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1:40-42)

 

     1.

     신혼여행을 가는 어느 비행기 안에서 신랑이 신부에게 고백을 했습니다. “사실 난 한쪽 눈이 보이지 않습니다.” 깜짝 놀란 신부가 왜 진작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하자 신랑은 첫 번째 보낸 연애편지에서 밝혔노라고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여자는 그 동안 남자에게서 온 편지들을 모두 꺼내서 첫 편지를 찾았습니다. 그 편지를 펼쳐보니 맨 첫 구절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보는 순간 한 눈에 반해 버렸습니다.”

 

     우리는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들을 때 언제나 자기의 선입견을 갖고, 자기 생각을 갖고, 그것들을 대합니다. 그래서 자기 추측대로 오해를 하고, 속단을 합니다. 매우 위험한 버릇들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도 그렇습니다. 이미 자기 생각을 갖고 말씀을 읽고 대하기에 자기 생각에 맞는, 동조하는, 뒷받침해 주는 말씀만이 눈에 잘 들어오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분명 읽었어도 기억에 없습니다. 그래서 늘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성경을 이해합니다. 이 역시 매우 위험합니다. 성경은 성경 그대로를, 아무런 선입견 없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늘 말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

 

     2.

     한 나병환자가 예수님께 달려 나왔습니다. 이 나병환자는 대단히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당시 법으로 나병환자는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올 수 없었습니다. 만약에 나병환자가 일반인들의 마을에 나타나면 돌로 치라고 율법에 명기하였기에 쉽게 나타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예수님에게로 달려 나왔습니다. 그만큼 뭔가 확신한 것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는 예수님께 달려 나와 꿇어 엎드려 간구합니다.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이에 주님은 그를 불쌍히 여기시며 손을 내밀어 그를 만지시면서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하셨고, 그 즉시 그의 몸은 깨끗하여 졌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은혜입니다! 그런데 참 이 나병환자가 지혜롭습니다. 그가 주님께 간구하는 것, 간단합니다.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그러자 예수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단순한 믿음에 확실한 응답의 복이 주어집니다. 여러분도 이런 복,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나병환자에게서 배울만한 것은 그게 다가 아닙니다. 참으로 독특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에겐 믿음이 있었습니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직 예수를 모릅니다. 지금 이 상황은 예수님 공생애 기간 중 초창기이기에, 그렇게 자세하고도 널리 예수님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전해지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그는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곤 그 분은 나를 구원하실 분이란 나름대로 결론과 확신을 가졌습니다.

 

     믿음은 어떻게 갖게 되는 것일까요? 누군가가 심어주는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나병환자에게 예수님은 메시아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굳게 심어준 사람은 없습니다. 그는 다만 들려오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들, 이른바 정보를 갖고 그것들을 스스로 종합하여 내린 결론으로 예수님은 자신의 삶을 건져줄 메시아임을 믿은 것입니다.

 

     누군가가 믿음을 강력하게 심어주기를 기다리지 마십시오. 이미 예수님에 대하여 들은 이야기, 정보들을 종합 정리하여 그 속에서 자신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신앙은 결단입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믿음이 생기지도, 자라지도 않습니다. 나병환자는 훌륭하게도 자신이 들은 이야기들을 토대로 하여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지체하지 아니하고 주님께 달려 나왔습니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하나니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는 반드시 그가 계신 것과 또한 그가 자기를 찾는 자들에게 상주시는 이심을 믿어야 할지니라!” (히11:6) 할렐루야! 이 믿음 갖고 오늘 하나님께 나아오신 줄 믿습니다.

 

     언젠가 어느 여집사님이 교회에 빠졌기에 알아봤더니 주일 아침에 교회 가려고 옷을 입다보니 맘에 드는 옷이 없어서 기분이 상해서 안 왔답니다. 별게 다 이유가 됩니다. 오늘 안 오신 분들이 다 그런 분이란 건 아닙니다.

 

     교회에 나올 때 여러분이 챙겨야 하는 것은 옷이 아닙니다. 돈도 아닙니다. 화장도 아닙니다. 권세도, 권위도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다 세상에 두고 오십시오. 오직 믿음! 이 왕십리 중앙 교회 성전에 하나님이 계시다는 믿음, 그 분께 예배드리러 간다는 믿음, 설교를 통하여 주님께서 말씀하신다는 믿음,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께 나아가는 유일한 통로이며, 그 길 따라 하나님께 이른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 믿음으로 우리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복된 성도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3.

     또 한 가지, 이 나병 환자의 믿음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믿음은 말이죠, 간직하고 있어야 소용없습니다. 믿음은 흘러야 합니다. 그 믿음의 상대에게로 흘러가야 합니다.

