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을을 결실의 계절이라고 부릅니다. 겨울이 지난 따뜻한 봄에는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무더위와 장마 속에는 길이 성장과 부피 성장을 합니다. 그리고 햇살이 부드러워진 가을이 되면 열매가 단단해지며 추수를 기다립니다. 사과, 감, 밤, 대추, 잣...산에서도 머루, 다래, 으름이 익어갑니다. 그래서 먹거리가 풍성해진 가을이면 모두의 얼굴도 환하게 익어갑니다.

 

가을이 되면 들에서도, 산에서도 그렇게 익어가며 열매를 맺지만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마음도 가을에는 더 겸손하고, 더 온유하며, 더 인내하고, 더 사랑하도록 익어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을마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익어가고 성숙해진다면 해를 더할수록 우리는 더 성숙해지고, 살아갈수록 우리는 더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유명한 시인들의 가을에 관한 시(詩)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아마 가을이 되면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고 또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이 자연스런 반응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연 또한 우리 사람들을 향해서 내면의 결실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윤동주의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도종환의 [가을 사랑]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김춘수의 [가을 저녁의 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박재삼의 [울음이 타는 가을강]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가을에는 한 사람을 사랑하고 또 한 사람을 사랑하며 우리 마음도 그렇게 익어가며 여물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환하게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물에 비치면

얼굴이 서로 같은 것 같이

사람의 마음도 서로 비치느니라

(잠27:19)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