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8:1-10)

 

    1.

    어느 덧 2017 년 마지막 주일이 되었습니다 . 정말 세월이 빠르게 흐릅니다 . 젊은 분들은 동의 못하겠지만 , 나이를 먹는 분들은 전보다 세월이 더욱 빠르게 흐른다고 느껴집니다 . 좋든 싫든 , 힘들든 가벼웠든 간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이제 우리는 뭔가 정리하며 새롭게 다가오는 세월을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 특별히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 40 년 생활을 마치고 이제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떠나려고 할 때 하나님의 종 모세가 지난 40 년을 회고하며 거듭 주님의 말씀을 설교한 내용입니다 .

 

    광야 40 년 , 이들에게 제일 큰 문제는 양식 문제였습니다 . 광야에서 무슨 농사를 지었겠습니까 ? 그러니 40 년 동안 이들에게 늘 따라 붙는 어려움은 양식 문제였습니다 . 그런데 놀랍게도 하나님께서는 이들의 양식 문제를 해결해 주셨는데 , 그것이 바로 만나였습니다 .

 

    만나는 새벽 동틀 무렵에 들에 나가면 하얗게 덮여 있었는데 , 백성들은 그것을 거둬다가 하루 양식으로 삼았습니다 . 밤새 하나님께서는 하늘의 문을 여시고 눈을 내리듯 만나를 이들이 사는 주변에 뿌려주시고 , 백성들은 아침에 나가 거둬 양식을 삼았습니다 .

 

    이 만나를 거둠에는 몇 가지 하나님의 명령이 , 이른바 옵션이 있었습니다 . 그날 거두어 그날 먹을 것이지 비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그래서 누구든지 매일 아침마다 나가서 거둬 와야 했습니다 . 쌓아놓고 먹을 수 없었습니다 . 누구에게든지 노동의 신성함을 가르치기 위해서인지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그날 먹을 것을 그날 거둬들이지 결코 쌓아두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그리곤 안식일엔 일하지 말라고 하였기에 들로 나가지 못했고 그 대신 안식일 전날엔 반드시 이틀 분의 만나를 거둬들이라고 하셨습니다 .

 

    이 만나는 이들이 신 광야에 들어설 때부터 주어지기 시작하더니 , 40 년이 지난 후 길갈에 이르러 드디어 가나안 땅의 열매를 먹게 될 때 끊어졌습니다 .(수 5:12) 그러기에 만나는 오직 광야에서만 먹었던 양식이었습니다 .

 

    만나라는 이름은 어디서 생긴 것일까요 ? 묘하게도 ‘만나 ’라는 말의 뉘앙스가 우리말의 ‘맛나 ’ 라는 뉘앙스를 풍겨 , 맛을 내는 음식이란 선입견을 갖게 되는데 , 만나라는 이름엔 그런 뜻이 전혀 없습니다 .

 

    만나라는 이름은 히브리어 ‘만후 ’에서 온 말인데 , 그 뜻은 ‘이것이 무엇이냐 ?’란 뜻입니다 . 생전 처음 본 것들이기에 , 전혀 본 적이 없는 것들이기에 ‘이것이 무엇이냐 ? 만후 ? 만후 ?’하다가 그것을 만나라고 불렀다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

 

    2.

    자 그러면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만나를 먹이신 이유가 뭘까요 ?

 

    오늘 성경은 아주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 3 절 ,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열조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가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 무슨 말씀일까요 ?

 

    여기에 아주 다른 2 가지 삶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 세상 사람들과 하나님의 백성들의 스타일입니다 . 먼저 세상 사람들은 힘주어 말합니다 . “사람은 떡으로 사는 것이다 !” 그러나 하나님의 백성은 그렇게 말하지 않습니다 . “사람은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 !”

 

    이 차이를 여러분은 아십니까 ? 여러분이 이 차이를 모른다면 , 아직도 여전히 세상 사람들처럼 떡으로 산다고 생각한다면 하나님께선 부득이 여러분을 하나님의 온전한 자녀로 삼기 위해 만나로 훈련하실 것입니다 . 그들은 어떻게 훈련받았습니까 ?

 

    출 16 장에 그 내용이 나옵니다 . 이들이 처음으로 만나를 대하게 되었을 때 , 양식이 없어 쩔쩔매던 위기 상황이었습니다 . 그러기에 만나를 보고는 환호하였습니다 . 아침에 나가기만 하면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 만나였고 , 그저 거둬오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 그래서 부지런히 그들은 아침마다 나가서 거둬들였습니다 .

