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1:1-9a)

     1.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실까요? 오래 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 어린이들에게 하나님을 그리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일까요? 아프리카 아이들은 검은 하나님, 유럽의 아이들은 하얀 하나님, 아시아 아이들은 황색 하나님을 그렸습니다. 단순하다. 자기가 경험한 하나님만을 이야기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성경의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이실까요? 그것 역시 어쩌면 다 다를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출애굽기에 보면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여호와로라.”(출6:2b) 여호와라는 뜻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란 뜻입니다. 어떤 외부 조건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란 뜻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존재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건 의지(意志)입니다! 자신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러기에 여호와 하나님은 의지의 하나님이십니다. 의지가 있으십니다. 뭔가 하시려고 하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냥 관망만 하시는 하나님이 아니십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등장한 한 신학 이론이 있는데, 이신론(理神論, deism)입니다. 세계를 창조한 조물주를 인정하되, 그 신은 세상을 창조하고는 더 이상 세상을 간섭하지 않고 관망한다는 자연신론입니다. 그래서 성경을 단순히 이성적인 면으로 접근하는 신학사상으로, 하나님의 계시를 부정하고, 하나님의 간섭과 이적 등을 부인하는 사상입니다. 그래서 기도할 필요도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은 창조의 하나님이시며 동시에 의지의 하나님, 인간의 삶 속에 깊이 개입하며 도우시고, 살피시고, 이끄시고 때로는 잘못된 것을 책망하시는 인격적 하나님이십니다. 이러한 하나님과 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역시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사모함이 있어야 합니다.

 

     2.

     오늘 성경 본문의 장소는 베데스다 못가입니다. 베데스다는 길이 17m의 장방형 못으로, ‘자비의 집’이란 뜻입니다. 이 베데스다 못가에는 언제나 많은 병자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것도 성경 본문에 보면 맹인 즉 시각장애인, 다리 저는 사람, 혈기 마른 사람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하면, 이 병들은 당대에는 거의 불치의 병으로,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란 뜻입니다. 고쳐 보려야 고쳐 볼 수 없는, 그저 기적이나 바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베데스다 못가에 둘러 있었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전해져 오는 말에 의하면 가끔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베데스다 연못을 휘저어 놓는 데, 그 때 제일 먼저 연못에 들어가는 이는 그 어떠한 병이라도 고침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많은 불치의 환자들이 그곳에 와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못은 간헐천이랍니다. 가끔 땅 밑에서 물이 솟구쳐 올라오는 온천이랍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천사들이 물을 휘저은 결과라고 믿었고 그 순간, 뛰어드는 이는 고침 받는다는 굳은 믿음을 갖고 그곳에서 한 없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현장에 예수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곤 예수님은 한 병자를 찾아내셨는데, 38년 동안 앓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마도 중풍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이 38년이지 얼마나 긴 세월인가요! 정말 오랜 세월을 그는 병상에 누워 지냈습니다.

 

     그를 예수님께서 찾아가 일으켜 주십니다. 놀라운 치유의 은총을 그에게 베풀어 주셨습니다. 8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그 사람이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

 

     예수님께서 명하시면 능치 못함이 없는 줄 믿습니다. 여러분의 고통, 아픔에도 이런 예수님의 명령이 주어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장면에서 나는 한 가지 이상한 것을 봅니다. 6절, “예수께서 그 누운 것을 보시고 병이 벌써 오래된 줄 아시고 이르시되 네가 낫고자 하느냐?” 예수님은 이미 아셨습니다. 그가 병이 오래 된 것을. 그런데 그런 이에게 예수님은 ‘네가 낫고자 하느냐?’고 물으십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건 물어보나 한 일이 아닌가요? 그런데 어째서 예수님은 그에게 물어보시는가요?

 

     3.

