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20년 전의 일이다. 노회에서 재판국 서기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교회법에선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A목사가 국장으로 수고를 했다. 국원 중엔 판사 출신의 변호사인 B장로가 있었다. 두분은 만나기만 하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으르렁 거렸다.

A국장과 B국원간의 다툼은 간단했다. 세상법에 소양이 부족한 국장과 교회법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고 소홀히 여기는 우월의식 때문이었다. 처음엔 서기인 필자가 중재를 하느라 땀을 흘렸는데 나중엔 귀만 열어놓고 즐겼다. 법리에 관한 문제도 아닌데 방법부터가 달랐다.

다시 말해 설사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교회내 교우간 문제에 사회법의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법규가 없으면 증거가 있더라도 무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 총회는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이 교회 재판, 곧 재판국에 관한 문제이다.

판결에 많은 하자를 남겨 재심재판으로 가게 되고 재심에서 판결 내용이 뒤집혀 지기 일쑤이다. 비전문가들에 의해 판결이 이루어져 근본적인 하자를 남기게 되고 사회재판과 병행하거나 사회재판으로 가게 되어 거기서 끝나게 된다. 총회재판의 최종 판결이 사회재판에 순응하지 않음으로 권위가 크게 추락했다.

재판을 하게되면 그 교회는 쑥대밭이 된다. 대부분의 교인이 다른 교회로 옮겨가게 되고 일부 교인들은 개종을 하기도 한다. 한국교회엔 권징이 없거나 땅에 떨어져 밟히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헌법과 규칙에 대한 해석을 요청하는 일이 계속 늘어나고 소송을 하면 너 죽고 나도 죽는데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권징이 땅에 떨어졌다는 말이 퍽 아이러니하게 들린다.

땅에 떨어졌으면 주워 담으면 되는 데 떨어진 권징은 줍지 않고 밟아 뭉개버린다. 권징이 있으면 교회지도자 소위 실세(?)들에겐 귀찮기 때문이다. 신학교에서도 교회법(헌법)에 대한 강의가 소홀하다. 오히려 법망을 빠져 나오는 교육을 시킨다는 말이 들릴 정도이다.

한국교회에서 권징의 추락은 곧 교회위상의 추락으로 연결된다. 교회의 정의가 흔들리면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게되고 정의의 숨결이 끊어진 교회는 많은 불신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우리 총회는 교세 둔화를 성장으로 이끌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초신자는 없고 수평이동만이 심하게 된다.

교회성장 프로그램도 좋지만 이보다 먼저 권징을 바로 세워야 한다. 권위있는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 소위 법리부서에서 봉사하는 총대들은 특별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상당기간 교육을 득한 총대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재판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회재판으로 갈 경우 무조건 면직조치를 해야한다. 특히 기소위원회에 화해조정권을 주어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엔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총회는 교회법과 총회재판의 권위를 살리기 위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에 위탁판결이나 사회 인사를 국원으로 청빙하는 일도 검토해 볼만하다.

/홍익교회 장로, 전 평대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