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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위기, 하나님의 책망이다 |
| [이주간의 소리] 청지기적 가치 청부론 상실한 퇴행적 자본주의에 대한 심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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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대국 신화가 마침내 막다른 길에 섰다. 미국 정부가 향후 2년간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금융기관들의 부실 모기지 자산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세계 금융의 중심에 섰던 미국 은행들은 현재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생존의 길을 찾고 있다. 심지어 후진국 중국에까지 손 벌리는 비참한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성장률은 제자리인데, 수익만은 부지기수였던 미국의 경기, 막장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거품 빠지기는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라며 냉정한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새 미국의 지방은행이 파산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우리는 기억한다. 10년 전 겨울, 외환위기 당시 미국이 IMF를 앞세워 "자금흐름은 투명해야 한다, 망해가는 기업에게 정부지원 하지 말고 시장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라"고 훈수한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 가르침은 미국에게 고스란히 돌려줄 말이 돼 버렸다. 금융권의 ‘돈 놓고 돈 먹기’가 기승을 부릴 때에도 미국 정부는 눈감아 줬다. 망해가는 기업 프레디맥, 패니메이, AIG를 살리려고 천문학적인 구제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기들이나 잘하지’ 이런 냉소어린 반응이 절로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 금융위기가 여러 나라에 미친 ‘학습 효과’는 매우 컸다. 금융시장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익과 손실을 내도록 하는 것이 번영의 지름길이라는 믿음, 시장이 과열됐을 때에는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는 희망, 정부는 게임의 규칙만 정하며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기조. 이런 신자유주의의 원칙의 종막을 똑똑히 봤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주의라는 이름 아래 약육강식의 경제 패권주의를 양산했던 패악 중의 패악이다. 당장은 혹독한 후폭풍이 불가피하겠으나 장기적으로 볼 때 방향은 고무적이다.
신자유주의는 ‘돈이면 뭐든지 된다’는 의식을 심어줬다. 돈 많이 가진 자가 절대선이 되고, 노동자들을 소모품인양 마음대로 해고됐다. 우리 사회를 사실상 금전 소유에 따라 지배계급, 피지배계급으로 나눠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정하게 돈을 버는 이들이 떵떵거리며 살고, 없는 이들은 사회구조적 낙오자가 돼 비참하게 연명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다분하다. 이뿐인가. 돈 푼 쥐는 사람에게는 투기 사채 등 사행심을 부추겨 떼돈 벌기의 환상이나 심어줬고, 땀 흘려 일하는 자들에게는 반사적으로 삶의 희망을 앗아갔다. 자본주의의 악폐, 그 막장을 보여준 것이다.
성경이 가르치는 청지기적 직업관과 청부론적 금전관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이다. 이 신자유주의의 종주국이 미국이라고 한다. 나라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제조업의 비중은 줄어들고, 대신 ‘돈 놓고 돈 먹기’의 전형인 금융업과 전쟁 일으켜야 먹고 사는 군수산업의 비중이 날로 배가됐던 나라, 미국. 이제 미국은 세계 여러 나라의 ‘교사(敎師)’가 아니라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돼 버렸다. 청교도의 나라요, 개신교의 뿌리로 일컬어지기도 하는 미국의 이러한 처지는 하나님의 중대한 책망 위에 서 있다는 인상을 지울 길이 없다.
그러나 ‘공짜 수업료’로 학습한 이 교훈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미국이 갔던 ‘망하는 길’을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 산업은행의 민영화와 금융허브 구상, 금산분리의 해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완화, 자본시장 통합 방안 등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신속하게 처리하도록 하라”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 시장의 변화를 반영해 건전성과 규제 완화를 다시 점검하는 것은 물론, 자본시장통합법도 손질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 말하자면 공정한 경쟁의 틀에서 위험성을 최소화한 경제 성장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전히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와 ‘건설경기만이 확실한 내수 부양해법이다’라는 논리를 앞세우는 이명박 대통령에 점검을 요구한다. 지금 본인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성실하게 땀 흘린 사람에게 성공을 보장하는 길’인지 말이다. 밭의 농부, 충실한 목자, 어부, 포도원 일꾼 등 예수님의 비유 속에서 성실한 노동의 가치가 외면당한 적이 없었다. 달란트를 땅에 은닉해 노동의 가치를 기만한 종에 대한 혹독한 비판도 우리는 기억한다.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추구해야 할 가치도 이런 것 아닐까. 단기적 수치적 성장의 유혹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건강하게 재편하는 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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