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30:7-9)

 

      1.

     우리 교회 당회원들에게는 지정곡이 하나 있습니다. 당회로 모일 때마다 꼭 부르는 찬송입니다. 찬송가 450장.

 

     “내 평생소원 이것뿐 주의 일 하다가 이 세상 이별하는 날 주 앞에 가리라!” 평생소원이 우리 당회원들에게 다 있는데, 그게 뭔가요? 이 세상에서 주의 일 하다가 이 세상 이별하는 날엔 당당히 주 앞으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내 평생소원 이것뿐, 열심히 돈 벌다, 이 세상 이별하는 날, 울면서 가리라’하지 않고 평생 주의 일 하다가, 주 앞에 가리라는 고백,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이 정도면 왕십리 중앙 교회 당회원으로 자격이 있지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하는 가는 그 사람의 평생 기도 제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맨날 돈 돈 하는 사람, 그 사람에게 신령함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진정 기쁨으로 축복해 줄만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평생의 기도 제목, 어찌하면 신령한 성도가 될 수 있을까, 어찌하면 주님 기뻐하시는 삶을 살다 갈 것인가, 어떻게 하면 주님의 뜻을 이룰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진실한 삶, 남을 돕는 삶을 살다 갈 수 있을까, ... 이런 평생의 기도 제목을 갖고 사는 이, 하나님께서 복에 복을 더하여 주실 것입니다.

 

     2.

     오늘 성경에 이러한 기도 제목이 나옵니다. 아굴이란 사람인데,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1절에 보면, “이 말씀은 야게의 아들 아굴의 잠언이니 그가 이디엘 곧 이디엘과 우갈에게 이른 것이니라”하는 데, 야게, 아굴, 이디엘, 우갈이 누군지 잘 모릅니다. 성경에 여기만 나오기 때문입니다. 짐작건데 경건한 한 가족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아굴의 잠언 중에 그의 평생 기도 제목이 나옵니다. “내가 두 가지 일을 주께 구하였사오니 내가 죽기 전에 내게 거절하지 마시옵소서.”

 

     얼마나 간절한가요! 내가 죽기 전에 꼭 이루어 주시옵소서! 곧 평생의 기도 제목이랍니다. 그게 뭔가요?

 

     첫째,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해 주십시오!

 

     헛된 것, 보이긴 보이는데 사실 그것은 잡아봐야 의미도, 보람도 없는 것입니다. 진짜인 줄 알고 쫓아갔는데, 붙잡고 보니 그게 아닙니다. 그야말로 헛된 것입니다.

 

     평생 헛된 것을 쫓으며 그렇게 삽니다. 제대로 된 것 하나 못 잡고 늘 허공의 뜬 구름 같은 것만 찾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곤 그냥 그렇게 세월을 보냅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땀방울 흘리며 노동판에라도 뛰어드는 게 훨씬 나을 텐데, 그저 한번만 잘 잡으며, 한 탕만 잘 뛰며, 운만 한번 따라준다면 ... 하면서 헛된 것에 자기의 인생을 낭비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에 섬기던 교회에 한 집사님이 계셨는데, 이 분은 전공이 페인트칠입니다. 교회 외벽을 칠하는 걸 보았는데, 그 기술이 수준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늘 집에 계셨습니다. 그 좋은 기술로 일하면 돈 벌 것 같은데 맨날 집에만 있었습니다. 그러니 살림은 늘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물었습니다. “집사님은 왜 그 좋은 기술을 갖고 일하러 안 나가세요?” 이렇게 답하더라구요. “주택을 칠해 달라는 건은 많이 들어옵니다만, 그런 작은 일을 맡아서 언제 돈을 벌겠어요? 큰 건수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는 겁니다. 때가 올 때를 기다립니다.”

 

     그 교회를 떠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나간 뒤에 길에서 우연히 이 분을 만났는데, 여전히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여전히 꾀죄죄하더라구요. 헛된 것을 기다리지 말고, 오늘 현재, 작은 일에 성실하십시오. 성경은 일러줍니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쓸데없이 허공에 뜬 것만 좇지 말고 세월을 아끼십시오.

 

     이렇게 헛된 것을 좇다보니 때론 적당한 거짓말도 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헛된 것과 거짓말을 함께 묶어 자신에게서 멀리 해 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어느 목사님이 광고시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음 주일에는 거짓말에 대해 설교하겠습니다. 모두들 유다서 2장을 읽고 오십시오.”

