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목적은 목회자 블룸하르트의 경건과 치유목회를 살펴보고, 그리고 그의 치유목회가 지금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체제 아래에서 상처입고 탄식하는 사람들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데 블룸하르트는 19세기 후반의 독일 목회자였고, 지금 한국은 21세기의 문턱에 들어서며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따라서 블룸하르트와 우리나라의 상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연결점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가 글 쓰는 이에게 부담스러운 점이 없지 않는데, 그렇지만 우리는 블룸하르트의 경건과 치유목회가 지금 우리의 목회 현실에 얼마만큼 도움을 줄 수 있겠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흔히 아들 블룸하르트(Christoph Fr. Blumhardt: 1842-1919)라고 소개되는 이 글의 주인공은 1842년 6월 1일 독일 서남부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 뫼틀링엔(Möttlingen)에서 태어나서 이 마을과 받볼(Bad Boll)에서 자랐다. 그는 1880년 2월에 아버지(Johann Christoph Blumhardt: 1805-1880)의 받볼 요양원 원장직과 목사직을 물려 받았다. 그는 급변하는 사회현실(독일통일, 산업화, 생태계위기, 노동운동, 유럽 제국주의 정책의 확장)에 대응하는 목회를 위해서 갖은 애를 쓰는 중에, 1899년 6월에 노동자들의 집회에 참석해서 즉흥 연설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하나님 나라의 차원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려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시에 무신론 정당이요 반교회적인 성격을 띈 사민당(Sozialdemokratie)에 입당했다. 왕립종교국은 이 점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1899년 11월에 목사의 직위와 칭호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는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모임에 나가서 자주 연설을 했으며, 그리고 뷔르템베르그(Württemberg)지역에서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이제 그는 정치가로서 지역의 현안에서 국제문제까지 폭 넓게 다루며 의정활동을 했다. 그는 1906년에 주 의회선거 후보에서 사퇴하고 일선 정치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는 받볼로 돌아왔다.

1.아버지의 유산(1842-1888): “예수 이겼네!”

1)기도로 병을 고친 사건
블룸하르트가 세상에 태어날 무렵에 그의 아버지는 약 2년 동안 영적 싸움을 하고 있었다. 고트리빈 디투스(Gottliebin Dittus)라는 처녀를 괴롭히는 악한 영과 싸우는 영적 싸움이었다. 이 싸움은 블룸하르트가 태어나던 때에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약 6개월 뒤에 고트리빈은 치유되었다. 그녀가 기도로 치유되는 순간, 지금까지 곁에서 돌보아 왔던 사촌누이동생의 입술에서 “예수 이겼네!”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 외침 곧 “예수이겼네!”는 아버지 블룸하르트의 목회 좌우명이 되게 했다.
또한, 이 치유사건이 계기가 되어서 이 작은 마을에 신앙각성운동이 일어났다. 교회가 신앙의 깊은 잠에서 깨어났고 또 회개운동이 일어났다. 이 신앙각성운동의 중심은 죄용서의 체험과 병고침이었다. 이 신앙운동은 소위 ‘블룸하르트운동’으로 발전되었고, 여기에 대한 소문이 삽시간에 여러 지방으로 퍼져 나가서 수 많은 사람들이 뫼틀링엔으로 몰려 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버지에 대한 소문은 다른 나라로 퍼져 나갔고,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이 이 마을을 찾아 왔다. 1852년에 아버지는 목회지를 받볼(Bad Boll)로 옮겼다. 거기에서 그의 신앙각성운동은 계속 이어졌다.