 

    그런데 그 중에 아주 경제적이고 머리 회전이 빠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 ‘이것을 수고스럽게 매일 아침마다 나가서 거둘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많이 거둬다가 비축해 놓으면 좋지 않겠는가 ? 나중에 혹 못 거둔 이들에게 팔아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 혹시 하나님께서 내일은 기분이 나빠지셔서 안 주실 지도 모르는데 그 때를 대비하여 미리 미리 비축해 놓자 .’

 

    그래서 그는 남모르게 더욱 열심히 그리고 많이 거둬들여 쌓아놓았습니다 . 그리곤 이젠 혹시 하나님께서 안 주셔도 나는 내 힘으로 , 내 지혜로움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

 

    그 결과 , 그는 하루가 지나자 자기 집안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습니다 . 이상하게도 하루가 지나자 그 싱싱하던 만나가 썩기 시작하였습니다 . 그리곤 급기야 벌레가 생기며 아주 괴로운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

 

    쌓아두기만 하면 잘될 것이라고 , 잘 살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부지런히 , 남모르게 비축하였는데 그것이 썩어 독이 되어 자기 가정과 자기 자신을 위협하는 지경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

 

    이유가 무엇인가요 ?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불순종 때문입니다 . 그 만나를 주신 하나님께서 오직 일용할 양식만을 거둬들이라고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어기고 스스로 지혜로운 것 같이 , 말씀보다는 창고의 양식을 , 통장의 돈을 더 의지한 연고입니다 .

 

    오늘 우리 사회는 쌓아놓기만 하면 행복한 줄 알고 쌓아놓기 경쟁을 벌이듯 살아갑니다 . 그러면 행복할까요 ?

 

    아닙니다 ! 행복의 척도는 쌓아둠에 있지 않습니다 . 언젠가 신문에 난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까 ?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하늘 높이 쌓아두고 사는 부유한 서구 세계가 아닌 가장 가난한 방글라데시였습니다 .

 

    어느 민족 , 어느 나라 , 어느 공동체를 막론하고 정신적 지도자들은 한결같은 말을 합니다 . 물질이 풍요롭다고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 도리어 근검 , 절약 , 절제하는 가운데 무소유의 행복이 크다고 가르칩니다 . 어느 지도자나 똑같은 말입니다 .

 

    그렇습니다 , 행복은 쌓아둠에 있지 않습니다 . 우리 성도들에게 있어서 행복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 우리같이 늘 부족한 가운데 사는 이들은 원 없이 돈 한번 쌓아놓고 펑펑 쓰면 행복할 것 같지만 , 아니다 . 거기에 행복이 없습니다 .

 

    30 여 년 전 , 수색에서 목회를 처음 시작할 때 , 정말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은 어렵고 어려웠습니다 . 천막동이란 산동네를 심방가면 그 좁은 단칸방에 여러 식구가 함께 살았습니다 . 도무지 같이 잘 수도 없을 것 같은 곳인데 말입니다 . 늘 쌀이 떨어져 끼니가 걱정되던 이들이 수두룩하였습니다 . 학교에 안 간 아이들을 만나면 언제나 등록금을 못 내어 못 갔다고 했습니다 . 수색에서 목회를 배우며 늘 기도한 것은 ‘저 가정에 쌀을 주시옵소서 , 등록금을 주시옵소서 , 병원비를 주시옵소서 , ..’ 이런 기도였습니다 .

 

    그러면서 한 번은 엉뚱한 생각이 한번은 들었는데 가난한 이들은 이렇게 돈이 없어서 하나님께 기도하지만 , 돈 많은 사람들은 대체 무엇을 기도할까 ? 그들은 기도할 거리가 없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생각을 주님께서 풀어주시려는 지 그 다음 목회지가 신반포 , 그리고 동부 이촌동의 어느 교회였습니다 . 당시 돈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촌이었습니다 . 그 돈 많은 지역에 가서 심방을 해 보니 , 기도할 거리도 없어 보이던 사람들에게도 기도거리가 있었고 , 그 내용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

 

    ‘주여 , 남편이 딴 살림을 차렸습니다 ,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 아들이 마약 복용으로 잡혀 들어갔습니다 , 아들놈이 유산을 달라고 칼 들고 좇아옵니다 , ...’ 차라리 돈 없이 화목한 것이 훨씬 행복해 보였습니다 .

