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6일, 사우디 국왕은 “여성의 운전을 허락한다.”는 '깜짝' 칙령을 발표했습니다. 사우디 정부는 이에 따라 적어도 다음 해 6월에는 여성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사우디 안팎에서 “낮은 여성인권 수준이 진일보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진정한 평등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사우디의 독특한 ‘남성 후견인제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이 거의 모든 중대사에 있어서 후견인인 남성 가족의 허락을 받도록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후견인은 누구든 '남자이기만 하면' 됩니다. 남편, 부친, 형제, 심지어 자식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여성들에게 직접 운전은 허용했지만 차를 사려면 남성 후견인이 쓴 허가증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운전을 하겠다고 주장했다가 올 초 아버지의 신고로 104일 동안 철창 신세를 져야했던 마리암(30) 이라는 여성은 ‘남성 후견인제도’ 자체가 근본적으로 철폐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인 인디펜던트는 사우디 정부가 여전히 극보수 성직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고, 그보다 더 보수적인 사회 요소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사우디를 진정으로 개혁하는 길은 여성에게 운전면허증을 주는 게 아니라, 타인의 간섭 없이 자신의 삶에 대해 결정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인디펜던트는 ‘사우디에서 여성이 여전히 할 수 없는 8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첫째, 여성은 후견인의 허락 없이 결혼할 수 없고, 외국인과 결혼하려면 내무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비 이슬람교도와 결혼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둘째, 여성은 가게 점원 등 몇 가지 직업을 제외하면 일할 때도 남성의 허락을 받아야 하며,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때도 허락이 필요합니다. 셋째, 여성의 법정 증언은 남성의 그것에 비해 덜 중요하게 취급되며, 부모의 재산도 남자 형제의 절반만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넷째, 여권과 신분증을 발급받으려면 남성 후견인의 허락이 필요하며, 외출할 때도 후견인을 동반해야 합니다. 다섯째, 미(美)를 목적으로 옷을 입는 건 불법이며, 공공장소에서 발목까지 오는 아바야(abayas)를 착용해야 합니다. 여섯째, 가족 구성원이 아닌 남성과 함께 있거나 대화하는 것을 제한합니다. 일곱 번째, 긴급한 치료와 수술을 받기 전 남성 가족이나 친척의 서명을 받아야 합니다. 여덟 번째, 이혼한 여성의 경우, 아이가 7살(남자), 9살(여자)이 될 때까지만 양육할 수 있습니다.

 

운전은 할 수 있지만 차는 살 수 없고, 몸이 아파도 마음대로 치료조차 받을 수도 없고, 사회적 족쇄를 평생 차고 살아야 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삶은 너무나 끔찍하고 숨이 막힙니다. 예수님은 여성 제자들도 허용하셨고,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존경하며 피차 복종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오직 진리만이 우리를 모든 죄와 불법으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합니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요8:31-32)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