2)아버지의 목회자리를 물려받음
1880년 2월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그 자리를 이어 받은 아들 블룸하르트는 “예수 이겼네!”를 아버지가 물려준 유산이라고 깨달았다. 그는 또한 이 유산을 자신의 목회좌우명으로 삼았다. 이 유산이 실제로 이어져서, 아들도 아버지처럼 환자들을 기도로 나음을 입게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아들이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 받았을 뿐만이 아니라 아들과 아버지는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들 블룸하르트의 설교는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화력이 컸다. 이 때문에 이웃 마을에 있는 교회들과 다른 도시(예, 스트라스부르그)의 교회들이 그를 자주 설교와 집회의 강사로 초청했다. 이에 따라 그의 감화력있는 설교는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황제 앞에서도 설교하는 유명한 설교자가 되었다. 그런데, 블룸하르트의 관심은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데 있지 않고 오직 아버지의 유산 “예수 이겼네!”를 잘 계승해 가는데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목회를 비판적으로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또한 그는 아버지의 유산이 변화된 시대와 상황에 맞게 새롭게 갱신되고 또 이를 통해서 아버지의 유산이 한 걸음 더 발전되기를 기원했다.

3)치유사건에 대한 신학적 고찰
아들은 아버지가 고트리빈의 병을 기도로 고치는 과정을 회상하면서 신학적으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은 아버지의 기도를 떠올렸다. “주님 예수시여, 나를 도우소서! 우리는 오랫동안 악한 마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충분히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예수께서 하시는 일을 보고자 합니다.(...)” 이 기도는 아버지가 겪은 영적 싸움의 모든 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아들은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순간부터 아버지는 굉장한 능력에 이끌려서 영적 싸움에 임하기 시작했고, 또 이 싸움은 이제부터 아버지의 싸움이라기 보다는 ‘예수가 이끌어가는’ 싸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싸움은 예수와 악한 마귀의 싸움이었고, 아버지는 다만 ‘예수의 종’으로서 이 싸움에 임했다.
그러하기에 고트리빈의 치유는 오로지 “예수의 승리” 즉 악한 영의 힘을 누른 예수의 승리라고 아들은 확신했다. 그녀가 치유되는 때를 아버지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아버지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위로부터 은혜로 주어진’ 치유사건이었다. 아버지가 겪은 이 치유사건은 아들이 보기에 아버지의 목회와 신학사상에 절대적인 잣대가 되었다. 이 점에 대해서 아들은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아버지는 설교준비를 하실 때, 세련된 말로 아름답게 구사하는 설교를 위해서 책상앞에 앉아있기 보다는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증거하기 위해서 엎드려 기도했다. 이 말씀은 사건을 일으키는 말씀이었다.”
고트리빈의 치유사건은 아버지에게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약성경 공관복음에 기록된 예수의 치유사건이 그에게 새롭게 와 닿으면서, 치유사건은 하나님나라가 지금 여기에 임한 사건으로 이해했다. 그는 치유사건을 통해서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Wirklichkeitsordnung)를 파악했고 또 이 하나님은 바로 성경의 하나님이시며, 이렇게 살아계신 하나님의 역사를 체험함은 곧 하나님나라의 사건을 체험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아버지는 성경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biblischer Realismus). 이러한 아버지를 통해서 아들 블룸하르트는 어린시절 부터 순전한 마음과 경건한 자세로 하나님의 발 앞에 앉아서 살아계신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서 하시는 말씀을 듣는 훈련을 했다. 그에게는 성경을 읽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었다.
따라서, 고트리빈이 치유되는 순간에 외친 “예수 이겼네!”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예수 스스로가 부활과 생명의 주님이심을 드러내시고 또 그가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주님임을 드러내셨다는 뜻으로 아들은 파악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나라의 본질이자 내용이라고 그는 이해했다. 하나님나라는 결코 생각과 관념의 세계가 아니라 사건으로 임재하는 하나님의 계시라고 그는 보았다. 그래서 고트리빈의 치유사건은 하나님나라운동의 출발점이요 씨앗이며, 이 운동을 이끌어 가는 분은 예수 자신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그는 이 운동이 뫼틀링엔에서 시작되고 받볼로 이어져서 오늘날까지 발전되어 왔다고 보았다. 이 점을 파악하면서 아들의 소망은 하나님나라의 현실 곧 아버지의 유산이 아들을 통해서 한 걸음 더 발전되는 것이 되었다.
아버지의 유산 “예수 이겼네!”는 사람의 노력과 힘으로 계승되는 것이 아님을 아들은 깨달았다. 이 유산은 어디까지나 예수의 것이므로 예수 자신이 친히 이 유산을 이끌어가도록 해야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이것을 “불가능의 가능성(unmögliche Möglichkeit)”으로 표현했다. 아버지 유산이 계속 이어지고 발전되도록 그는 ‘성령의 오심’을 위해서 기도했다.

