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4:12-16) 

    1.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한 부흥사가 집회를 위해 어느 낯선 지방 교회를 찾아가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찾았지만 길이 낯설어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는 아이가 있어서 물었습니다. “얘야, 여기 00 교회가 어디에 있니?” 아이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아주 친절하고 자세히 교회의 위치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서 부흥사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얘, 오늘 저녁 내가 그 교회에서 설교를 한단다. 엄마, 아빠 모시고 그 교회로 오너라.”
 
     “왜요?” 아이가 눈이 동그라져서 묻습니다. 이에 부흥사가 말했습니다. “너는 나에게 교회 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으니, 나는 너희 식구에게 천국 가는 길을 가르쳐 줄게.”
 
     그러자 아이가 이렇게 말했답니다. “에이... 교회 가는 길도 모르면서 어떻게 천국 가는 길을 가르쳐 줘요?”
 
     여러분은 교회에 나온 것을 보니, 적어도 천국 가는 길은 확실하게 아는 분들인가 봅니다. 그 길에 하나님의 은총이 항상 넘치기를 바랍니다.
 
     2.
     그런데,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물어 봅시다. 그 천국 가는 여정, 우리의 인생 순례의 길에 언제나 내 예상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던가요? 자신이 계획대로, 의도한 대로 모든 것이 착착 진행되던가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럴 것이다 하면 저런 일이 생기고, 저럴 것이다 하면 이런 일이 생기곤 합니다. 더군다나 어떤 이는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예상치 못한 일들로 곤경에 처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자연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거나 투덜댐이 생활화되기 쉽습니다. 아니, 때로는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아 낙심되기도 하고, 의욕이 떨어져 사는 게 별로 기쁘지도 않을 것입니다.
 
     오늘 말씀에도 이런 비슷한 경우가 발생하였습니다. 예수님은 오래 기다린 끝에 드디어 메시아로 나설 때가 되었다고 생각되어 세례 요한에게 가서 세례를 받으셨습니다. 그리곤 메시아로서 자격을 공식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사단에게 광야에서 시험을 받으시며 40일 금식까지 마치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세상에 공식적으로 데뷔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얼마나 이 날을 기다려 왔던가요! 이 땅에 태어나기 전 태초부터 기다려 온 것은 차제(次第)하고라도 이 땅에 태어나셔서 30년을 기다려 오셨습니다. 더군다나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에는 하늘에서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신에게 내려오는 하늘의 축복까지 받았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는 감격스러운 하나님의 음성까지 들었습니다. 그 감격과 감사를 안고 광야에서 고통스러운 40일 금식을 하시고, 분명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사단의 모든 시험도 물리치셨습니다. 준비가 다 되었으니 이제 세상에 나가 외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막 나가려는 그 때에 불길한 소식이 들려옵니다. 자신에게 세례를 주었던 세례 요한이 체포당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니 그와 관계된 이들을 모두 잡아들일 것이 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오늘 말씀에 보면 “예수께서 요한이 잡혔음을 들으시고 갈릴리로 물러가셨다가 나사렛을 떠나 스불론과 납달리 지경 해변에 있는 가버나움에 가서 사시니”라고 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예수님은 나사렛을 떠나 스불론과 납달리 지경에 있는 가버나움으로 물러가셨습니다. 물러가셨다는 것은 도망갔다, 피했다는 뜻입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의 외곽 지대입니다. 중앙 무대에서 벗어나 지방 변두리 무대로 옮기셨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중앙 무대에서 화려하게 메시아로 공식 데뷔를 하려고 그 날을 기다려 왔고, 이제 때가 되어 나서려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자칫하면 자신도 세례 요한과 같이 체포당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려 왔는데, 한 마디도 못하고 체포당할 위기입니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멀리 지방으로 피신하였습니다.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는 마치 소풍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비가 쭈룩쭈룩 내리는 격이요, 예쁜 옷을 입고 외출을 하려는데 사나운 날씨가 휘몰아친 격입니다. 그토록 고생고생해서 준비하고 연습해서 무대에 올리려고 했는데, 바로 전날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로 입원한 꼴이요, 3년 동안을 밤잠도 못 자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배탈이 나서 시험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꼴입니다.
 