     나는 어렸을 때에 아프기를 잘했습니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몸이 허약했습니다. 늘 비실비실 했습니다. 그래서 잔병치레를 잘했습니다. 어른들은 이런 나를 보고 9형제 중에 끝으로 태어나서 영양가 다 빠진 끝물 젖을 먹고 자랐기에 체력이 허술하다고 하였습니다. 나도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실은 태중에 있는 나를 부모님이 원치 않아 유산시키려고 독한 유산약을 과다 복용하여 모진 목숨, 죽지 않고 태어났지만 몸이 허약하게 태어난 것입니다. 내가 철이 든 후에 어머니가 고백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잘 아팠습니다. 특별히 감기를 잘 앓았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감기는 앓는 것이 좋더라구요. 형님, 누님들 때문에 나에게까지 오지 않던 어머니의 관심과 사랑이 앓아눕기만 하면 내게 밀려오는데,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아파서 잘 먹지 못한다고 빵 사다 주조, 사과 사다 주조, 밥도 먹여 주조, 공부 안 해도 되조, 세수도 안 하지요, ... 야, 이건 상감마마 저리 가라의 대우였습니다. 이런 맛을 들인 내가 감기에서 빨리 낫기를 바라겠습니까?

 

     말로는 빨리 나아야 하는데 하면서도 속으론 ‘낫기는 뭘! 이렇게 만수무강 하는 게 좋겠다.’하는 심정이었습니다. 내 말과 속은 영 딴판이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다만 주사 안 맞고, 약 안 먹으면서 이렇게 아팠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9형제 중 끝으로 태어나 관심도 끌지 못하던 내가 아프기만 하면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는데 낫고 싶겠어요? 낫는다는 것은 말뿐이지 내 중심은 어림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말로는 ‘해야지 해야지’ 하지만 속으론 ‘어림도 없다’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입으로는 기도해야지, 성경 봐야지, 용서해야지, 전도해야지 하면서 중심으로는 ‘나는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바빠, 그거야 생각뿐이지’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믿습니다 하면서도 속으론 ‘설마 하니’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뭔가 새로워져야지 하면서도 실상 그렇게 하려면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거듭나야지 하면서도 정작 하나님의 은혜가 강하게 자신에게 다가오면 놀래고 두려워 뒤로 물러서는 이들이 많습니다.

 

     38년 된 병자! 처음에는 기백도 있고, 의지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38년, 한 두 해가 아닌 38년의 세월이 그를 이젠 병자의 삶을 도리어 편안하게 느끼게 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물으십니다. “네가 정말로 낫기를 원하느냐? 네가 이 상황에서 정말 벗어나기를 원하느냐?” 너무 오래되어 관행이 되다시피 하고, 생활이 되다시피 한 거지 습성, 병자 습성에서 정말 벗어나기를 원하느냐? 어쩌면 이 사람은 병자 생활을 하는 것, 그저 남에게 불쌍히 보여서 그날그날 빌어먹는 것이 더 편한 지도 모릅니다. ‘낫기는 뭘 나, 그냥 이대로 살다 죽을 래’ 하는 그런 심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주님은 그에게 물은 것입나다. “네가 낫기를 원하느냐?”

 

     이에 그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병자가 대답하되 주여 물이 움직일 때에 나를 못에 넣어 주는 사람이 없어 내가 가는 동안에 다른 사람이 먼저 내려가나이다.” 불평하는 거 아닙니다. 고침 받고 싶은 데 그것을 얻지 못해 아주 속상하다는 말입니다. 38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에겐 낫고자 하는 열망, 강한 의지가 있습니다.

 

     바클레이(Barclay)라고 하는 신학자가 이 본문을 주석하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수님의 능력을 수용하기 위한 첫 번째 긴요(緊要) 사항은 간절한 소원이다. 예수는 우리에게 오시어 묻고 계신다. ‘그대가 진실로 변화되기를 원하는가?’ 만일 우리가 현 상태로 만족한다고 마음속에 숨기고 있다면 그 변화는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는다. 보다 좋은 일을 갈구하는 소원이 우리 마음에 용출(湧出)하여야 한다.”

 

     4.

     베데스다 못가, 수많은 병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떻게 그 38년 된 병자를 찾으셨을까요? 아니 그 수많은 병자들 속에서 그는 어떻게 예수님의 눈에, 마음에 들어왔을까요?

 

     열망이 있습니다. 사모함이 있습니다.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하는 자세가 아닙니다. 어떡하던 기회를 찾으려고 하는 열망이 있습니다. 주위에 있는 수많은 의욕과 의지가 상실된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주어진 환경에 길들여진 그런 나약한 모습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온전케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걸 느끼십니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건이 할 수 없다고, 환경이 어쩔 수가 없다고 주저앉거나 거기에 익숙해지지 마십시오. 종종 영화에서 보는 장면이 있는데, 한 겨울철의 조난 사고 장면입니다. 엄청나게 추운 산 속에서 두 사람이 밤을 새웁니다. 너무 추워 어쩔 줄을 몰라 하는데, 조금 있으려니 한 사람이 꾸벅꾸벅 좁니다. 그러자 상대편 사람이 졸지 말라고 얼굴을 때리며 소리를 칩니다.