4)아버지의 유산은 갱신을 통해서 계승되어야
그러나 블룸하르트는 그의 소망과 달리 아버지의 유산이 발전해 가지 못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발전을 방해하고 훼방놓는 요인들을 그가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교인들의 이기적-자기중심적인 경건성(자신의 속사람을 헤아림이 없이 단지 육신의 병을 고치는 일에만 기도가 집중되어 있음), 이원론적 경건주의(영적인 목마름을 채우고자 하늘의 것만 찾고 또 저 세상에서 누릴 복을 위해서 기도하는 경건), 전통과 관습만을 답습하려는 판에 박힌 종교심성, 또 전통교리를 문자적으로 반복하면서 고수하려는 정통주의자들에게서 그는 발전을 방해하는 요인을 발견했다. 이들을 바라 보면서 그는 ‘교회의 죽음’(das Molt von Kirche)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블룸하르트는 사람의 삶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생태계에 예사롭지 않는 현상이 일어남을 알아챘다. 1882년 여름, 특히 7월에 비가 많이 와서 농작물의 피해가 컸다, 그리고 일조량이 적어 가을에 농작물의 소출이 적을 것으로 내다 봤다. 기상대의 보고에 따르면, 평년보다도 약 30%이상 비가 많이 내렸다. 그는 이러한 자연재해가 산업화와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그가 목회하던 받볼 근처에 공업도시 괴핑엔(Göppingen)이 있는데, 이 도시는 독일의 산업화를 이끌어 가는 도시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1885년에 창세기의 첫 석장을 강해하면서 환경오염과 생태계의 파괴에 대해서 신학적으로 묵상했다.

2.부활의 경건(1888-1896): “예수 이겼네” – “예수 다시 사셨네: 죽어라, 그러면 예수가 사신다!”

1)죽음의 상황을 인식
1886년부터 블룸하르트의 집안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이들은 고트리빈 치유사건의 증인들이었고 뫼틀링엔 신앙운동에 동참했던 사람들이었다. 장례식을 여러 번 치르면서 블룸하르트는 계속 죽음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다. 그러하던 참에 그는 1888년에 황제(빌헤름 1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이 장례식에서 그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죄의 결과로 말미암은 죽음! 이 죽음의 힘이 지금 아버지의 유산 “예수 이겼네!”가 발전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고인 물이 서서히 썩어지는 것처럼 발전이 없고 정체된 현상이 죽음임을 그는 밝히 깨달았다.
그런데, 바로 아버지의 유산에 죽음의 현상이 있음을 블룸하르트는 보았다. 그것은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예수의 이름보다 훨씬 더 높임을 받는 현상이었다. 블룸하르트는 이것을 영웅주의(Heroismus)로 규정하고, 이것이야말로 죽음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이런 영웅주의를 다른 교회에서도 발견했다. 소위 저명한 신학자들이 교회의 신학을 그들의 입장대로 이끌어 가고 특정한 신조가 교회의 신앙을 통제(Kontroll)하고 지배하는 현상이 곧 영웅주의라고 그는 규정했다. 이런 영웅주의는 교회의 주인이 예수 그리스도인 점을 자기도 모르는 새 망각한다고 그는 보았다.
그러면서 블룸하르트는 심각한 힘의 논리를 발견했는데, 그것은 교회를 이끌어 가는 힘이 부활하셔서 살아계신 그리스도가 아니라 죽음의 힘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그는 물었다. ‘도대체 교회의 주인이 누구인가?’ 이제, 이 죽음의 힘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그의 앞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과제를 오직 ‘자기부인’을 통한 교회갱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보았다. 그래서 그는 설교를 통해서 계속 강조했다. “죽어라, 그러면 예수가 사신다!”
블룸하르트는 죽음의 힘이 받볼을 찾아오는 교인들의 신앙에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알아 차렸다. 이들의 신앙은 규칙적이고도 부지런한 경건훈련을 통해서 쌓여진 것이지만, 이러한 경건 속에는 이기적 경건 즉 나 자신만을 위한 경건이 몸에 배여 있었다. 자기 만족을 위한 경건, 자기의 의로움에 빠지는 경건, 자신의 축복만을 위해서 기도. 또한 이들은, 블룸하르트가 보기에, 자신의 의로움으로 다른 사람의 신앙을 재고 판단하고 업신여기고 심지어 자기의 신앙관과 다른 성도의 신앙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이러한 율법적인 태도야말로 바리새주의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바리새주의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게 했다고 블룸하르트는 강조했다. 그러므로 바리새주의를 따르는 경건은 외식적인 경건이고 자기 의(Selbstgerechtigkeit)에 사로잡힌 경건이며 경건의 모양은 있으되 경건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그는 보았다. 바리새적인 경건은 ‘자기부인’을 통해서 갱신되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든 자기부인의 대상을 육신(Fleisch)으로 표현했다.

