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과의 바둑 경기를 기억하시나요? 그 때 우리가 목격한 알파고는 분명 뛰어난 두뇌였습니다. 이세돌 9단의 실력으로는 도저히 알파고를 상대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1월, 전 세계 기업인, 정치인, 경제학자 등 전문가 2천여 명이 모여 세계가 당면한 과제를 논의했던 세계경제포럼(WEF)에 나온 중요한 주제중의 하나는 제4차 산업혁명이었습니다. 1차 산업혁명은 1784년 수력 증기기관을 활용하여 철도, 면사방적기와 같은 기계적 혁명을 불러일으켰습니다. 2차 산업혁명은 공장에 전력이 공급되고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이용한 생산자동화를 통해 비교할 수 없는 대량생산으로 진화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이 인간의 삶 전반을 지배하는 시대입니다. 사람 없이도 기계들끼리 서로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고, 기계들 스스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판단하고, 재고량에 따라 생산량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생산라인을 재편하기도 합니다.

 

제4차 산업 혁명에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기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학자들은 '컴퓨터는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2017년 초에는 온라인 바둑 사이트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 최고수들을 상대로 60:0이라는 스코어로 이겼습니다. 알파고는 바둑뿐만 아니라 체스, 작문, 번역, 작곡, 소설 쓰기, 영화 만들기, 잡담하기, 판결, 운전, 상담, 과학 연구, 그리고 더 나은 인공지능을 만드는 일까지, 우리의 두뇌가 수행할 수 있는 모든 작업과 그 이상까지 할 수 있습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인공지능은 택시, 버스, 화물차, 배, 비행기, 기차 등의 운전수를 포함해 운전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전 세계 수억 명의 노동자들을 실직하게 만들 것입니다

(이미 서울메트로의 지하철은 운전사 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합니다). 의료 전문 인공지능 왓슨은 현재 웬만한 전문의보다 더 정확한 진단은 물론 까다로운 수술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인공지능 기술이 다른 분야에도 상용화되면 인류의 일자리는 머지않아 거의 사라질 것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이 기독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각 사람들이 좋아하는 설교를 만들어서 보내줄 수 있습니다. 각 사람들의 형편에 맞는 기도문을 만들어서 읽어줄 수 있습니다. 각자 고민거리를 말하면 성경적이고 합리적인 상담도 해줄 것입니다. 어쩌면 교회도 목회자도 모두 설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는 성령의 역사가 없습니다. 인공지능이 내가 좋아하는 설교문을 만들어서 읽어줄 수는 있으나 성령님의 음성은 들려줄 수는 없습니다. 내 형편에 적합한 기도문을 만들어서 기도해줄 수는 있지만 인공지능은 믿음이 없으니 결코 응답받을 수 없는 기도가 될 것입니다. 컴퓨터가 정확한 음정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으나 내가 불안정한 음정으로 직접 하나님을 높여드리는 찬양과는 차원이 다를 것입니다. 형제, 자매들과의 사랑의 교제를 누릴 때 맛보는 신령한 기쁨은 컴퓨터가 결코 대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바로 그 일을 우리는 더욱 힘써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로마서14:17)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