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목사님 어린 딸이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아빠는 왜 설교하러 올라가기 전에 강단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요?” 목사님이 대답했습니다. “응, 아빠는 늘 설교하러 올라가기 전에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드리는 거야. 좋은 설교를 달라고.” 그러자 아이가 그러더랍니다. “그런데 왜 안 주시는 거예요?”

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오늘은 휴가를 마치고 왔으니 우리 하나님께서 말씀을 통하여 은혜를 흠뻑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1.

오래 전, 청년 시절에 나누던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떤 형제가 오랜 시간 하나님을 찾아 헤매다가 찾지 못하고 이렇게 노트에 적었습니다. “God is nowhere.” ‘하나님은 어디에도 없다!’ 참으로 허망했을 것입니다. 그토록 찾아 헤맸는데 하나님을 찾지 못하고 ‘하나님은 없다, nowhere!’ 이라고 결론을 내려야 했으니 얼마나 씁쓸했겠습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 “God is nowhere.” 이 문장이 달리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God is now here.” 하나님은 지금, 이곳에 계십니다! ‘어디에도 없다’라는 ‘nowhere’라는 단어가 한 스펠의 차이도 없이 띄어쓰기만 하니 달라졌습니다! ‘now here’ 로 ‘지금, 여기에’ 로!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하나님은 지금 여기에 계십니다! 아멘! 내가 하나님을 신령함과 진실함으로 찾는 그 순간, 하나님은 그 자리에 계십니다.

나는 출애굽기를 묵상할 때마다 모세가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에서 은혜를 받습니다. 사는 게 바쁘고 고달픈 모세를 하나님께서 ‘모세야 모세야’ 부르시는데, 모세에게 이렇게 첫 말씀을 하십니다.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출3:5)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하시는데 어디 부터가 거룩한 곳입니까? 하나님의 임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부터 거룩한 곳입니까? 성전(聖殿), 주의 거룩한 전, 성전에 들어왔다고 하는데, 여러분이 앉아 예배하는 이 성전, 어디부터 거룩한 곳입니까? 우리가 세상의 신발을 벗어야 하는 그곳은 어디부터 시작되는 겁니까? 성전 문 여는 순간부터? 아니 찬양대 석? 아니면 강대상? 십자가 밑? 내가 세상 신발을 벗어야 하는 거룩한 곳은 어디 부터인가요?

하나님을 깨닫는 그 장소입니다.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는 바로 그 순간입니다. 아무리 지성소 안에 들어와 있다 할지라도, 하나님의 면전(面前)이라 할지라도 깨닫지 못하면 그곳은 성전이 아닙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릅니다. 누구 앞인지도 모릅니다. 하나님을 느끼고 깨닫는 바로 그 순간, 그곳이 거룩한 곳입니다!

신앙은 현재(現在)입니다! 과거, 필요합니다. 옛일을 돌아보며 교훈을 받아 믿음의 생활에서 승리해야 합니다. 미래,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소망이 없는, 미래가 없는, 비전이 없는 이는 짐승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과거, 미래가 아무리 어떠하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하나님을 섬기는 우리들, 하나님을 대면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입니다. now and here! 지금, 이 순간, 우리는 하나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임재, 하나님의 도우심, 그 좋은 하나님의 사랑을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깨달아야 합니다. 하나님을 대면해야 하는 시간은 미래가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이어야 합니다.

2.

요즘엔 이런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는데 예전에 우리 사회에서는 ‘왕년(往年)에!’라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예전에 그랬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잘 나갔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충성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건강했다는 뜻입니다. 예전에 잘 베풀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안 그렇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어렵고, 지금은 볼 품 없고, 지금은 시들시들하고, 지금은 인색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맨날 ‘왕년에, 왕년에, 옛날엔 말이야, ...’합니다.

며칠 전 신문에 ‘세상의 꼰대들과 결별하는 방법’이란 글이 있었는데, 거기에 ‘꼰대 테스트’라는 게 있더라구요. 꼰대들은 늘 이렇답니다.

“‘내가 너희만 할 땐..’ 이란 소리를 입에 달고 삽니다. 누굴 만나면 대뜸 나이부터 물어본 뒤 어리면 말을 놓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놓곤 막상 후배가 그렇게 하면 기분이 상합니다. 회의 때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자’고 한 뒤 결국 먼저 답을 제시한다 ...”