2)죽음의 힘을 이기신 예수와 함께
블룸하르트는 현재의 죽음상황이 자기부인을 통해서 극복되어야 한다고 확신하면서 예수의 죽으심과 다시 살아나심에 대해서 깊이 묵상했다. ‘십자가에 달려 죽은 예수는 부활하셔서 사망 권세를 깨트렸다. 예수는 살아계신 분, 그 분으로 말미암아 생명길(Lebenswirklichkeit)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인식과 함께 그는 이제 “예수 이겼네!”를 “예수 다시 사셨네!”로 파악했다. 그리고 죽음의 힘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현재의 죽음상황이 극복되기를 기도했다. 또한 그는 ‘죽음의 종교’가 된 기독교를 ‘부활신앙’으로 갱신해 가도록 기도했다. 이와 함께 그는 전통교리와 가르침, 예배의식, 종교적인 관습 등 모두 다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다고 보았다.
블룸하르트는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서 부활하셨음을 확신했다. 이러한 부활 인식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분명하게 해 주었다. 그는 이제 경건주의자(이원론적인 세계관에 근거해서 타계적인 색체를 띈 경건주의)들처럼 이 세상을 눈물의 골짜기로 볼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부활하신 현장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함께 ‘이 세상을 하나님의 도성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인식했다. 또한,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이 몸의 부활임을 확신하면서 몸을 부인하는 관념론(Leibfeindlicher Idealismus)을 비판했다. 이러한 부활인식에 근거해서 블룸하르트는 새로운 경건을 제시했다. 몸의 영역이 포함된 경건, 이 세상 속에서의 경건, 윤리지향적인 경건이었다. 사회현실에 대한 그리스도인(경건한 사람)의 책임을 인식케 하는 경건이었다. 즉, 부활이요 생명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배고프고 목마르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경건이고, 또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 곧 하나님 나라가 이 세상의 영역으로 임하도록 헌신하는 경건이다.
이와 함께 그의 목회 영역도 넓어 졌다. 다시 말해서 부활인식에 근거해서 영과 육, 하늘과 땅이 목회의 영역이란 인식이 시작되었다. 그는 교회 밖 세상도 하나님의 통치영역이므로 거기에도 목회자가 찾아 가야 할 곳임을 깨달았다. 만일 이 세상과 사회가 병들었으면 목회자는 세상을 돌보며(seelsorglich) 치유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렇게 블룸하르트는 부활인식을 바탕으로 현실 사회-정치문제에 참여하는 길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근거한 경건을 깨달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나님의 사람은 두 번 회개해야 한다. 맨 먼저 세상에서 교회로, 그리고 그 다음엔 교회에서 세상으로.” 1894년에 블룸하르트는 교회갱신의 의지를 실천으로 옮겨서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예배를 새롭게 했다.

3.성육신의 경건(1896-1906): “예수 이겼네!” –“모든 사람은 하나님의 자녀!”

