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상21:10-22:2)

 

     1.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 전에는 논산 훈련소를 나와 자대 배치를 받을 때 저 강원도 인제나 원통으로 배속 받으면 울면서 가는 이등병들이 많았습니다 . 너무 험한 산 속에서 힘들고 고달픈 군대 생활할 것이기에 떠블빽 (Duffel bag) 매고 가며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 살겠네 ’

 

    정말이지 말 그대로 원통하면 못 삽니다 . 마음에 한이 맺혔는데 어찌 살겠습니까 ? 남편이 젊어서 바람을 피워 딴 살림을 차리자 , 마음에 분을 품고 평생 산 어느 집사님이 결국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 끝까지 남편을 용서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려 하였습니다 . 그러자 목사님이 찾아가 위로하며 권면하였습니다 . “집사님 , 그 한을 품은 것이 결국 집사님 몸을 망치고 만 것입니다 . 이제 그 한을 풀지 않고 그대로 세상 떠나면 집사님 영혼까지 망칠지 모릅니다 . 한을 풀고 주 예수의 이름으로 용서하십시오 .”

 

    우리 마음 안에 한이 맺히면 결국 누구 손해인지 아십니까 ? 자기 자신 손해입니다 . 잠 못 자지요 , 생각만 하면 분한 마음에 피가 꺼꾸러 도는 것 같지요 , 아름다운 세상이 온통 부정적으로 보이지요 , ... 정작 상대방은 , 원수는 잘 먹고 잘 자는데 자기만 분통 터지는 것입니다 .

 

    그래서 결국 그 한이 자신 안에서 날카로운 칼이 되어 여기저기 찌르게 됩니다 . 그러기에 마음에 원통한 것 , 한을 품고 살 것이 아니라 그것은 풀고 살아야 합니다 . 한은 품지 말고 풀으십시오 ! 우리 서로 인사합시다 . ‘풀고 삽시다 ! 예수 이름으로 풀고 삽시다 !’

 

    2.

    마음에 한이 맺힐 것 같은 사람 , 마음이 원통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 다윗입니다 . 오늘 말씀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 “그 날에 다윗이 사울을 두려워하여 일어나 도망하여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가니 ” 다윗은 수많은 세월동안 사울의 추격을 피하여 도망하며 살았습니다 . 성경에서 가장 도망을 많이 다닌 사람은 다윗이었습니다 . 사울 왕이 자기를 정적 (政敵 )으로 여기고 집요하게 다윗을 죽이려 했기에 다윗은 늘 아슬아슬하게 도망 다녔습니다 .

 

    이런 다윗이 오늘도 도망 쳤는데 어디로 도망했는가 하면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갔습니다 . 가드는 어떤 곳인가요 ? 블레셋의 5 대 도시 중 하나이지만 , 그곳은 일찍이 다윗이 돌팔매로 죽인 골리앗의 고향이며 , 다윗이 공격한 성 중에 하나입니다 . 그러니까 이곳은 다윗에겐 적지 (敵地 )입니다 . 그럼에도 그가 이곳으로 간 것은 그만큼 사울의 위협이 급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 사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어떨 결에 뛰어든 곳이 호랑이 굴이었던 것입니다 .

 

    그러자 아니나 다를 까 그곳의 왕 아기스의 신하들이 다윗을 정확히 알아보았습니다 . 다윗은 자신이 골리앗을 죽이고 , 가드를 공격했던 것은 오래 전 일이니 설마 잊었겠지 했겠지만 그 신하들은 아주 분명히 다윗을 기억했고 , 심지어 다윗이 블레셋을 치고 돌아갔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환호하며 불렀던 노래까지 기억해 내었습니다 . ‘사울이 죽인 자는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로다 !’

 

    이렇게 되자 다윗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 이제 자신은 가드의 블레셋 사람들이 원수를 갚자고 나서면 끝장난 것이었습니다 . 이에 다윗은 13 절 , “그들 앞에서 그의 행동을 변하여 미친 체하고 대문짝에 그적거리며 침을 수염에 흘리매 ”

 

    미친 사람 흉내를 내었습니다 . 대문짝에 그적거린다는 것은 낙서를 했다는 뜻도 되고 , 대문을 이유 없이 쾅쾅 쳤다는 뜻도 됩니다 . 또한 수염이란 당시 남자들에게 얼마나 귀중한 자존심의 상징인데 , 거기에 침을 질질 흘렸다니 영락없는 미친 행위였습니다 .

