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차 아내 김씨는 남편이 의심스러웠습니다. 남편은 매일 늦게 들어오고 항상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밤이면 몰래 누군가에게 카톡을 보내는 눈치였습니다. “당신, 너무 수상해!”라고 하면 남편은 되레 “의부증”이라며 아내를 타박했습니다.

 

어느 날 밤, 아내는 남편 핸드폰의 잠금 화면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내 남편 카톡 내용을 훔쳐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 카톡에는 남편의 애인으로 의심되는 여자와 주고받은 내용이 가득했습니다. 참을 수 없었던 아내는 남편과 그 여성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훔쳐본 카톡 내용도 출력해 증거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아내가 자신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아내를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아내 김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부부 사이라도 배우자 동의 없이 핸드폰의 비밀번호를 몰래 알아내 배우자의 사적인 내용이 담긴 카톡을 읽어보는 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습니다.

 

재판부는 “법률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이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남편 박씨의 사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나 이메일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로, 이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박씨에게 이익이 되므로 정보통신법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법원은 아내 김씨가 초범이고 부부였던 점을 감안해 벌금 3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한 것입니다.

 

헌법 제17조에 규정된 사생활 보호에 관한 법을 기초로 해서 도청, 비밀녹음, 촬영 등에 의한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본인 동의 없이 배우자의 핸드폰 문자 내용이나 이메일 등을 읽거나 복구하는 것, 핸드폰이나 차량위치추적기로 배우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 등도 범죄에 해당합니다. 위치정보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한 관계인 부부 사이에도 비밀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 비밀 유지를 법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이 세상의 법입니다. 배우자 몰래 자유롭게 죄를 지을 수 있도록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즉, 대한민국의 헌법은 개인의 자유를 위해 부부관계를 합법적으로 파괴하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어떤 관계와는 달리 부부관계에서는 비밀이 없어야 합니다. 즉, 서로에게 항상 진실해야 합니다. 핸드폰, 이메일, 통장 등의 비밀번호를 공유해야 합니다. 비자금이나 거짓이 없어야 합니다.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서로를 유혹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서로에게 투명해야 합니다. 투명한 관계 속에 하나님의 거룩한 기쁨이 가득하게 됩니다.

 

아담과 그의 아내 두 사람이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니라(창2:25)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