1)예수 그리스도: 육신이 되신 하나님 말씀
자기부인을 통한 갱신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블룸하르트는 갱신되어야 할 모든 영역을 육신(Fleisch)이라고 표현했다. 욕심, 탐심, 그룻된 욕망 등. 그는 이러한 육신이 하나님나라가 이 세상에서 잘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꾼 노릇을 한다고 보았다. 그런데, 그는 동시에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가 육신이 되신 하나님의 말씀임을 깨달았다(요 1:14). 그러면서 그는 육신을 변증법적으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육신으로 오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죄로 말미암아 더럽혀진 사람의 몸이 깨끗하게(갱신)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깨끗한 사람이 되는 핵심은 죄용서라고 보면서, 사람이 죄용서를 통해서 깨끗하게 되고 하나님이 쓰시는 도구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인식과정을 통해서 “예수 이겼네!”에 대한 블룸하르트의 신학사고는 부활에서 성육신으로 옮아갔다. 이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 하늘에 계시던 분이 이 땅에 오심으로 말미암아 하늘과 땅 사이에 있던 깊은 골이 메워졌다고 그는 보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 “예수 이겼네!”는 이 세상 안에서 날마다 먹고 마시는 영역에서 고백되어야 한다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2)세상을 향해 열린 경건, 이 세상 속에서의 경건
블룸하르트는 성육신신학을 바탕으로 더욱 분명하게 이원론적 경건주의를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동시에 그는 세상을 향해 열린 경건 혹은 이 세상 속에서의 경건을 추구해갔다. 그러나 세상 속에서의 경건이라고 해서 세상에서 출발한 경건이란 뜻이 결코 아니고, 하늘에서 내려 주신 경건으로서 이 경건이 세상 한 가운데서 실천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블룸하르트의 목회적 관심은 점차 세상의 영역으로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는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대로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룸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치유목회를 모색했다. 그의 목회자세 또한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요 3:16)” 주신 하나님과 함께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이에 그의 치유목회의 영역은 본격적으로 정치-사회의 현장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그의 확신은 “예수 이겼네!”가 교회 울타리 안은 물론이거니와 사회현장에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3)19세기 후반 독일의 교회와 사회
19세기 중엽에 독일은 본격적으로 산업화의 길로 들어섰다. 산업화와 함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사회간접자본인 철도, 운하, 항구 등이 건설되었고, 공장이 들어선 도시로 인구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교육의 민주화와 함께 의무교육제도가 도입되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개인주의적인 생활 양식이 발전되기 시작했다.
도시의 산업근로자들은 거의 대부분 하루하루를 어렵게 지냈다. 주택사정이 열악했고, 일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큰 병이 나면 해결할 길이 막막했고, 노후대책도 전혀 마련되지 못했다. 당시엔 근로자들 스스로가 여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못했고, 더구나 이런 어려움을 호소할 만한 단체조차 결성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1870년대에야 비로소 근로자들 사이에서 노동현실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노동자들 스스로 단체를 조직해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 무렵에 과격한 노동운동단체인 사회민주단체(Sozialdemokratie: 1891년부터 정치정당으로 바뀜=사민당)가 결성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흔히 사회문제는 곧 노동문제라고 보는 경향이 있었다. 1895년 무렵에 근로자들은 하루 평균 9시간 15분에서 11시간 가량 일했다. 당시의 통계에 따르면,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일년치 임금이 평균 555.03마르크였다(당시의 물가: 쇠고기 1킬로그램이 1.46마르크). 이 정도의 급여로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겨우 살아갈 정도였다. 게다가 식량생산이 -농사일에 기계가 도입하면서 생산량은 크게 늘어 났으나- 여전히 흡족하지 못했다. 반면에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다.
산업화로 말미암은 사회변동은 사람들의 의식과 내면세계를 바꾸어 놓았다. 개인주의는 전통과 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는 일에 회의를 자아내게 했다. 교회생활도 전통과 관습의 하나였다. 사람들은 전통에 내포되어 있는 권위에 거부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연과학과 기술이 발전되자 사람들의 가슴속에 현실사회에 발전이 끝없이 전개되리라는 기대감이 확산되었고, 이 기대감은 미래에 대한 낙관론으로 발전되었다. 또한 이 낙관론은 발전이데올로기가 되어서 서서히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를 잡아갔다. 또한 발전이데올로기는 유사종교가 되어서 전통 기독교 신앙의 자리에 대신 들어가려고 했다.
이러한 의식변화는 수 백년 동안 독일 사회를 지탱해 온 지배구조 즉 교회와 정치권 사이의 굳은 결속(Ehe von Thron und Altar)에 대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감을 갖게 했다. 이것은 국가교회 전통에 대한 거리감을 뜻했다. 이러한 거리감은 특히 산업 근로자들에게 크고도 예민하게 와 닿았다. 이러한 정서로 말미암아 교회의 영향력이 사회안에서 차츰 차츰 약화되었고, 또 교회를 떠나는 교인들 곧 ‘탈교회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유아세례나 견신례를 받는 수는 당장 그 숫자가 줄어 들지 않았으나, 주일예배 참석율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예를 들면, 바이에른 지방에 있는 어느 교회의 성만찬예배 참석율은 1867년에 77%, 1880년에 62%, 1913년에 43%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이 지역에 따라 통계수치상 차이가 있으나 큰 흐름에 있어서는 동일했다. 그리고 시골보다 도시에서 탈교회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산업화에 따른 사회변동 그리고 탈교회현상에 대처하는 방안이 개신교회 안에서 소극적이지만 조금씩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 논의는 일반 대중을 교회로 다시 끌어들이는 방안에 집중되었다. 이런 범주에서 교회의 사회봉사 혹은 사회선교가 시작되었고, 1870년대부터 ‘집안 선교’(innere Mission)란 이름으로 도시빈민 장애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선교와 구제가 활발해졌다. 여기에 뛰어 든 목회자들 가운데 두드러진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뷔헤른(J. H. Wichern: 1808-1881), 바그너(H. Wagner:1815-1889), 토드트(R. Todt: 1839-1887), 스퇵커(A. Stoecker:1835-1919).