 

     다음 주일, 목사님은 골 3:9절 “너희가 서로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본문을 읽고 물었습니다. “유다서 2장을 읽고 오셨습니까?” 그러자 여기저기서 ‘예’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은 이렇게 설교를 시작하셨답니다. “우리는 평상시 얼마나 무의식중에 거짓말을 많이 하는지 모릅니다. 유다서는 2장이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거짓말을 꽤 하고 삽니다. 다만 그것들이 작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기에 의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그런데 헛된 것을 쫓는 이들은 거짓말을 하면서 구실을 댑니다. 부득이, 먹고 살기 위해, 사업상 필요한 것이기에 하면서 구실을 대며 거짓말을 태연히 합니다. 당사자의 말만 들어보면, 이 세상에 사기꾼만큼 진실한 이가 없습니다.

 

     진실과 정직은 우리 그리스도인의 힘입니다! 하나님의 긍휼과 도우심을 얻을 수 있는 길은 진실에 대한 용기입니다. 용기 있는 정직입니다. 그럼에도 그리스도인들 중에서도 거짓에 익숙해 있어,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모르는 이들이 있습니다.

 

     양심이 깨어 있고, 지성과 이성이 살아있고, 무엇보다 하나님이 보고 계심을 확신하는 이는 결코 거짓말을 자유롭게 할 수 없습니다. 그러기에 평생 이런 기도가 나오는 것입니다. “주여, 헛된 것과 거짓말을 내게서 멀리 하옵소서!”

 

     3.

     둘째로 아굴이 구하는 것은 뭔가요? “나를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가난은 덕이 아닙니다. 가난은 자랑스러운 것도 아닙니다. 불교나 수도승 세계에서는 청빈(淸貧)의 삶이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지만,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가난은 불편함이요, 자신의 선한 뜻을 베풀기 어려운 장애입니다.

 

     아굴은 솔직하게 기도합니다. ‘나를 가난하게 마옵소서.’ 난 솔직한 이 고백이 좋습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인기 있는 야베스의 기도란 게 있습니다. 대상 4:10절, “야베스가 이스라엘 하나님께 아뢰어 이르되 주께서 내게 복을 주시려거든 나의 지역을 넓히시고 주의 손으로 나를 도우사 나로 환난을 벗어나 내게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였더니 하나님이 그가 구하는 것을 허락하셨더라.”

 

     성경은 가난보다는 복을 받으라고 권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하나님께서 여러분 모두에게 복을 주셔서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가난은 자랑이 아닙니다. 야베스의 기도대로 주께서 여러분에게 복에 복을 더하여 주셔서 지경을 넓혀주시고, 환난에서 벗어나게 하시며, 근심이 없게 해 주시기를 축원합니다.

 

     2017년 올 해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둡고, 시국도 어수선하고, 외교도 불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우리 하나님께서, 특별히 성령께서 도우셔서 우리 왕십리 중앙교회 모든 교우들을 가난하게 마옵시기를 간구합니다.

 

     그런데 아굴의 기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또 뭐? 부하게도 마옵소서! not rich! 가난하게 말아 달라고 해서, 부(富)가 삶의 목표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부는 좋은 것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게 생의 목표는 아닙니다. 돈을 벌지만, 그게 목표 아닙니다! 때때로 부는 행복을 파괴합니다.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면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현상들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부부가 이혼하게 되고, 둘째, 형제간에 의가 갈리고, 셋째, 가정이 해체된답니다.

 

     부는 좋은 것이지만, 결코 행복의 원동력이 아닙니다. 부에 목숨 걸지 마십시오. 다만 아굴이 기도하는 것처럼, 부하게도 마옵시고 오직 필요한 양식으로 나를 먹이시옵소서!

 

     그러기에 주님께서도 이렇게 기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며” 일용할 양식, 매일 매일 필요한 물질과 양식들이 주님으로부터 여러분의 삶의 현장에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4.

     그런데 아굴이 이렇게 기도하는 이유가 뭔가요?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 라고 기도하는 이유가 뭔가요? 부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청빈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결코 아닙니다. 9절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 이다.”

 

     그가 그렇게 기도한 이유가 뭔가요? 자신의 인간적인 욕심에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배고프거나 배부르거나 그에게 중요한 것은 뭔가요? 하나님의 살아계심, 하나님의 영광! 이것이 그의 온 삶의 관건이었습니다. 가난, 부귀영화,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기가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하나님이 다 뭐냐, 하나님이 무슨 필요가 있냐?’할까 두렵고, 너무 째지게 가난하고 힘들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사흘 굶어 남의 담 안 넘어갈 자 없다고 하듯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그것이 두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아굴의 기도, 평생 기도 제목은 사실상 무엇인가요?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자신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릴 까 그것이 두렵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지금 자신의 삶 앞에, 전면에 있는 문제는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난 목사지만, 이곳에서 소주 한 잔 ‘캬’하고 마시는 게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라면 그리 하겠습니다. 내가 술을 마시느냐 안 마시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내가 정결하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냐 가리는 것이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종교개혁자 칼뱅은 “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결혼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얼마 후 그 말을 번복하여 “나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결혼하겠다”는 선언을 하였습니다. 언뜻 듣기에는 이 말은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고 기회주의적인 이중성을 보여주는 말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칼뱅의 생각을 들어보면 그게 아닙니다.