 

    아니나 다를까 이를 보고 가드 왕 아기스는 미친놈이 들어왔다고 하여 다윗을 쫓아내었고 , 그 가드 성에서 나오게 되자마자 22:1 절에 보니 , “그러므로 다윗이 그곳을 떠나 아둘람 굴로 도망하매 ”, 즉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쳤다는 뜻이다 .

 

    참 서럽고도 비참한 신세입니다 . 하나님의 축복을 받고 , 기름 부음을 받은 사람이 이렇게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 다녀야 하는 신세 , 얼마나 서러운가요 !

 

    그런데 이렇게 다윗이 아둘람 굴로 도망가자 , 역시 같은 신세인 그의 가족들이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찾아왔으며 , 동시에 동행한 이들이 있었는데 , 사울의 통치하에서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 ’가 다 그에게로 모였습니다 . 서럽고 서러운 세상을 사는 이들이 다 모였습니다 . 마음에 한이 쌓이고 쌓여 원통한 자들이 다윗에게 다 모여들었습니다 .

 

    얼마나 처량한 신세인가요 ! 얼마나 한심한가요 ! 환난 당하고 , 빚을 지고 , 마음이 원통한 이는 자기 혼자로 족한 판인데 , 갈수록 그런 이들만 자기에게 모여듭니다 .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 이 사람을 만나도 저 사람을 만나도 한이 맺힌 사람들뿐입니다 .

 

    이쯤 되면 다윗의 입에선 무슨 소리가 나올까요 ? ‘하나님 , 해도 너무 하신 것 아닙니까 ? 내 이 비참한 신세가 보이지 않습니까 ? 도대체 하나님의 축복 , 나를 향한 그 축복은 어떻게 된 겁니까 ?’ 불평과 원망이 쏟아져 나올 만 합니다 .

 

    그런데 그는 이 때 , 도망에 도망을 다니는 이러한 때 , 살기 위해 미친 사람 흉내를 내며 목숨 부지해야 할 이 때 , 서럽고도 서러운 마음에 원통함이 가득 찰 이 때에 뭐라고 하나님께 기도했습니까 ? 오늘 본문에는 안 나옵니다 . 그런데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

 

    3.

    시 34 편입니다 . 그 시 34 편의 서두에 이런 설명이 있습니다 . “다윗이 아비멜렉 앞에서 미친 체 하다가 쫓겨나서 지은 시 ” 여기서 아비멜렉은 누구인가요 ? 아비멜렉은 블레셋의 왕의 호칭이고 , 이 아비멜렉이 바로 ‘아기스 ’입니다 . 즉 아비멜렉은 왕의 호칭 , 아기스는 개인 이름입니다 . 그러니까 시 34 편은 바로 이 장면 , 다윗이 아기스 앞에서 미친 체 하다가 쫓겨나 마음이 원통한 상태에서 쓴 시입니다 . 뭐라고 시작할까요 ? 시 34 편을 잠시 묵상합니다 .

 

    1-2 절 , “내가 여호와를 항상 송축함이여 내 입술로 항상 주를 찬양하리이다 . 내 영혼이 여호와를 자랑하리니 곤고한 자들이 이를 듣고 기뻐하리로다 .”(시 34:1-2)

 

    놀랍게도 그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 미친 체 하다가 쫓겨나서 지은 시가 신세 한탄이 아니라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 마음이 원통한데도 그는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 서러운 세월을 살면서도 그는 하나님께 노래하고 있습니다 .

 

    더군다나 ‘내 영혼이 여호와를 자랑하리니 곤고한 자들이 이를 듣고 기뻐하리로다 ’하며 자신이 당한 비참한 처지에서 하나님을 자랑하리니 자기와 같이 곤고한 나날을 보내는 이들이 듣고 위로 받고 기뻐할 것이라고 합니다 . 대체 무엇이 다윗으로 하여금 이렇게 비참한 처지에서도 환경에 굴하지 않고 도리어 찬양하는 삶을 만들었을까요 ?