4)교회 상황과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블룸하르트는 이러한 사회선교가 미흡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선교는 현실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약간의 도움은 되겠으나 근원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교는 겉으로 보기엔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한 교회의 프로그램이지만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교회와 이들 사이에는 내적으로 단절된 상태라고 그는 보았다. 게다가 교회는 이들에게 단지 달콤한 신앙관을 제공해서 무거운 세상 짐을 그냥 잠시 잊어버리게 한다고 그는 보았다. 그렇지만 교회는 결코 이 짐을 가볍게 해주는 어떠한 일도 하지는 않는다고 그는 보았다. 또한 그가 보기에, 대다수 목회자들은 신앙의 영적인 측면만 강조하며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었고 교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기쁨과 즐거움을 함께 나누지 않았다.
그래서 교회 안에는 생각없이 믿는 신앙, 관습적인 신앙만이 난무하고 있음을 그는 보았다. 결국 일반 대중들을 ‘멍청하게 만드는 곳’이 교회라고 보았다. 또한, 그는 정부의 재정정책도 비판했다. 정부는 군사력확장에 재정을 투입하고 또 예술과 학문 그리고 교회건물 수리에는 재정을 들이지만 가난한 사람을 위한 재정투입엔 매우 소극적임을 그는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사회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정부의 재정투자가 아쉽다고 생각했다. 그는 정부가 사회 모든 계층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복지정책을 시급하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같은 인식을 하면서 그는 교회와 정부를 동시에 비판했다. “이제까지 국가와 교회가 결속해왔고, 양자는 이 사회를 함께 지배해 왔다, 이들에겐 하나님이 그저 들러리로 보일 뿐일 것이다.”

5)교회 밖에서 예수의 음성이...
이 같은 맥락에서, 정의롭지 못한 사회현실을 향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산업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블룸하르트는 예민하게 들었다. 그들은 외쳤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 하나님이 불의한 자들에 의해서 감금되셨나? 블룸하르트는 이러한 외침 속에서 탈교회현상의 원인을 찾아 보았다. 그러면서 그는 시편 22편과 137편을 묵상하면서 살 권리를 위해서 부르짖는 노동자들의 목소리 가운데서 예수의 음성이 들려옴을 느꼈다. 교회 안에서는 깨어 있는 신앙인 바른 생각을 가진 신앙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오히려 교회 밖에서 소위 무신론자들이 -특히 사민당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사람의 참된 가치와 사람됨의 권리 그리고 사회정의를 위해서 외치고 노력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교회는 이런 사람들을 무신론자로 몰아 부치지만, 이 무신론자들이야말로 자기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사람들이라고 블룸하르트는 확신했다.