 

     칼뱅은 언제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인지를 생각했습니다. 그 결과 처음에는 결혼을 안 하는 것이, 그리고 나중에는 결혼을 하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자기 소신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나를 뭐라 그럴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자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목적은 여러분이 잘 아시는 대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입니다. 잘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 목표입니다. 잘 사느냐 못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으로 사느냐 못 사느냐가 중요합니다.

 

     아무리 잘 살아도 그 잘 사는 것 때문에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삶이 된다면 그 삶은 올바른 성도의 삶이 아닙니다. 내가 정말 못 살아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게 된다면 그 삶도 역시 올바른 삶이 못됩니다. 잘 살든 못 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삶,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삶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평생토록 추구해야 할 삶이요 기도 제목입니다.

 

     5.

     자신의 삶의 중심, 자신의 삶을 좌우하는 게 뭔가요?

 

     어떤 남자가 길을 가다가 요술 램프를 발견하자, 혹시나 해서 램프를 문질렀더니 램프의 요정이 짜안 하고 나타났답니다. “소원 한 가지만 들어드리겠습니다”하고 요정이 말하자, 이 남자는 좋아 죽겠더랍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 가지만 들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돈, 여자, 결혼’을 놓고 왔다 갔다 하다가 빨리 한 문장으로 말하면 다 들어주겠지 하고는 재빨리, “돈, 여자, 결혼”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 남자, 결국 돈 여자와 결혼을 하였답니다.

 

     우스갯소리입니다만, 정말 여러분의 삶의 중심이 뭔가요? 그 누구든지 나에게 뭘 물을 때 내가 대답함에 늘 기준이 되는, 의식이 되는 그게 뭔가요? 내 의식을 지배하고, 내 가치의 세계를 지배하는 그것이 뭔가요? 돈이 그 중심에 있는 사람은 말을 하거나 사람을 만날 때 언제나 ‘이 사람이 나에게 돈이 되나? 이 말했다가 괜히 돈 나가는 것 아닌가?’합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될 트럼프를 보십시오. 속된 말로 장사꾼이 대통령이 되니 모든 것을 다 자신에게 돈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갑니다. 그러기에 돈이 된다면 큰소리도 치고, 위협도 하고, 과장도 하고, 상대방을 무시하고, 연약한 자를 희롱하기도 합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당분간 미국은 부를 누릴 것입니다. 그러나 그 못지않게 미국은 세계의 사랑, 신뢰, 지도력을 잃을 것입니다.

 

     어디 트럼프만 그러겠습니까? 요즘 우리나라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들, 한 마디 한 마디를 할 때 대권에 영향은 없는가를 염두에 두고 말하고 행동합니다. 모든 언행이, 심지어 미소와 눈물까지 다 계산된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나 역시 정말 나의 모든 행동과 말을 지배하는, 영향을 미치는 내 중심의 그것, 그것은 뭔가요? 성령이여 도우소서 해서 성령이 도우시려고 하는데 어떤 이를 도와야 하는가요? 중구난방 도울 수는 없지 않은가요?

 

     새해 소원 기도 카드에 이런 소원을 쓴 분이 계시더라구요. “부족한 이 사람 붙들어 주시고, 건강과 지혜 주시며, 능력을 더 하여 주시고, 영적으로 더욱 성장하게 하여 주옵시고, 직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선하게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경제적으로 나아져서 어려운 분들을 돕기를 원하고, 헌금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분명 이 분의 마음 깊은 곳 한 가운데, 그 삶의 중심에 하나님의 나라가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6.

     사랑하는 여러분, 올해 이런 기도 드려봄이 어떨까요? 헛된 것과 거짓을 내게서 멀리 하옵소서! 가난하게도 마옵시고 부하게도 마옵소서!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멋지게 살게 하옵소서!

 

     성령께서 도우실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기를 소망하여 드리는 모든 기도에 우리 성령님께서 도우실 것입니다.

 

     주님의 은혜가 여러분 모두의 기도 제목에, 그 중심에 충만하기를 축원합니다.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