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13:1

1 유월절 전에 예수께서 자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1. 지난 8월, 우리는 요한복음 읽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9월 들어 나는 지난 8월에 묵상한 요한복음을 통해 매우 큰 은혜를 얻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무척 산란할 때, 얼마 전에 묵상한 그 요한복음이 꿈틀꿈틀 살아 내게 다가옴으로 나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교회가 성경을 읽자고 할 때는 순종하고 함께 하십시오. 그거 괜히 그러는 거 아닙니다. 신앙 공동체, 이 교회를 이끄시는 주님께서 우리들의 앞일을 보시고 미리 우리에게 처방을 하시는 겁니다.

옛날에 한 선교사가 기독교 포교가 금지된 나라에 입국하는데,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직업을 묻는데, 선교사라고 답하면 입국이 불허될 것이 너무 뻔하여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예, 나는 약 파는 사람입니다.” 그랬더니 그냥 통과시켜 주더랍니다. 나중에 무슨 약을 파냐고 누가 물었더니, 구약, 신약을 판다고 했답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내 영혼, 아니 내 삶이 아프고 힘들 때, 나를 치료하는 하나님이 주시는 약, 구약과 신약입니다.

그러기에 참 마음이 힘들 때, 하나님께서는 말씀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데, 이번엔 오늘 본문, “끝까지 사랑하시니라”는 말씀으로 내게 힘을 주셨습니다.


2. 우리 그리스도인의 힘이 뭡니까? 우리 그리스도인의 얼굴이 뭡니까? 세상이 우리 그리스도인 앞에서 꼼짝 못하는 그것은 뭡니까? 재력? 권력? 동원력? 역사를 돌아볼 때 이 세상의 권세가 마침내 교회 앞에 무릎을 꿇은 교회의 힘은 과연 무엇입니까? 칼입니까, 총입니까?

TV를 켰는데 갑자기 TV가 펑 하고 터진다면 어떨까요?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갑자기 수도에서 뻘건 피가 콸콸 쏟아져 나온다면 어떨까요?

우리들은 이 세상을 살아가며 모두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삽니다. 많은 일들이 있지만 대개 예상을 합니다. 예상이 또한 가능합니다. 전에 살아온 것들이 있으니, 전에 경험한 것들이 있으니 이럴 것이다 하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질 때, 인간은 어떻습니까?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럴 것이다 싶었는데 전혀 그러지 않을 때 인간은 경외심을 갖게 됩니다.

사도 바울이 실라와 함께 빌립보 감옥에 갇혔을 때, 한 밤중에 갑자기 커다란 지진이 나서 감옥 문이 다 열렸습니다. 간수가 깜짝 놀랐습니다. 감옥 문이 다 열렸으니 그 다음일은 안 봐도 뻔한 일입니다. 충분히 예상, 예측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간수는 죄수들이 다 도망갔을 것이다 싶어 추궁당할 책임이 무서워 칼을 빼어 자결하려고 하였습니다. 그 때 사도 바울이 외칩니다. ‘우리는 여기 그대로 다 있다!’ 그러자 간수는 사도바울에게 달려와 무릎을 꿇고 묻습니다. “선생들이여 내가 어떻게 하여야 구원을 받으리이까?”(행 16:30)

그리스도인의 힘은 예상 밖의 태도를 보일 때 나타납니다. 오른 뺨을 때렸으니 이제 저 놈이 달려들 것이다 싶은데, 왼뺨을 돌려대니 사람은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억지로 속옷을 달라고 해서 빼앗았으니 억울하다고 고소할 것이다 했는데, 겉옷까지 벗어주니 애들 말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이제 이 정도면 실망할 것이다 싶은데, 그래도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면 기가 꺾일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예수님은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셨다고 합니다.

끝까지! 왜 ‘끝까지’란 단어를 사용했을까요? 이 단어의 이면에는 끝까지 사랑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끝까지 사랑할 수 없는 상황들이 발생했다는 게 아닐까요? 도중에 그만 두어야 할 이유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끝까지 사랑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은 어떻게 하셨기에 ‘끝까지’ 사랑했다는 말씀을 들은 것일까요? ‘끝까지’에는 어떤 뜻이 들어 있는 것일까요?