6)예수의 길을 따라(Nachfolge)
이제 블룸하르트의 성육신신학은 실천으로 옮아가게 되었다. 그는 예수의 길을 따라(Nachfolge)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현실 사회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그는 사민당으로 가까이 다가섰다. 그 까닭은 사민당의 종교정책이 전통과 관습에 매몰된 기독교를 비판하고 신앙을 개인의 몫으로 돌리기 때문이었다. 종교는 자기자신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일(Religion als Privatsache). 또한 그는 사민당이 독일 민족주의와 제국주의의 노선을 반대하고 세계 보편의 인류공동체를 표방하는데 공감했다.
1899년 6월에 블룸하르트는 괴핑엔(Goeppingen)에서 열린 근로자들의 정치집회에 참가했다.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을 위협한 황제(빌헤름 2세)의 언행에 대해서 항의하는 집회였다. 그는 이 집회에 참가해서 즉흥적으로 정치적인 연설을 했다. 그의 연설내용은 하나님나라를 향한 정의로운 사회질서에 대한 구상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서 그는 자주 노동자들의 집회에 참가해서 정치적인 연설을 했다. 그리고 그는 사민당에 입당했다. 입당의 동기는 정치적 이득을 추구하려는 것이나 또 사민당의 정강을 위해서 헌신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었고, 오직 산업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함이었다.
동시에 그는 그리스도를 따라 ‘자기를 부인’하는 길을 이 정당을 통해서 걸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목회자인 그가 무신론 정당이요 반교회적인 정당이자 과격한 노동운동단체로 알려진 사민당에 입당했다는 소식은 교회를 놀라게 했고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다. 이 사건이 10월 25일 어느 지방일간지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 신문기사에서 블룸하르트는 사민당에 가입하게 된 동기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털어놓았다. “나는 나를 찾아 와서 생활의 어려움과 쓰라림을 호소하는 교인들에게 위로의 차원에서 목회하는 일에 한계성을 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사민당에 입당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을 억울함과 억눌림에서 해방되게 하고 또 이를 통해서 사회의 모든 계층이 평화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헌신하기로 했다.”
그가 현실 정치에 뛰어든 주된 목적은 정의롭지 못한 사회구조를 개혁하는 것이었다. 갱신의 순서는 먼저 산업근로자계층의 삶을 사람답게 살도록 하고 -특히 물질적인 면에서-, 이를 통해서 건강하고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왕립종교국은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 해 11월에 목사직책과 칭호를 내 놓았다.
이제, 블룸하르트는 설교강단에 오르는 대신 교회 밖 빈 들에서 말씀을 선포했다. 그리고 몇 달 뒤에 그는 뷔르템베르그(Württemberg)지역의 주의원을 뽑는 선거에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아 출마해서 1900년 12월에 주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이제부터 그는 정치가로서 “예수 이겼네!”를 외치며 하나님나라를 선포하기 시작했다. 주의원이 된 블룸하르트는 지역의 현안에서부터 국제 문제까지 폭넓게 취급했다. 괴핑엔지역 철도부설문제, 지역 농업정책, 농산물 유통, 교육개혁, 보호장벽을 친 독일의 무역정책을 비판하고 세계 공동체를 지향하는 국제무역정책제안 등. 그의 정치관은 이 땅에 임하시는 하나님나라를 증거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이러한 정치관은 종종 정당 동료들의 견해와 마찰을 빚게 했다. 정당 동료들은 블룸하르트가 의원으로서 마땅히 정당의 이익을 대변하고 또 그것을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블룸하르트는 정당의 이익보다는 하나님나라를 추구했다. 오로지 예수의 길을 따르려는 블룸하르트에 대해서 정당 동료들은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반면에, 블룸하르트는 이러한 정당 동료들의 자세에서 교회 안에서 보았던 ‘자기부인’의 결핍 곧 이기적 심성을 다시 한 번 다른 측면에서 경험했다. 그의 정치적 관심은 ‘모든 사람이 한 사람도 예외없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일구어가는 데 있었다. 그러하기에 사람의 가치, 사람에 대한 존경심,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사회를 위해서 정치연설과 의정활동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6년의 임기가 끝나자 블룸하르트는 정계에서 은퇴했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정치적 목적은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렇지만 “예수 이겼네!”에 대한 그의 확신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고, 하나님나라를 향한 그의 정치적 관심도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정계은퇴 후에 그는 받볼로 돌아와서 다시 목회자로 일했다.