 

     정말 춥고 춥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따뜻해져 옵니다. 나른해집니다. 잠이 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그토록 추운 것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나른해 져 오는 이 감정, 모처럼 찾아오는 이 좋은 기분에 자신의 몸을 맡깁니다. 한 없이 따뜻해지며 편안해집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점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가요? 죽음!

 

     아무리 추워도 그 추위를 느끼며, 그것과 싸우며 버텨야지, 지쳐서 나른해지고, 따뜻해진다고 의식을 잃어 가면 그는 곧 추위 속에 죽습니다. 그 환경 속에 완전히 파묻혀 죽고 맙니다.

 

     그릇된 익숙함에 있는 이들이 있다면, 깨어나십시오. 애당초 예수님 영접할 때, 신앙생활 처음 시작할 때 이건 아닌데 싶었던 것들이 있었는데, 그냥 그대로 지나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 하던 것들에 익숙해져 있던 이들, 거기에서 나오십시오! 그릇된 익숙함에서 나오십시오! 패망이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능력이 없는 걸 어떡합니까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능력이 없습니다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품고 기다리십시오! 예수님께서 찾아와 주십니다. 열망을 품고 있는 이를 예수님께서 알아채시고, 찾아내시고 그가 어떤 형편에 있다 할지라도 찾아오셔서 우리의 의지를 물으시고 우리를 건져주십니다.

 

     우리 자신에게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이 없다면, 그저 이대로 그럭저럭 살다 가겠다는 자세라면, 굳이 예수님도 찾아가시지 않습니다. 너는 그저 그럭저럭 살다 와라 하십니다. 그릇된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 환경에 길들여져 주저앉는다면, 주님도 더 이상 주목하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꿈을 갖고, 의지를 갖고, 주님의 뜻대로, 그리스도인으로 제대로 살아보겠노라고 몸부림치는 이들을, 우리 주님은 결코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찾아가 주십니다. 그리고 그 환경에서 벗어나게 하십니다.

 

     그릇된 익숙함에서 벗어나십시오. 그릇된 길들여짐에서 벗어나십시오! 열악한 환경에서 형성된 그릇된 길들임에서 벗어나십시오. 하도 오래되어 이제 자기 생활이 되다시피 한 죄악에서 벗어나십시오. 자기 습관이 되다시피 한 죄에서 벗어나십시오. 아니 힘이 없으면 그래도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갖으십시오. 예수님께서 마침내 찾아가셔서 벗어나게 하시고, 치료하시고, 자유함을 주실 것입니다.

 

     5.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구원은 내 의지와 관계없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하나님의 의지입니다. 그러나 구원 받은 뒤, 내 삶의 성장, 성숙은, 축복은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정말 그런 삶을 향한 의지가 있습니까?

 

     의외로 의지 없는 이가 많습니다. 세월 가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사는 이가 많습니다. 예수님은 심지어 천국도 침노하는 자의 것이라 하셨습니다. 의지가 강한 자의 것이란 뜻이겠죠. 멍하니 살지 맙시다. 하나님의 축복에 대한 의지를 갖고 삽시다!

 

     성경에 보면 독특한 형제, 에서와 야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난 개인적으로 야곱, 이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은 너무 약아빠졌습니다. 난 차라리 에서가 좋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선 야곱을 더 사랑하십니다. 왜? 야곱은 하나님께 달라붙습니다. 축복을 사모합니다. 의지가 대단합니다. 반면에 에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맹하니 살다가 나중에야 깨닫고 울고불고 합니다.

 

     “네가 낫고자 하느냐?” 38년 동안 앓던 사람에게 예수님이 물으신 겁니다.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겁니다. 그리곤 기회를 갖지 못해 38년 동안 속상해 하는 그에게 명하십니다.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그리곤 그는 일어납니다!

 

     “여호와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에게 향하는 자들을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대하16:9b) 할렐루야!

 

     좀 더 나은 삶을 향한, 좀 더 성숙한 성도의 삶을 향한, 좀 더 건강한 삶을 향한, 좀 더 신령한 삶을 향한 의지가 여러분에게 충만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