3. 무엇보다 예수님은 자기 사람들을 끝까지 믿어주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그들이 예수님을 따라 다닐 때, 그 중에 촉망받던 제자가 있었던가요? 유감스럽게도 기대할 만한 제자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무식한 어부 출신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로마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을 하던 거친 이들이었습니다.

출신만 그런 게 아닙니다. 부름을 받고, 예수님과 함께 하는 동안에도 그들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모습입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 셋을 아는 것이 아니라 있던 것까지 까먹는 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신령한 떡을 설교하면 육신의 떡을 연상했고, 받으실 고난의 잔을 말하면, 세속 영광의 잔을 생각했습니다. 자기 스승은 섬기러 왔다는데도 그들은 그 12명 중에서도 ‘누가 더 높으냐?’로 갈등을 빚곤 했습니다.

그 심각한 겟세마네 동산에서 예수님으로부터 간곡한 기도를 부탁받았음에도 무심히 잠을 잤던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이 체포당할 때는 ‘스승이고 뭐고 모르겠다 걸음아 날 살려라’ 하듯이 다 도망갔던 제자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처형을 당할 때 예수님 홀로 외로이 당할 수밖에 없도록 모두 사라져버린 그런 위인들입니다. 떡잎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이들은 이미 싹수가 노란 이들이었습니다. 얼마나 한심스럽고 얼마나 기막힌 제자들인지 모릅니다. 이들이 과연 변할까요?

목회를 할 때, 때론 무척 실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예수 믿은 지 수십 년이 흘러갔음에도 세속적인 신자들을 볼 때 실망스럽습니다. 결코 변하지 않는, 인간적인 욕심과 생각에 꽉 차 있는 여전한 중직자들을 볼 때 실망스럽습니다. 과연 이들이 변할 것입니까? 변하지도 않을 인간을 붙잡고 변할 것이라고 속을 썩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마치 고양이를 붙잡아 놓고 개로 변하라고 다구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얼마 전 노회 내의 어느 교회에서 분규가 일어났는데, 점잖던 장로들이 담임 목사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붓는데 기가 막히더라구요. 그러자 이번엔 일반교인들이 일어나 장로들을 향해 같은 욕설을 퍼붓고, ... 이게 정말 그리스도를 따르던 이들입니까? 이게 세상과 구분된 거룩한 주님의 교회의 모습인가? 회의(懷疑)가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는 그럽니다. 사람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사람이 변할 까요 안 변할까요?

안 변한다면 우리는 괜한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난 변한다고 믿습니다. 아직은 그렇지만, 그러나 반드시 변할 것을 믿습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고 예수님도 믿었다면 과연 그 제자들을 끝까지 사랑하실 필요가 있었을까요? 예수님의 위대함은 끝까지 사람들을 믿어주었다는 것, 신뢰했다는 것입니다. 부족한 이들,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에도 부족하기 짝이 없는 그들을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사랑해 주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 가장 성격이 괴팍한 이들이 있습니다. 못된 성품의 제자들이 있습니다. 누군지 아십니까? 야고보와 요한 형제입니다. 이들은 얼마나 성격이 못되었던지 예수님께서 ‘우뢰의 아들들’이란 뜻의 ‘보아너게’란 이름을 붙여줄 정도였습니다. 우뢰의 아들, 성질이 급하다는 뜻입니다. 달리 말하면 성깔부리기 잘한다는 것입니다. 노골적으로 말해 성질이 더럽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 가장 사랑이 많은 사도, 사랑의 사도로 살다가 순교한 제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요한입니다. 그의 형제 야고보는 제일 먼저 순교한 제자로, 아마도 그 성질 고칠 겨를도 없이 그대로 갔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형제인 요한은 마침내 변화되어 가장 사랑이 많은 사도로 세상을 살다 갔습니다. 그렇게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주신 예수님을 증거 하는 요한복음을 쓰고 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신뢰하십니다. 믿어주십니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 주십니다. 나에게 기대를 거십니다. ‘네가 지금은 부족하지만 그러나 결국은 네가 참된 믿음의 사람이 되리라. 정말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리라.’ 주님께선 내게 끝까지 기대를 거십니다. 이 끝까지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이 헛되지 아니하고 반드시 열매를 맺어 우리 모두가 진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숙되어 가는 역사가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도 역시 우리 주변에 있는 부족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끝까지 기다리고, 신뢰해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예수님께서 끝까지 사랑하신 것, 그것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자세히 알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산상수훈인 마태복음 5-7장을 묵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 중에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그리스도교가 어떤 종교인지 한 마디로 보여주는 귀한 말씀이 있습니다.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마 5:39b-42)