그러니까 꼰대의 제일 큰 특징은 자꾸 옛일을 추억하되 자기 때는 다 좋았답니다. 그러면서 예전엔 이랬다, 저랬다 하며 잔소리 한답니다. 이게 다 소신이 강해져서 그런 게 아니라 늙기 시작해서 그런 거랍니다. 스스로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내비치는 거랍니다.

나도 몇 해 전부터 교역자님들께 이런 말을 자주 하는 것을 발견하곤 놀라고 있습니다. ‘내가 부목 시절에는 말이야, 내가 전도사 때는 ...’ 옛날에 자신이 잘 나갔었다는 것을 은근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현실이 자신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아니, 옛날엔, 왕년엔 정말 잘 나갔는지 모릅니다. 대단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우리가 유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목회 밖에 잘 모릅니다. 나는 밖에 잘 나다니지 않습니다. 나는 내게 주어진 교회, 왕십리중앙교회 목회 상황에서 목회하는 것을 즐거워할 뿐입니다. 다른 교회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나는 왕십리 사람이 되어 왕십리 상황에서 지지고 볶는 목회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그런대로 목회 잘 하고 있다고 주위에서 말합니다. 때로는 설교도 잘 한다고 칭찬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시까지 쓴다고 부러운 시선을 받아보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그런대로 괜찮은 목사편에 속한다고 여겨왔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 뜻밖의 경험을 당해본 적이 있습니다. 갑자기 몇 사람들이 자기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고 날 향해, 권위주의자, 복음도 성령도 없는 설교자, 전형적인 기성세대의 꼰대, 소통이 안 되는 고집불통의 목사, 물러나야 할 목사, ... 내 평생에 그런 험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어찌 실(失)과 과(過)가 내게 없겠습니까?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런 소리 들을 만큼 하지는 않았다고 여기며 살았는데 갑자기 그런 소리가 밀려드는데 참 힘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소신껏 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소리를 듣게 되니 무엇보다 마음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 한 때 물러서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 어느 날 새벽기도 시간에 허망한 마음에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내게 물으십니다. ‘양 목사, 네가 만약 지금 물러난다면, 사람들은 너를 어떻게 기억할 것 같으니? 양심적인 깨끗한 목사? 꿈 깨라! 목회에 실패한 목사, 그래서 떠난 목사라고 추억할 것이다.’

그렇더라구요, 그 순간 내가 현실이 힘들다고 도망갔더라면 속은 편할 지 모르지만, 그동안 내가 쌓아온 것들은 다 소용이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나는 단숨에 무능한 목사, 고집불통, 꼰대, 권위만 내세우는 불량 목사로 남는 거였습니다. 내가 착하게 살아온 것, 양심껏, 성실하게 살아온 것들은 다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 순간부터 문제 많은 불량 목사로 남는 거였습니다. 목회에 실패하고 떠난 목사로 남는 거 였습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예전에 어떤 삶을 살았어도, 어떤 업적을 이루었어도 지금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지금은 너무 힘들다, 버티기 버겁다. 가족에게도 미안하고 직장에서도 눈치 보이고,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진다. 그래서 그만 두고 싶다. 이 벅찬 현실에서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도망간다? 그러면 그 순간, 나는 예전에 어떠했다 하더라도 인생의 실패자로 영원히 남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열심히 살았습니다. 힘들게 힘들게 자식 키우며 살아왔습니다. 그랬더니 어느날 자식이 컸다고 부모에게 대듭니다. 아버지가 해 준 게 뭐가 있냐고, 엄마는 뭘 했느냐고... 기가 막힙니다. 그러나 이 때 이 말에 충격 받아 두 팔을 늘어뜨리면, 우울증에 빠져들면, 술로 세월을 보내면 진짜 실패한 무능한 부모가 되고 맙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모든 것이 수표로 돌아갑니다. 자신은 진짜 무능한 인생이 되고 맙니다.

이 때, 나에게 필요한 모습은 뭔가요?

3.