4.종말론적 경건(1906-1917): “예수 이겼네!” – “살아계신 예수, 우리 가운데 계신다!”

블룸하르트는 6년 동안의 정치생활을 회고했다. 가장 인상깊게 남아 있는 점은,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는 정당 동료들의 주장이었다. 그는 대단히 놀랐고 이 주장을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폭력사용은 언제나 증오와 미움에서 싹이 튼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의 혁명’을 강조했다. 이 혁명은 위에 계신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혁명으로서 사람의 마음을 새롭게 하사 자유케 하고 화평한 사회를 일구게 하는 혁명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빌립보 2장 3절의 말씀대로 “나보다 남을 낫게 여기는 마음”을 가진 정당인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는 정당 안에서 이러한 예수의 마음을 가진 동료를 찾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사민당을 향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정계은퇴 후에도 당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현실정치에서 물러난 블룸하르트는 이제 마음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연대했다. 어린이집을 만들어서 공장에서 일하는 주부근로자들의 아이들을 맡아서 돌보았다. 그는 예수의 산상수훈과 주기도문의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죄용서를 통한 의롭고 바른 사회질서를 추구했다. 그런데, 그는 이제 세상에 대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는 세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의 통치를 확신하면서 ‘하나님은 하늘에, 사람은 땅에’, ‘서두름과 기다림’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하나님나라를 보다 더 종말론적으로 이해했고, 또 아버지의 유산 “예수 이겼네!”를 “살아계신 예수, 우리 가운데 계신다!”로 이해했다.
1919년 8월 2일에 블룸하르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블룸하르트의 치유목회는 치유은사에서 출발해서 산업근로자의 권익을 위해서 현실 정치에 뛰어 들기까지 영적인 차원과 육체적-물질적 차원 곧 전인적인(ganzheitlich) 차원이었다. 또한 그의 치유목회는 개인의 치유는 물론 사회구조의 갱신을 위해서 노력했다. 그는 이 세상 모든 피조 세계에 임하시는 하나님나라를 위해서 인간으로 말미암아 오염된 생태계를 치유하는 목회도 구상했다. 그리고 그는 교회 안에 있는 영혼들은 물론이거니와 교회 바깥에 있는 영혼들(반교회적인 노동자들), 나아가서 기독교 바깥 세계에 있는 영혼들을 위해서도 -19세기 유럽 제국주의 정책에 희생되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중국) 주민들- 목회했다. 이처럼 그의 치유목회의 범위는 우주적이었다.
블룸하르트의 치유목회의 목적은 명료했다. “하나님나라!” 이 땅위에 임하는 하나님나라는 성경의 증언대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 나라가 임하는 곳에 자유, 정의, 진리, 평화, 그리고 생명의 역사가 일어나고 거기에서 “예수 이겼네!”라는 외침이 터져 나온다. 생명의 사건과 함께 하나님나라는 지금까지 계속 자라왔고 예수께서 이 세상에 다시 오실 때까지 자랄 것이다. 마치 겨자씨가 자라듯이(마 13장). 하나님나라는 ‘불가능의 가능’ 속에서 자라난다.
하나님나라의 자람(성장)을 위해서 블룸하르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부인’과 ‘서두름과 기다림’의 자세를 가졌다.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그는 언제나 예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대로(주기도문) 기도했다. 또 기도한대로 실천으로 옮겼다. 그것은 예수 따라 사는 삶(Nachfolge)이었다.

/장신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