어느 전도사님이 개척 교회에서 오늘 본문으로 설교를 감동적으로 하셨습니다. 예배 후, 성도들을 문에서 배웅하는데, 한 청년이 전도사님을 뵙더니 다짜고짜로 오른 뺨을 때리는 거였습니다. 영문을 모르고 얻어맞은 전도사님, 순간, ‘아하, 이 녀석이 나를 시험하는구나.’싶어 말씀대로 왼뺨을 돌려대었습니다.

그랬더니 이 청년이 계속 왼뺨까지 때리는 거였습니다. 전도사님이 욱 해서 그 청년의 멱살을 잡았답니다. 이에 청년이 하는 말, “오른 뺨을 맞으면 왼뺨도 돌려대라고 설교하셨잖아요?” 그러자 전도사님이 그랬답니다. “이 놈아, 왼 뺨까지 맞을 때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이 성경에 없어.”

여러분,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 나를 고발하여 속옷을 갖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억지로 오리(五里), 즉 2km를 가자고 하면 십리(十里), 4km를 가주라는 이 말씀, 어떻게 받아들이십니까?

분명한 것은 세상 상식으로는 오른편 뺨을 맞으면 주먹이 나가는 것이 합당합니다. 부당하게 속옷을 갖겠다고 달려드는 이가 있으면 끝장을 보아 내 것을 지키고 손해배상으로 상대방의 옷까지 갖는 것이 합당합니다. 억지로 오리를 가자고 나를 억누른다면 저항하여 그 사람을 굴복시켜 내 짐까지 지고 가게 하는 것이 세상의 논리요, 가치입니다. 이건 세상 상식입니다. 이것도 못하는 이를 바보요, 무능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고민스럽게도 우리 예수님은 그와 정반대의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이게 정말 고민입니다. 나만 손해요, 나만 바보 소리 듣고, 나만 ... 신앙생활 잘 해나가다가 여기서 멈추어 설 것 같습니다. 더 이상은 양보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지 맙시다. 끝까지 갑시다.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끝까지 갑시다. 당장에 바보 소리 듣고, 손해 보는 것 같고, 손가락질 당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린 예수님의 가르침에 끝까지 순종합시다. 그게 그리스도인의 힘입니다. 그게 세상이 감당 못하는 교회의 힘입니다.

오늘날 교회나 교인들은 이런 손해 안 보려고 너무 안쓰럽게 삽니다. 갑시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말씀해 주신 말씀의 세계로! 끝까지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그리 삽시다. 그게 우리의 힘입니다. 그게 결국 세상이, 대적자들이 무릎을 꿇을 역사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닮아 끝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로 사랑해야 하는지 아십니까?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 5:43-44)

당연히 원수는 미워하는 것, 그게 세상 가치관입니다. 어떻게 원수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런데 고민스럽게도 예수님은 그리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하여도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이것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악물고 악물고, 눈물을 삼키고 삼키면서라도 결국은 이렇게 해야 합니다. 정말이지 끝까지 참고 억누르면서 주님의 말씀, 가르침에 순종해야 합니다. 그게 큰 믿음의 사람입니다.

유명한 미술가 루오의 작품 중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는 제목의 판화가 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고 아픔을 주는 도끼날에 독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향을 묻혀준다는 것입니다．

나를 괴롭히고, 나에게 해를 끼치고, 나를 무시하고, 아 나를 경멸하는 그에게 그리스도의 향을 묻혀주십시오. 내 저주의 독을 묻혀줄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향을 묻혀주십시오.

2006년 1월 충북 청주에 사는 조원일 집사는 초등학교 5학년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습니다. 낮 12시 쯤, 아파트 상가 앞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다 승합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38세,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아들, 공부도 잘하고 음악에 소질이 있어 성가대원으로 활동하던 부부의 자랑이요 기쁨이던 아들이었습니다.