 

     믿음은 어디에 들어 있을까요? 우리의 마음에 믿음은 들어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마음이 상대방에게 기울어져야 합니다. 즉 상대방에게 기대감이 있어야 합니다. 이 때 마음에 가득 차 있던 믿음은 마음이 기울어짐으로 기울어진 그 상대에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한다, 믿는다 하면, 우리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로 기울어진 것입니다. 그러기에 내 마음에 무엇이 담기면 그것은 자연스레 그 상대에게로 흘러갑니다. 별 것도 아닌데 내 마음이 기울어진 그 사람에게 그것을 주고 싶고, 나누고 싶습니다. 왜? 내 마음이 그에게 기울어져 있기에!

 

     성도의 마음, 누구에게 기울어져 있습니까? 예수님에게 기울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그 믿음은 예수님께로 흘러들어가며 엄청난 힘을 내기 시작합니다. 능력을 발휘합니다. 믿음은 마음이 주님께로 향하여 기울어질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우리의 믿음, 주님께 흘러야 합니다. 우리가 입만 열면 믿습니다 하는 이 믿음은 예수님에게로 쏟아져 흘러들어야 합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요? 예수님에게 기대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대치 못하는 믿음, 점잖은지 모르나 능력은 없습니다. 믿는다고 하면서 한 번도 예수님께로 마음이 기울어지지 않고, 한 번도 예수님께 기대감도 없이, 구하지도 못하고 사는 사람은 점잖고, 자아가 강한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믿음이 주님께로 흐르며 폭발하는 삶의 변화, 능력, 기쁨, 희열은 경험해 보지 못할 것입니다. 점잖긴 한데 복음에 담긴 엄청난 행복은 모릅니다.

 

     나병환자는 자기 안에 가득 차 있던 믿음을 예수님께로 쏟아 부으며 간청합니다. 예수님에게 큰 기대를 겁니다.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저를 온전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저를 강건케 하실 수 있나이다.’

 

     믿음은 간직하고만 있다면 사치입니다. 왜 그 엄청난 힘을 아무런 곳에 쓰지 못하고, 간구하지 못하고 사장(死藏) 시키는가요?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히11:1) 바라는 것들을 주님께 믿음으로 간구하십시오. 아직 보지 못하는 것들을 믿음으로 간구하십시오.

 

     믿음은 그 대상이 있어야 하고, 믿음은 기대감이 있어야 합니다. ‘주여, 이루어 주옵소서. 주여, 성장케 하옵소서. 성공하게 하옵소서. 강건케 하옵소서. 치료하여 주옵소서. 극복하게 하옵소서.’ 이러한 간구가 우리에게 있어야 합니다!

 

     4.

     그런데 그 시점에서 나병환자가 가장 중시한 것은 사실 믿음이 아닙니다. 그의 간청엔 ‘내가 믿나이다’란 말이 없습니다. 다만 “원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나이다!” 이 사람은 중요한 것은 주님의 뜻이었습니다. 원하시면!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능력? 그건 그리스도인이라면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능치 못함이 없는 권능의 하나님이십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하나님이 과연 나를 도와주시는 것을 원하시느냐 아니냐입니다.

 

     우린 종종 이 자세가 바뀌어 있습니다. 주님의 뜻은 언제나 나를 축복 하고, 건강케 하고, 잘 되게 하고, 출세시키는 것인 줄로 믿어 의심치 않고, 다만 그런 능력이 그 분에게 정말 있는 가를 걱정합니다. 그것이 진정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인지는 생각하지도 않고, 도리어 이것을 주님께서 이루실 수 있을까만을 염려합니다.

 

     뭔가 순서가, 중요한 면이 뒤바뀌었습니다. 열심히 기도는 하지만, 간청은 하지만 그것이 주님의 뜻이길 원합니다란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도 겟세마네에서 밤새 열심히 간청의 기도를 하시고 궁극적으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라고하지 않았던가요!

 

     우리가 주님께 간구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뭔가요? 하나님의 능력? 내 믿음? 사실은 그것들 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그걸 원하시느냐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위험한 것 중의 하나가 무조건 성장하는 것이, 폭발적으로 단기간에 부흥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무조건 돈 많이 벌고, 출세하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고 가르치는 것입니다. 정말인가요.

 

     나는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를 시작하며 교회 부흥, 목회 부흥을 꿈꾸며 얼마나 열심히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네 입을 넓게 열라, 내가 채우리라!’ ‘여호와여 주는 주의 일을 이 수년 내에 부흥케 하옵소서!’ 산기도, 철야기도, ... 돌아다니며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릅니다. 큰 목회, 불같은 목회가 일어나게 하옵소서 하면서.

 

     그런데 어느 해인가, 그 때도 강원도 어느 산골에서 혼자 헤매며 하나님께 떼를 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하나님께서 내게 말을 거셨습니다. 아니, 질문을 내게 던지셨습니다.

