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초 한 자루 들고 교회로 향한다.
흰 옷을 입은 어른들이 예배당 안에 가득하다.
‘무덤에 머물러 예수 내 구주 새벽 기다렸네...’
초에 붉을 밝히며 목이 터져라 찬송을 부른다.
설교가 길어지면 졸다가 머리카락 태우고...
그래도 부활절 새벽예배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발걸음이 얼마나 가볍고 힘이 있었던지 ...
1975년부터는 여의도에서 한국교회가
부활절 연합 새벽예배를 드리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백만 성도들이 새벽에 모여 ‘할렐루야’ 찬송을 부르며
예수님의 부활을 기뻐하던 시절,
아마도 한국교회는 그 때부터 흥왕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교회까지, 집까지 걸어오던 길,
그 길도 얼마나 가볍던지 ...
주일 예배, 설교가 조금 짧다 싶으면
꼭 뒤를 이어 부활절 칸타타가 연주된다.
무슨 소린지 잘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그 분위기에 압도당해 은혜가, 찾아오는 졸음과 함께 충만하다.
삶은 달걀 먹는 재미, 그렇게 맛있는 달걀이 또 어디 있으랴...
권사님들, 집사님들의 모습
순백의 옷을 입고 교회오시는 모습들,
그리운 어른들의 모습이다.
귀찮을 텐데도 굳이 하얀 옷을 입고 예배당 안을 채운다.
내가 보기엔 그 분들이 무덤가의 천사 같았다.
그런데 오늘날엔,
부활절 문화가 없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장차 부활절에 어떤 어른들을 추억할까...
달걀 잡숫는 어른들?
부활절 문화를 다시 흥왕 시켜야 할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
편집 :
2024.9.14 토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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