그 비극의 와중에서도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의 안구와 각막을 2명의 시작장애인에게 기증까지 했습니다. 그렇지만 가해자에 대한 원망과 미움은 거둘 수 없었습니다. 더욱이 가해자가 술을 마신 상태였고, 아들이 횡단보도를 지나다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피가 거꾸로 솟으며 결코 가해자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충격에 부인은 병원에 입원을 하였고, 사고 며칠 뒤 가해자의 부모가 집으로 찾아왔으나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5시간이 지난 후, 외출을 위해 아파트 문을 나서다가 영하의 추위 속에 그 때까지 문 밖에 서 있는 가해자의 부모를 발견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들을 집으로 들어오게 하였고, 사고를 낸 이가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전날 제대 기념으로 마신 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밤, 번민 속에 밤을 꼬박 새운 조 집사는 다음날 입원 중인 부인을 찾아갔고, 머뭇거리는 남편에게 부인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여보, 아무 조건 없이 가해자를 용서합시다. 그 대신 가해자가 우리 교회에 등록하여 신앙생활을 하도록 권합시다.” 이들은 놀랍게도 전날 밤, 똑 같이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맘에 걸려 밤새 고민을 했다는 것입니다.

조 집사 부부는 가해자 부모들이 마련해온 합의금도 받지 않고 합의서를 작성해줬습니다. 또 경찰서를 찾아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진술하여 가해자는 구속을 면했습니다. 가해자 이 씨는 그달 29일 청주 대청교회에 신자로 등록했고, "참으로 훌륭하신 분들을 만나 평생 갚지 못할 은혜를 입었다"며 "교회에 열심히 다니면서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국민일보 2006년 2월 5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정도의 사랑,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님의 말씀대로 끝까지 사랑합시다. 아직은 안 되어도, 아직은 못하겠어도, 그래도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고 기도하는 가운데, 결국은 믿음의 성도들이 걸어간 그 길을,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길을 갑시다. 끝까지 사랑합시다. 거기에 교회의 힘이 있고, 성도의 힘이 있습니다. 교회와 성도에게는 이 ‘사랑’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5. 난 요즘 불교계의 모습을 보며 그들이 투정부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정부의 종교 편향을 문제 삼는데, 엊그제 실린 신문 기사를 보면 노무현 정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정부가 종교계에 지원한 예산이 총 984억 원인데, 이 중 불교가 77.7%, 765억 원을 받고, 유교가 7.1%로 69억 원을 받았으며, 기독교가 5.3%, 52억 원을 받았습니다.

지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 불교는 친 정부 성향으로, 정부의 많은 혜택을 도맡아 받고 있을 때, 그 당시에는 한 번도 종교편향 문제가 제기된 적이 없습니다.

청와대에 불상이 들어갈 때도, 군목(軍牧)을 줄이고 군승(軍僧)을 늘릴 때도, 국도나 지방도로가 생길 때마다 절 이정표만 늘어날 때도, 과천 정부 청사 바로 앞에 국고로 보광사 절을 신축할 때도, 노무현 정권 시절 방북 선물에 불경 DVD가 포함되었을 때도, 독실한 불교 신자 변양균 신정아 사건으로 불교에 대한 정부의 엄청난 혜택에 의혹이 눈길이 쏠릴 때도, 기독교는 타 종교에 불이익이 올지도 모른다 하여 침묵했었습니다. 일부러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정부가 들어선지 6개월밖에 안 됐는데 그새 무슨 그리 심한 종교 편향이 있다고, 무슨 차별을 그리 심하게 받았다고 그 난리입니까?

영국의 수상 처칠이 타고 가던 차량이 교통 위반으로 딱지를 떼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운전수가 ‘이 차량은 수상 차량으로, 처칠 수상이 타고 있다’고 경찰에게 말하였습니다. 이에 경찰이 그랬답니다. “거짓말 마쇼. 처칠 수상은 교통법규를 위반할 어른이 아닙니다.” 그리곤 딱지를 뗐답니다. 처칠이 어떻게 했을까요? 돌아가서 그 경찰관에게 표창을 주었다고 합니다. 자기 직무를 충실히 감당하는 이에게 어떻게 잘못했다고 시비를 걸 수 있습니까? 총무원장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특별 검문검색 기간이요, 장소라면 검문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그렇게 검문하는데도 조계사에서 농성중인 수배자중 한 명은 달아났다고 하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서울 시장 시절에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겠다고 했다 하여 법석인데, 자기 집안에서 자기 소신대로 자기네 표현대로 고백한 것을 그 말의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부인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이러다간 집안에서도 말을 함부로 못할 지경이 될 것입니다. 종교인이 자기 종교 집회 안에서 자기 종교 표현법으로 말한 것을 그렇게 시비 걸어도 되는 것입니까?