 

     “얘, 나는 왜 너를 큰 교회 목사로 세워야 하니? 왜 나는 너를 반드시 존경받는 목사로 세워야 하니? 니가 주인이냐 내가 주인이냐? 나는 너를 저 시궁창에 내려가 있어라 하면 안 되냐? 너는 말끝마다 부흥, 부흥하는데, 그 부흥이 나를 위한 거냐, 너를 위한 거냐?”

 

     생각해보니, 예수님이 나의 주인님, 주님이신데 왜 주인님은 이 머슴, 종놈을 만날 스포트라이트 받는 자리에 세워야 하는가요? 왜 예수님은 만날 킹이 되지 않고 킹메이커가 되어야 하는가요?

 

     뭔가 잘못 되었습니다. 나의 주인님, 주님께서 날 보고 ‘너는 저 무너지는 교회에 가서 그 무너짐을 잘 마무리해라’한다면 나는 거길 가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야말로 망한(?) 교회 목자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요? 싫다고 안 가는 놈이 요나 아닌가요?

 

     내 주인님이 날 보고 너는 당분간 저 시궁창에 내려가 있어라 하신다면 나는 내려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거기에 내려가 끝까지 버티는 것이 내가 목회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싫다고 도망가면 바로 내가 데마가 되는 것이 아닙니까?

 

     그 때부터 나는 내 기도에서 ‘부흥’이란 단어를 빼버렸습니다. 목회 성공이란 단어를 가급적 잃어버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의 뜻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내 소망은 이러저러한데, 주님의 뜻은 어떠하신지요 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리곤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서러워도 주님이 있으라 한 곳에 있어야 합니다.

 

     5.

     이런 자세로 기도하는 이에게 임하는 게 있습니다. 그를 불쌍히 여기십니다!

 

     오늘 본문을 잘 보십시오. “예수께서 불쌍히 여기사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이르시되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시니”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하시기 전에, 아니 주님께서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고 축복하신, 응답하신 결정적 이유가 뭔가요? 그 사람의 믿음이 너무 커서? 천만에!

 

     그 앞에 답이 있습니다. ‘불쌍히 여기사’. 예수님께서 그런 성도를 먼저 불쌍히 여기십니다. 그러기에 응답해 주십니다. 예수님을 억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이 감동을 받으셔야 합니다. 불쌍히 여기셔야 합니다.

 

     이 때 예수님의 사랑, 얼마나 크고 지극하신 줄 아십니까? 일단 그 나병환자를 불쌍히 여기시더니 이런 행동을 하십니다.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나병, 문둥병이 얼마나 흉한 병인지 모르는 이는 이 장면의 의미를 모릅니다. 보기도 흉측하고, 냄새 나는, 진물 나며 썩어가는 그 추하고 역겨운 나병환자의 몸을 예수님께서 어루만지십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뭐 수술을 했다거나, 꿰매 주셨거나, 약을 바르셨다면 손 댈 필요가 있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행동, 손 댈 행동이 필요 없는 오직 말씀으로의 치유였습니다. 마치 창세기 1장에 나오는 창조주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세상을 만드시는 그런 장면과 같습니다. 손도 댈 필요없이 말씀으로만 모든 것을 이루시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왜 굳이 그 징그러운 나병환자의 몸을 어루만지시는가요?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은 내 상처를 어루만져 주십니다. 모두들 피하는, 얼굴 돌리는 내 아픔을 어루만지십니다. 주님의 체온을, 그 사랑의 체온을 내게 몸소 느끼게 하십니다. 이보다 더 큰 사랑, 감격이 있을까요?

 

     나병환자, 병이 생긴 이후 자기 몸을 만져준 이가 없습니다. 아프고 괴로워도 자기 손 외에는 아무도 자기를 터치하지 않습니다. 그 자기 손가락마저도 이젠 잘려나갈 판입니다. 사랑하던 가족들조차 발병하자 자기를 내쫓았습니다. 아무도, 결코 아무도 자신의 아픔을, 상처를 만져준 적이 없습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서러웠을까, 얼마나 사람의 손길이 그리웠을까요? 그런데 예수님께서 자기 아픔을 만져주십니다! 굳이 만질 필요 없음에도, 그 따스한 손길로 자기의 추한 상처를 만져주십니다.

 

     그리곤 “내가 원한다. 네 소원대로 깨끗함을 받으라!” 말씀하십니다.

 

     바른 믿음의 자세를 갖고 주님 앞에 엎드려, ‘주님이 원하시면’이라고 간청하자, 주님은 무한한 긍휼을 담아 그의 흉한 상처, 몸에 손을 대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 이 긍휼이 늘 여러분의 기도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