 

    시 34 편에 나타난 괴롭고 힘들 때의 그의 자세를 찾아보면 그 해답이 보입니다 . 먼저 4 절 , “내가 여호와께 간구하매 내게 응답하시고 내 모든 두려움에서 나를 건지셨도다 .” 그는 어려울 때 하나님께 간구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 기도하십시오 . 간구하십시오 . 힘들고 어려울 때 하나님께 간구하십시오 . 어떤 이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간구하지 못합니다 .

 

    여러분 , 하나님께 간구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은 하나님의 자녀 중에서 다리 밑에서 주워온 자식들인 지 모릅니다 . 어렸을 적에 어른들이 아이들을 놀릴 때 ‘너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고 했습니다 . ‘네 진짜 엄마는 다리 밑에 있다 ’고 놀리곤 했습니다 .

 

    왜 아버지 하나님께 간구하지 못하십니까 ? 내 하늘의 아버지께 왜 구할 수 없습니까 ? 구하기만 하면 하늘로부터 위로와 격려 , 축복이 임하는 데 왜 간구하지 못하십니까 ? 다리 밑에서 주워온 자식이기에 그런 건 아닙니까 ? 왜 간구하는 것이 쑥스러우십니까 ? 간구하십시오 . 하나님의 성전에 나아와 간구하십시오 . 그러면 여러분의 힘들고 어려운 현실에서 건져주실 것입니다 .

 

    그 뿐이 아닙니다 . 5 절 ,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그들의 얼굴은 부끄럽지 아니하리로다 .” 주를 앙망하십시오 . 현실을 보고 울지 말고 고개 들어 주를 바라보십시오 . 늘 같이 신세타령하는 이만 바라보고 , 늘 한이 맺힌 이들과 어울리며 한 타령이나 하고 살면 같이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

 

    그러나 삶의 현장이 , 가정에서 그런 한이 있더라도 밖에 나와서는 , 교회에 와서는 밝은이들과 어울리고 , 밝은이들과 주님을 노래하고 , 밝고 밝은 환한 하나님의 얼굴을 늘 바라보며 기도하면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얼굴에 하나님의 광채가 빛납니다 . ‘그들이 주를 앙망하고 광채를 내었으니 ’ 광채가 납니다 . 기도 많이 하는 사람 , 찬양 많이 하는 사람 , 묵상 많이 하는 사람 , 늘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며 , 예수님을 바라보는 사람 , 그 얼굴에 광채가 납니다 . 왜 ? 그 하나님의 얼굴 광채가 내게 옮겨 옵니다 .

 

    “하나님 사랑의 눈으로 너를 어느 때나 바라보시고 / 하나님 인자한 귀로써 언제나 너에게 기울이시니 / 어두움에 밝은 빛을 비춰주시고 너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니 / 너는 어느 곳에 있 -든지 주를 향하고 주만 바라볼지라 주만 바라볼지라 ”

 

    주를 바라보고 앙망하는 자에게 마침내 광채가 날 것입니다 ! 근심과 걱정거리 , 문제를 바라보고 사는 이는 얼굴이 잿빛이겠지만 , 주님을 바라보는 자는 언젠가 그 얼굴에서 광채가 날 것입니다 . 할렐루야 !

 

    그리고 6 절 , “이 곤고한 자가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의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셨도다 ” 이 곤고한 자가 뭘 했다구요 ? 부르짖었습니다 . 4 절의 간구는 어쩌면 심중에서 말없이 간절하게 간구하는 것일 겁니다 . 그러나 6 절의 간구는 부르짖는 간구입니다 . 다윗은 종종 마음이 아프고 원통할 때마다 하나님께 큰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

 

    어느 5 살짜리가 밤마다 기도하는데 큰소리로 기도합니다 . “하나님 , 저에게 자전거를 한 대 보내주세요 ~~~” 엄마가 그런 아이에게 말해주었습니다 . “얘야 , 하나님은 작은 소리로 기도해도 들으신단다 .” 그러자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알아요 , 엄마 . 그러나 이 기도는 2 층에 계시는 아빠도 들어야한단 말이에요 .”