     3.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예수님은 아무런 말씀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당신이 의도한 대로 상황이 그렇게 되지 않았는데도 주님은 아무런 불평이 없습니다. 비단 이 사건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마태복음 1, 2장에 나타나는 예수님의 탄생부터 시작한 예수님의 일생에 걸친 사건과 상황들도 사실 모두 적절한 상황들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의 탄생부터가 동정녀 탄생으로 이상했고, 태어나자마자 애굽으로 도망가야 했던 것도 좀 이상했고, 베들레헴에 태어난 예수님이 나사렛에 정착하게 된 것도 이상했습니다. 예수님의 생은 어찌 보면 태어날 때부터 엉뚱한 일들이 꼬이며 의도한 대로 진행된 것 같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아기였기에 모른다고 치고, 그 부모는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요? 마리아, 천사장 가브리엘이 직접 찾아와서 알려줘서 아기 예수를 잉태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의 권능이 자신을 덮어 잉태할 것이라 하여 그렇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하나님께 택함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님의 역사에 자신이 동참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자부심이 대단했겠습니까! 요셉, 역시 천사의 방문을 받고 잉태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이하였습니다.
 
     자신들은 지금 하나님의 역사, 권능의 도구가 되어 일을 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그것을 증거해 주듯이 아기를 낳았을 때, 천군 천사의 지시를 받고 왔다는 목자들의 방문이 있었고, 동방에서 찾아온 얼굴도 모르는 높은 지체인 동방박사들의 예방도 받았습니다. 비록 마구간이지만 그들은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하나님의 아들을 낳았는데,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로 부귀영화, 만사형통이 뒤따른 것이 아니라, 이젠 살기위해 애굽으로 도망가야 하는 신세였습니다. 그리곤 그 후, 고향으론 돌아가지도 못하고, 나사렛에서 숨어 살아야했습니다.
 
     이게 무슨 하나님의 역사인가요! 이게 무슨 하나님의 사람의 삶인가요! 만군의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사람이라면 만사형통해야지, 왜 하는 일마다 안 되는가요?
 
     일이 이쯤 되면 불평불만이 등장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불평함이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4.
     성경에서 우리가 주의해 볼 표현이 있습니다. 동정녀 탄생에 얽힌 사건에 대해서는 마1:22절에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모든 일이 된 것은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애굽으로 피난가게 된 사건에 대해서는 2:14-15 “요셉이 일어나서 밤에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떠나가 헤롯이 죽기까지 거기 있었으니 이는 주께서 선지자를 통하여 말씀하신바 애굽으로부터 내 아들을 불렀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라.”
 
     애굽에서 돌아와 고향으로 가지 못하고 나사렛 촌 동네에 가서 살게 된 일에 대해서는 2:23절에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사니 이는 선지자로 하신 말씀에 나사렛 사람이라 칭하리라 하심을 이루려 함이러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오늘 본문에 나타난 사건, 예수님이 공식 데뷔하려는 데 마침 세례 요한이 체포당하여 이스라엘의 중앙 무대 유대 지역을 떠나 변두리 갈릴리 지역으로 가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성경이 이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일렀으되 스불론 땅과 납달리 땅과 요단 강 저편 해변 길과 이방의 갈릴리여,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취었도다 하였느니라.”
 
     이 사건들 속에서 공통된 표현이 있습니다. 보셨습니까? 예수님의 모든 생애, 그에 관련된 사건 사건들에 대해서 이렇게 예수님은 받아 들였고, 성경도 그렇게 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께서 선지자로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라’
 
     예상한 것마다 빗나가고, 하는 일마다 이상하게 꼬이고, 엉뚱한 일들이 터지고 하여서 자기 팔자가 기구하다고 불평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삶에 하나님의 뜻,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신했습니다. 동정녀 탄생, 애굽으로 피난, 나사렛 정착, 갈릴리 변방으로 밀려남, ... 모두 고달픈 여정이지만 하나님의 뜻을 이룸입니다. 기가 막히고 힘이 빠지는 일들이지만 그럼에도 성경은 뭐라 하는가요? ‘이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라 일렀으되 ...’
 
     현실을 보는 눈이 다릅니다. 분명하고도 확고한 무엇에 의해 현실을 봅니다. 느껴지는 대로, 보여지는 대로 역사를, 삶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갖고 있는 지식으로 역사를 풀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무엇이 있습니다. 아주 분명하고 분명한 시각이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의 섭리! 하나님의 인도하심! 그리고 하나님의 뜻과 영광! the Glory of God! the Holy Plan of God! 자신의 삶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있다는 소신, 믿음! 이해하지 못할 현실에 대해 ‘내 팔자가 왜 이래’하고 낙담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 뜻을 이루려 하심이니라 하는 확고한 인생철학! 그러기에 불평이 없습니다.
 
     5.
     나는 하나님께서는 우리 인생의 밑그림을 갖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가장 알맞고 아름다운 밑그림을 그려놓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를 이 세상에 보내시며 하나님께서는 그 그림들을 조각조각 내어 마치 퍼즐처럼 흩어 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하는 일이란 그 퍼즐을 맞추듯이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놓으신 조각난 인생, 사건 사건, 감동 감동들을 찾아 맞추는 일입니다.
 
