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장로님이 예배실 앞을 지나시다가 장로님의 첫째 딸인 모 자매가 손에 커피를 들고 예배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셨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예배드리는 사람이 커피를 들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느냐?”며 야단을 치셨다고 합니다. 예배드리는 자의 마땅한 태도가 아니라는 생각에 당신의 딸이라 할지라도 지적을 하신 것 같습니다.

 

대부분 교회에 가면 예배당 입구에 “음식물을 가지고 오지 마십시오.”라는 푯말을 써 놓거나 안내위원들을 통해 음식물을 들고 입장하지 않도록 권면합니다. 가장 높고 존귀하신 하나님 앞에서 예배드리는 시간이기에 마음과 정성을 다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혹은 교회 바닥이 카페트라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점심 식사 후 졸음이 쏟아지는 시간에는 커피나 차를 마시면 예배에 집중하기가 훨씬 수월한 것 같습니다. 졸음을 쫓는 데에는 사탕이나 초콜릿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지난 8월에 있었던 온가족수양회 특강 시간이었습니다. 수양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느라 너무 지치고 잠이 부족했는지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눈꺼풀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더니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뒤에서 지켜보는 성도들을 생각하면 담임목사의 체면이 말이 아니었지만,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제게 초콜릿 한 개를 건네주었습니다. 무심코 입에 넣었더니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그리고 10분이 흘렀습니다. 다시 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다시 초콜릿을 건네주었습니다. 또 다시 정신이 맑아졌습니다. 그런데 정확히 10분 후 다시 졸음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강의 마칠 때까지 초콜릿 4개를 먹고 무사히 깨어있을 수 있었습니다.

 

가끔 뒤에서 예배를 드리다보면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예배시간에 종종 사탕이나 초콜릿을 드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혼자만 드시는 것이 아니라 앞뒤좌우에 있는 분들과 서로 나누어 드십니다. 껍질을 까는 바스락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옵니다. 당이 떨어져서 당분이 필요한 분들도 있고, 잔기침이 나올 때는 사탕을 물고 있으면 효과가 그만이라고 합니다. 청년들은 다이어트 때문에 사탕이나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으니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잠을 쫓을 것입니다. 학교 수업 시간에도 컵을 들고 들어가는 것은 이미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만약 하나님의 입장에서 보게 된다면 어떻게 보일까요? 대표기도 시간부터 졸음이 쏟아져서 정신을 잃고 있다가 축도 소리와 함께 잠을 깨는 사람과 졸음을 이기려고 물이나 커피를 마시며 깨어서 예배드리는 사람, 둘 중에서 하나님은 어떤 사람을 더 기뻐하실까요? 깨어서 예배를 드리려고 물을 마시고 커피를 마시고 사탕을 먹으며 몸부림을 치는 분들의 심정과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혹 청년들이 컵을 들고 예배당에 들어가면 “너 예배 잘 드려서 은혜 받으려고 하는구나! 참 잘했다!”하며 등이라도 두드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단, 카페트에는 쏟지 않도록 조심하시고 사탕 껍질은 꼭 다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모든 겸손과 온유로 하고

오래 참음으로 사랑 가운데서

서로 용납하고

(엡 4:2)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