 

    부르짖으십시오 ! 마음에 쌓인 것들을 , 마음에 한이 맺힌 것들을 주의 성전에 들고 나와 부르짖으십시오 . 다윗이 증언합니다 . “이 곤고한 자가 부르짖으매 여호와께서 들으시고 그의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셨도다 !”

 

    다윗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사람입니다 . 처지와 환경에 따라 하나님에 대한 신뢰도가 오르락내리락 한 인물이 아닙니다 . 철저하게 끝까지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믿고 , 그 하나님을 신뢰한 사람입니다 . 자기 인생이 밑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더욱 그의 영혼은 하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 자기 인생이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더욱 더 하나님의 위로하심을 의지하였습니다 . 자기 신세가 괴로우면 괴로울수록 더욱 하나님께 소리 내어 부르짖었습니다 . 그는 실로 부르짖는 기도의 인물이었습니다 .

 

    이렇게 심중에서 간구하고 , 어려운 가운데서도 주를 앙망하고 , 하나님께 소리내어 부르짖었더니 어떤 일이 벌어졌습니까 ?

 

    시 34:7 절 이하 , “여호와의 천사가 주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 치고 그들을 건지시는도다 .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 너희 성도들아 여호와를 경외하라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부족함이 없도다 .” 여호와의 천사가 그를 둘러 진 칩니다 !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습니다 ! 그에겐 결국 부족함이 없습니다 ! 할렐루야 !

 

    4.

    사랑하는 여러분 , 다윗은 결코 하나님께 실망한 적이 없습니다 . 비록 현실이 괴롭고 어렵고 힘들어도 하나님께 간구하며 부르짖고 , 앙망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 , 축복을 받았습니다 .

 

    오늘 말씀을 생각해 보십시오 . 목숨 부지하기 위해 도망에 도망을 다니다가 사지 (死地 )에 떨어지더니 , 살기 위해 미친 체 하여 겨우 풀려 나왔고 , 그에게 몰려든 사람들은 환난 당한 자 , 빚진 자 , 원통한 자들이나 몰려듭니다 . 그야말로 거지 대장이 되어 이들을 이끌고 또 계속 도망 다니는 신세가 다윗의 신세입니다 .

 

    그럼에도 다윗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 다윗은 하나님께 노래합니다 . 아니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 그런 구차한 삶 속에서도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양합니다 . 이것이 다윗의 힘이요 , 축복 받은 비결이 아닐까요 ?

 

    다음 주일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 무엇을 감사할까요 ? 한번 다윗과 같은 감사를 가져 보십시오 . 나아진 것 하나도 없습니다 . 어려움은 가중되었습니다 . 목숨 부지하기 위해 도망 다니는 신세입니다 . 입에 겨우 풀칠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 원수들 , 라이벌은 더욱 더 많아졌습니다 . 얼굴까지 팔려서 어디 숨을 데도 없습니다 . 나아지기는커녕 못사는 이들만 찾아듭니다 . 그래서 살림은 더욱 더 어려워졌습니다 .

 

    이럴 때 , 하나님께 감사하십시오 . 하나님을 신뢰하고 기도하고 노래하십시오 . 여러분의 하나님에 대한 신뢰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 다윗만큼 올리십시오 . 그러면 하나님께서도 여러분을 향한 축복의 정도를 다윗만큼 올려주실 것입니다 .

 

    생활이 어려운가요 ? 마음이 원통한가요 ? 빚이 태산 같은가요 ? 환난 속에 있는가요 ? 미친 체 해야 살아갈 수 있는 상황인가요 ? 이 때 성경은 뭐라고 우리에게 가르치는가요 ? 솔직하게 불평불만을 터뜨려라 ? 아닙니다 , 하나님을 신뢰하고 , 그 하나님께 감사하라 . 그 하나님을 노래하라 . 이렇게 가르칩니다 ! 그러면 그렇게 하십시오 . 복이 될 것입니다 .

 

    다윗 고백처럼 될 것입니다 . “여호와의 천사가 주를 경외하는 자를 둘러 진 치고 그들을 건지시는도다 . 그에게 피하는 자는 복이 있도다 .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는 부족함이 없도다 .”

 

    이번 추수감사주일을 통해 드려지는 여러분의 하나님께 향하는 감사의 제물과 자세 위에 다윗의 이 고백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