오늘 본문은 사도 바울이 빌립보 교회에 써서 보낸 편지입니다. 그것도 감옥에서 써서 보낸 편지입니다. 감옥에 있다고 남들이 다 이상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속으로 경멸하기도 합니다. 어수선한 눈길들이 쏠릴 때 바울이 쓴 편지입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바울의 위대함은 자신의 처지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감옥에서 기죽지 않습니다. 그러더니 도리어 자신이 이룬 것들에 취하지도 않습니다. 왕년에 그가 이룬 것들은 정말이지 대단한 것들이었습니다. 우리는 흉내도 낼 수 없는 굉장한 것들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7절 이하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그가 이룬 업적들을 배설물로 여긴답니다. 그것을 오늘 본문에서는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을 잊어버리고’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과거를 잊어버렸답니다. 과거란 부끄러운 옛 일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과거란 자신이 주를 위해 한 일들, 공적들을 말하기도 합니다. 주를 위해 땀 흘린 것, 애쓴 것, 바친 것, 눈물 뿌린 것, ... 등등 이른바 공적을 다 잊어버렸습니다. 어떤 이가 그러더라구요. ‘그리스도인은 영적 경주에서 과거를 잊어야 한다. 공(功)은 하나님께 영광으로 돌리고, 죄(罪)는 하나님께 자복한 후 다 잊어야 한다.’

맞습니다, 자기가 이룬 것들은 잊어버립시다. 자기가 예전에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것도 잊어버립시다. 이것들을 잊어버리지 못하는 이들이 늘 괴롭고 힘든 현실을 삽니다. 적응하지 못합니다.

아울러 자기가 예전에 늘 실패만 하던 사람이란 것도 잊어버립시다. 늘 부족했던 인물이란 사실도 잊어버립시다. 우리, 성도는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 새로운 존재라고 성경은 증언합니다. 예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것이 이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새로운 존재입니다.

그 새로운 존재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달려가는 이입니다! 성도는 아직 목적지에 도달한 이가 아닙니다. 성도는 여전히 부지런히 달려가는 이입니다. 무엇을 향해?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부름의 상을 위하여!

그러니까 우리는 아무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실패자도 아닙니다. 우리는 여전히 달려가고 있을 뿐입니다. 푯대를 향하여, 예수님께 사로잡힌바 된 그것을 이루기 위하여, 거기엔 반드시 부름의 상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바라보며 달려가는 이들입니다.

‘예수님께 사로잡힌바 된 그것’, 내가 예수 믿고 난 뒤로부터 내 안에서 일어나는 거룩한 충동, 이렇게 살면 안 되지 하는 그것들, 베풀며 살아야지, 고집 부리며 살면 안 되지, 움켜쥐고 사는 게 아니지, 용서하며 살아야지, 아, 내가 예수 믿는 사람인데 내 안에 예수가 살아야지, ... 전과 다르게 뭔가 나를 사로잡는 신령한 그것들, 거룩하고 진실된 그것들, 그것에 사로잡혀 살아야 합니다.

그게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 때 우리에게 ‘부름의 상’이 있습니다. 반드시 상이 있습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 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히11:6) 우리들의 삶에는 반드시 상급이 있습니다. 속으로 그까짓 상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건 굉장히 중요한 상입니다. 그러기에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못 받으면 부끄러운 것입니다.

경기가 종료된 후에는 언제나 평가나 시상식이 있습니다. 그 평가, 시상식이 기쁨의 시간, 축제의 시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요? 최선을 다하십시오. 하나님의 자녀라면, 그리스도인이라면 육신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만을 궁리하지 말고 육신을 쳐 복종시키며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를 믿음으로 사로잡히게 된 그 거룩한 사명, 신앙심을 위해 열심히 달려갑시다.

4.

사명을 다 이룬 것 같이 사는 이가 있더라구요. 아닙니다, 지금이 중요합니다. 전에 아무리 어떠한 인생을 살았어도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합니다. 지금 내가 잘못 살면 내가 일평생 살아온 것은 다 허사가 됩니다. 실패자가 됩니다. 끝까지 우리 주 예수님을 바라보며 사명자로 삽시다.

지금의 모습, 어떤가요?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가요? 스스로 정신없는 삶을 표현하고 있는가요? 뭔가 이룬 것 같이 오만함에 빠져 있는가요? 멍하니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인가요?

푯대를,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 그 삶의 의미와 사명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아무리 사회에서 잘 나가던 이였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나의 모습은 여전히 사명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

뒤는? 잊어버리십시오! 그게 무엇이었든 잊어버리십시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지금 이 순간, 푯대를 향하여 열심히 달려갑시다. 주께서 힘에 힘을 더하여 주실 것입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