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노회원수련회차 신안군 증도에 다녀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증도를 보물섬이라 부릅니다. 이곳에서 약 700여 년 전,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중국 무역선이 발견되었고, 이와 관련된 수많은 사연과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옛날부터 증도의 일부 어부들은 고기잡이 중에 그물에 걸려 올라온 도자기를 개밥그릇 등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생활용품으로 쓰기에는 너무 낡았고, 버리기는 아깝고 해서 개밥그릇으로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1975년 한 어부가 그물에 도자기 6점이 한꺼번에 걸려나오자 신안군청에 신고하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문화재위원회는 1976년부터 1984년까지 11차례의 발굴 작업을 하였습니다. 발굴단은 이 배가 14세기에 침몰한 중국 원나라의 원양항해선박인 무역선이라고 밝혔습니다. 수장된 배는 1323년 중국 저장 성에서 일본 후쿠오카 현으로 가던 길이 34m, 폭 11m, 중량 200톤의 무역선으로 풍랑을 만나 신안 앞바다에 침몰했습니다. 남송에서 원대에 걸친 중국도자기 2만 661점, 고려청자 3점, 일본도자기 2점을 비롯해 목간, 향로, 벼루, 맷돌, 바둑판, 장기판, 동전 등 총 23,024점의 유물이 발굴되었습니다. 700년 동안 바다 속에 깊이 잠들어 있던 유물이 발굴되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 74호로 지정되자 사람들은 신안군 증도를 보물섬이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생활용품으로 쓰기에는 너무나 볼품없어서 개밥그릇 등으로 사용했던 그릇들이 한 개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보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끔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 몰래 보물선을 탐사하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잠수부 2명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면 한 사람만 올라오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기만 보물을 차지하고자 동료의 산소줄을 끊어버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보물인줄 모를 때는 건져서 이웃집에 개밥그릇으로 쓰라고 이집 저집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세상의 보물인줄 알게 된 뒤에는 동네 사람들을 죽이는 공포의 저주가 되고 말았습니다.

 

서로 나누고 베풀며 행복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더 행복하고자 유물 쪼가리들을 탐내는 순간 끔찍한 지옥의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소중한 것이 보물이라면 가장 소중한 보물은 행복일 것입니다. 증도는 어쩌면 보물인지 모를 때는 보물섬이었지만 보물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더 이상 보물섬이 아니었습니다.

 

/홍익교회 담임목사

 

형제간에 서로 우애 있게 사는 것이 보물이라고 여겼을 때는 행복한 집안이었지만, 부모의 유산이 보물이라고 여겨지는 순간 지옥 같은 집안으로 변합니다. 서로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보물이라 여겨질 때는 행복한 나라이지만, 정치가 보물이라고 여겨지는 순간부터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가 됩니다.

 

 

 

형제 사랑하기를 계속하고(히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