 대접입니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만삭의 여인이 방을 구할 때, 그 추운 밤에 나 몰라라 그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마악 해산할 여인을 무책임하게 마구간으로 보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 만삭 안에 그 누구가 있다 할지라도 해산하려는 여인을 그렇게 홀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인간답게 이웃을 대접하십시오. 인간의 정, 인간의 이성으로, 인간의 도리로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를 대접하십시오. 그러다 보면 주님을 대접하게 됩니다. 주님을 대접한다는 것이 뭐 거창한 게 아닙니다. 인간답게 산다면, 인간답게 서로를 대접한다면, 그 와중에 우리는 주님을 대접하게 될 것입니다.
 
      5.
      성탄이 기쁜 것은 하나님께서 가치없고 자격이 없는 하잘 것 없는 나에게 찾아오셔서 영원하고도 거룩한, 아름다운 생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성탄이 기쁜 것은 그 엄청난 사랑을 거저 받고 나도 역시 가만있을 수 없어서 누군가에게 뭔가를 나누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교 다닐 때 ‘스크루지’ 영감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독식하고, 혼자 즐기고 움키는 이에겐 성탄은 아무런 의미도, 기쁨도, 축복도 아닙니다.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베푸는 이에게 성탄은 무한한 축복으로 다가옵니다.
 
     어느 성당 신부님은 주머니를 뒤지고, 백을 뒤져서 옆 사람에게 주라 했다지만, 나는 오늘 여러분에게 이런 과제를 하나 드리겠습니다.
 
     이제 장로님들이 일어나 여러분들께 봉투 하나씩 드릴 겁니다. 그 안에 5천원이 들어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 쓰라고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성탄절에 주위의 어려운 이들 그들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담아 전하라고 드리는 것입니다. 여러분 주머니에 인마이포켓 하라고 드리는 게 아닙니다. 배달 사고 내지 마십시오. 왕십리중앙교회에 임하신 아기 예수님의 사랑과 이름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라고 드리는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그 봉투 안의 편지에 있습니다. 편지는 빼버리고 드리십시오.
 
     하늘로부터 임하는 하나님의 선물, 구세주 예수님의 은혜가 여러분의 삶에 분명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하늘 선물을 받은 이들답게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하는 마음으로 이웃들에게, 어려운 이들에게 나누는 여러분의 사랑과 선물이 이 사회를 더욱 풍성케 만드는 축복의 씨앗이 되어 곳곳에서 아기 예수님의 향이 그윽한 성탄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