     지금은 그 조각 하나가 시꺼멓게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지 않아도, 그 조각은 반드시 필요한 조각입니다. 지금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실패의 조각일는지 모르지만, 때가 되면 그것은 반드시 내 인생 퍼즐에 있어야할 조각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내 인생에 그린 그 밑그림을 믿고 믿음으로 하나 하나 맞추어 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실패했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지금 망신당했다고 인생 문 닫지 마십시오. 지금 병들었다고 마음과 영혼까지 병들지 마십시오. 어쩌면 지금 병든 것이 내 인생 퍼즐에 꼭 필요한 것이 될 것입니다.
 
     성공한 이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중, 지금까지 오는데 실패한 적이 없느냐 물으면 ‘그것도 질문이냐’고 합니다. 숨기고 싶고 말하고 싶지 않은 그런 부끄러운 일들은 없느냐고 물으면 ‘인생에 대해 뭘 아느냐’고 되묻습니다. 지난 일들의 과거, 아픔, 실패들은 그 당시에는 괴롭고 힘들어도, 지나간 후에 뒤돌아보면, 자기의 온 삶을 통해 관조해 보면, 그 아픔, 그 부끄러움, 그 실패는 내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것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장 적절한 시기에, 적절하게 그런 아픔들이 생겼는지 감탄할 정도로 정확한 과거였다고 고백하는 이들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봅니다.
 
     제 개인적인 가정 이야기하는 것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23년 전, 부친이 돌아가실 때, 목사인 내 앞에서 고해성사 하듯이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시며 고백한 적이 있습니다. 40여년을 교단에 계시다가 퇴직하시고 비로소 신앙 생활을 제대로 시작하신 어른이십니다. 그 어른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시며 고백하시는데, 특별히 1.4후퇴 마지막 피난길의 급박하고도 위험한 상황을 말씀하시며 이런 고백을 하십니다.
 
     ‘그 때 마지막 피난민 대열에 끼어서 내려가다가 낙오가 되었어. 우리 식구만 남아 불안하게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고 있었는데 아무리 가도 앞의 일행이 보이질 않았어. 금방 뒤에서 중공군이 쫓아오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었어.
 
     그런데 황해도 남천에서 어디서 나타났는지 미군 차 스리쿼터가 서는 거야. 흑인이었는데 뭐라고 하는데 불안했어. 짐 보따리를 풀어보라는 것 같아서 풀었더니, 맨 위에 네 엄마가 갖고 다니던 성경책이 있었지. 그것을 보더니 ’크리스천?‘하고 묻더군. 고개를 끄덕이니까 차에 타라고 해서 그 차를 타고 수색으로 떠나는 마지막 기차를 탈 수 있는 토성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어.
 
     나는 그 때 우리가 재수가 참 좋았다고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하나님께서 나를 구원하시려고 스리쿼터를 준비해두셨던 거야. 그 흑인은 군인이 아니라 나를 위해 보내신 천사였어. 나는 미련하게 그걸 재수가 좋다고 했는데, 아니야, 하나님께서 나를 구원하시려고 준비해 두셨던 거야’ 그러시면서 눈물을 펑펑 쏟으셨습니다.
 
     지나간 다음에만 그것이 보입니다! 세월이 흐른 뒤에야 만 그것이 보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말입니다. 그러나 믿음이 있는 이는 자신의 삶을 온통 감싸고 있고, 인도하고 있는 하나님의 손을 지금 봅니다. 그래서 때로는 밑으로 내려가고, 시궁창에 처박히고, 부끄러워 얼굴도 못 들고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습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시겠지, 뭔가가 있기에 하나님께서 그러시겠지. 내 인생의 운전자 하나님께서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럴 거야’ 하며, 모든 일에 하나님의 손길과 인도하심을 믿음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묵묵히 따라 갑니다. 따라감 속에 말씀을 통하여 그것을 깨닫습니다. 그러기에 불평과 불만이 그에게는 없습니다.
 
     6.
     믿음의 주요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 이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는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배웁시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분은 최선을 다하고는 결과에 대해선 불평불만이 없었습니다. 잠시 흔들릴 수는 있겠지요, 그러나 궁극적으로 불평을 털어놓지 않았습니다. 이것조차도, 이 악한 상황까지도, 이 구차한 모습까지도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 믿었고, 마침내 내 인생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영광 가운데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내 생을 아름답게 밑그림 그리신 주님, 그 주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신뢰하고 평강으로 나아가십시오. 불평보다는 희망을, 불만보다는 소망을, 그리 갖고 살아가십시오. 이것을 로마서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 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이 믿음이 여러분의 각양각색의 삶, 처지와 형편을 조화시키고, 그리곤 마침내 선을 이루는 하나님의 축복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아름다운 밑그림의 영광이 여러분의 삶 속에 속히 확연하게 나타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