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신용카드 회사의 TV 광고는 “천만 명이나 쓰는 카드가 있대요. 괜히 천만이겠어요”라거나 “대한민국 성인 남녀 넷 중 하나는 ○○카드를 갖고 계십니다. 자그마치 천만이나 쓴다는 얘기죠”라고 외침으로써 확실한 증거를 받아들이라고 선동합니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증거’의 원리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옳고 그름을 결정할 때에 그 기준을 상당부분 ‘다른 사람이 어떻게 결론을 내리는가?’에 그 기반을 두는 것을 말합니다.

TV코미디 프로그램에 삽입되는 기계적 가짜 웃음은 굉장히 어색하지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이 프로가 더 재미있다고 느끼게 된다고 합니다.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입할 때도 판매율이 높은 제품이 더 질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식당 중에도 사람이 북적거리는 식당은 왠지 더 맛있는 식당이라고 생각되고 사람이 전혀 없는 식당은 꺼려지게 됩니다. 마트에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의 장바구니에 어떤 제품이 들어있는가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그 상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쇼핑몰의 ’사용후기‘라는 것도 구매자의 평가를 통해서 선택을 촉구하는 것인데, 바로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구매자가 아니라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거짓된 ’사용후기‘를 대량으로 올려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분야 점유율 1위, 100만 다운로드 돌파, 연재랭킹, 판매인기순....등의 용어는 바로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실험결과 중의 하나는 여성들이 남자를 선택할 때 쑥맥보다는 여자 경험이 많은 바람둥이 쪽을 더 많이 선택한다고 합니다. 그것은 이미 나 말고도 ‘많은 여성들이 선택한 남자’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을 때 자살하는 사람들이 늘어 자살률이 올라가는 경우도 비슷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강남의 엄마들이 아이들이 방학중임에도 낮에는 학원, 밤에는 과외, 그리고 바이올린, 피아노, 수영, 체육..등의 학원에 보내는 것도 남들이 다 하는 것에 자신의 자녀들만 뒤쳐질까봐 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강북의 엄마들이, 지방의 엄마들이 덩달아 따라하게 됩니다. 남들이 가는 대학에 가야하고, 그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사회적 낙오자요 패배자로 낙인찍을까봐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삶을 스스로가 아니라 ‘남들’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이데거라는 학자는 이러한 현상을 ‘남들의 독재’라고 불렀습니다.

‘피리 부는 사나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은 피리 소리를 통해서 쥐 떼를 강물에 빠뜨리기도 하고, 동네의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사회적 증거의 법칙은 ‘또 다른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남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 절대적 진리가 필요합니다. 나의 상황과 필요를 알고 인도하는 인생의 목자가 필요합니다. 그 분이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너희가 오른쪽으로 치우치든지
왼쪽으로 치우치든지 네 뒤에서
말소리가 네 귀에 들려 이르기를
이것이 바른 길이니
너희는 이리로 가라 할 것이며
(사30:21)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