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어느 날, 세계 최고 선진국 중의 하나인 벨기에 헨트에 있는 한 휴양공원에서 요르디(19)라는 한 청년이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산책을 나왔던 주민의 개가 숲속에 있던 텐트 안에서 우연히 그를 찾아냈습니다. 무더위 속에서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해 이틀 전에 굶어죽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벨기에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국민소득이 선진국에서도 최상위권에 드는 나라에서 팔팔한 청년이 굶어죽었다는 점, 그것도 아무도 돌보는 사람없이 혼자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요르디는 부모가 일찍 이혼 후 어머니와는 교류가 끊어졌으며, 재혼한 아버지는 또 다른 자녀를 3명이나 두어 요르디까지 챙길 여력이 없어 청소년보호시설에 보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요르디는 보호시설에 있을 때만 해도 행복해 했다고 친구들은 전했습니다. 직업교육도 받았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문제는 18살이 되면서 생겼습니다. 벨기에는 법적으로 만 18세부터 성인이기에 당사자가 원하면 보호시설에 계속 머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독립을 택합니다. 요르디도 그랬습니다. 그는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고 싶어 했지만 현실은 가혹했습니다. 취업은 안 되고 도움을 청할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법적으로만 성인일 뿐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처럼 무방비 상태로 사회로 나오는 ‘초보 어른’들이 매년 1000명에 이르며, 노숙자시설에 위탁 중인 사람 1/3 가량이 청소년 보호시설 출신이라고 합니다.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사회보호망이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요르디 사건은 고독사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줍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그리고 계층 간극이 벌어질수록 소외로 내몰리는 사람은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이들이 공동체 밖으로 내몰리면 그들이 갈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습니다. 요르디처럼 비참하게 도태되거나, 사회를 위협할 내부의 적으로 돌변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복지도 잘 돼 있고 경쟁도 덜한 벨기에서 발생한 한 청년의 고독사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청년 실업률 10%대 진입, IMF 체제 이후 최고의 실업률, 명목 실업률에 나타나지 않는 사실상 ‘백수상태’에 빠져 있는 청년들은 이미 100만명을 훨씬 뛰어 넘었습니다. 꿈과 희망을 안고 도전해야할 청년들을 우리는 3포세대, 7포세대라 부릅니다. 도전을 배우기 전에 포기를 먼저 배워야 하는 세대입니다. 누가 이들에게 등불이 될 수 있을까요? 누가 이들에게 바른 길잡이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은 모두가 탄식하며 기도해야할 때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함 가운데 울부짖어야할 때입니다.

 

이 땅을 위하여 성을 쌓으며

성 무너진 데를 막아 서서

나로 하여금 멸하지 못하게 할

사람을 내가 그 가운데에서

찾다가 찾지 못하였으므로

(겔22:30)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