물론 몇몇 부족한 기독교인들이 장로 대통령이 되었다고 마치 우리나라가 기독교국가가 된 것처럼 법석을 떨고, 말실수를 하고, 잘 보이려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앞 서 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그건 어느 시대나 늘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다고 그게 기독교 전체의 자세요 모습이라고 우기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항간에는 불교계의 이러한 우김이 어쩌면 완전히 폐지될 등산 시 사찰에 내는 입장료를 지키기 위한 정부를 향한 압력이라는 설도 있더라구요. 그게 일 년에 700억 원이 넘는다는 소리가 있더라구요. 그러기에 지방 사찰들이 더 적극적으로 반정부 투쟁이랍니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여러분, 우리는 다 종교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타종교인, 특별히 불교계의 사람들을 미워하지 마십시오. 이젠 기독교도 일어나야 한다고 선동하는 목사, 교인들이 있던데, 아닙니다. 싸우려 하지 마십시오. 내가 이렇게 설교하는 것도 불교를 비방하고, 다투자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을 알고, 우리는 좀 더 의연한 자세, 태도를 갖자는 것입니다. 다투지 말고, 그들은 그들의 길을 가게 하십시오.

도리어 이렇게 투정부리는 불교계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상당히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얼굴은 ‘대자대비(大慈大悲)’입니다. 그런데 현재 불교의 대자대비가 보이십니까? 그들은 실리(實利)를 얻을지 모르지만 자기들의 얼굴 대자대비를 잃을 것입니다. 그러면? 불교계는 가장 큰 것을 잃는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도인의 힘, 아니 교회의 힘이 뭡니까? 싸우는 거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힘은 끝까지 사랑함입니다. 세상의 상식과 가치관을 뛰어넘어 끝까지 사랑함입니다. 저들이 비록 오른뺨을 치더라도 왼뺨을 돌려대는 사랑의 힘입니다. 속옷을 달라고 집요할 게 굴 때 겉옷까지 벗어주는 사랑의 힘입니다. 억지로 오리를 가자고 나를 누를 때 십리까지 가 주며, 원수를 사랑하며, 핍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는 사랑의 힘, 끝까지 사랑하는 그것, 그것이 그리스도의 힘입니다.

교회는 엉뚱한 것에 집착을 보이면 안 됩니다. 교세를 확장하고, 성전을 웅장하게 짓고,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는 것, 모두 좋습니다. 그러나 그것에 집착하다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그리스도인의 기본자세, 그 정신을 잃어버리면 우리도 매우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투정 부리는 불교계에 맞서 우리도 맞짱 뜨자는 식으로 나선다면 우리 역시 매우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교회는 ‘사랑’을 잃으면 안 됩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교회는 ‘사랑’을 잃으면 안 됩니다. 교회가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소금이 짠맛을 잃어 무용지물이 되는 것입니다!


6. 난 목사입니다. 목사의 직무가 있습니다. 목사로서 교회를 지켜야 하고, 교우들을 살펴야 하고, 진리의 말씀을 목숨을 걸고 선포해야 합니다. 특별히 당회장으로 행정을 책임지고, 교회의 정통성을 지키고, 법과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만 몰두하다 보면, 어떤 경우 아주 기본적인 것을 잃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가장 기본적인 예수님의 가르침을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목사직과 그리스도인의 기본자세, 뭐가 더 중요합니까? 장로직과 성도의 기본자세, 권사직과 하나님의 백성으로의 기본자세, 집사직과 주님의 제자로서의 기본자세, ... 뭐가 더 중요합니까?

기본자세, 끝까지 사랑함을 잊지 맙시다. 모두들 포기할 때 나는 끝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이웃을 사랑함은 말 할 것도 없고, 원수를 사랑하고, 핍박하는 자, 손해 끼치는 자를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라도 끝까지 그리 사랑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나님의 은총이 내게 넘칩니다.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마 5:45a) 예수님께서 보장해 주신 말씀입니다. 끝까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하나님의 자녀로 권세와 축복을 누리기를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