 

    아무리 수억을 쌓아 놓아도 하나님과의 관계에 떳떳하지 못한 것이 있고 , 불순종하는 것이 있다면 그는 먹어도 먹는 것이 아니요 , 잠을 자도 자는 것이 아니요 , 쉬어도 참 쉼이 아닙니다 . 왠지 불안합니다 . 돈이 없어서 불안을 느끼는 게 아닙니다 .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 불순종하기에 불안한 것입니다 . 만나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 불안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 만나는 그 자체로 좋은 것입니다 .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며 , 말씀을 신뢰하지 않고 만나를 탐닉했기에 그것은 썩어 독이 되고 만 것입니다 .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만나를 통하여 이것을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이요 ,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먹을 것이 눈앞에 널려 있다고 , 언제나 내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자기 것이 됨을 배웠습니다 . 전에는 애굽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배운 세상 가치관에 따라 오로지 떡이 중요하다고 , 돈이 중요하다고 그것만이 내 손에 있으면 다라고 여기며 그것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달려갔었는데 , 이제 하나님의 백성이 되어서 그것이 다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사는 것이 , 하나님의 말씀을 신뢰하는 것이 성도의 살 길임을 만나를 통하여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

 

    3.

    궁핍한 삶을 사는가요 ? 어찌된 일인지 잘 풀리지 않는가요 ? 무언가 늘 부족한 생활을 하는가요 ? 유난히 올 해 어렵고 힘들었는가요 ?

 

    먼저 가만 생각해 보십시오 . 여러분의 생활에 만나가 있을 것입니다 . 부족한 것 같이 살았으나 , 늘 없다 없다 하며 살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굶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옷이 해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이 사십 년 동안에 네 의복이 헤어지지 아니하였고 네 발이 부르트지 아니하였느니라 .” 그것이 만나입니다 .

 

    그러나 만나를 먹었다고 풍족한 삶을 산 것은 아닙니다 . 광야에서 이스라엘의 생활은 풍족한 생활이 아니었습니다 . 만나를 먹었다고 해서 행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 아닙니다 . 결코 만나는 풍족한 양식은 아니었습니다 . 그것은 하나님께서 내신 비상식량일 뿐입니다 . 하나님께선 영원히 이스라엘 백성들을 만나로 먹이실 생각은 없으십니다 . 궁극적으로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주실 양식은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의 소산물이지 만나가 아닙니다 .

 

    요즘 만나를 먹고산다고 생각되는 분 , 이것을 잊지 마십시오 . 만나를 주심에는 분명 하나님의 뜻이 있습니다 . 그것은 하나님께서 당신을 훈련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 그리곤 그 훈련이 다 끝났을 때에는 마침내 축복의 땅 가나안에서 산해진미를 주십니다 . 왜냐하면 이젠 풍성한 축복을 주어도 그것을 세상 욕망대로 쓸 것이 아니요 주님의 뜻대로 쓸 것이기 때문입니다 . 성숙한 주의 자녀로 재물을 바로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오늘 본문에서 “너를 낮추시며 ”란 단어가 있습니다 . 이 단어는 굴욕을 준다는 뜻입니다 . 굴욕적인 생활을 하게 하셨다는 것입니다 . 광야 40 년 , 만나만 먹고 산 40 년은 축복의 생활이 아니라 굴욕적인 생활이었습니다 .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음에도 , 축복을 받았다고 했음에도 현실은 일용할 양식으로 , 내일은 어찌될지 모르는 불안한 양식으로 근근히 살아가던 생활이었습니다 . 그래서 전적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 오로지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밖에 없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

 

    그러나 그것이 사실 복이었습니다 . 현실은 아무 것도 없어서 , 불안한 양식뿐이어서 기도할 수밖에 없고 , 주님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이 마침내 자신의 신앙을 키우는 길이었으며 , 깊으신 주님의 뜻을 깨닫는 길이었으며 , 여호와이레 , 주님께서 무궁무진하게 쌓아놓으신 가나안의 복을 얻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

 

    4.

    굴욕적으로 자신을 낮추시고 유난히 힘들게 하신 이유 , 자존심마저 버릴 수밖에 없도록 하신 이유 ,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은 고달픈 시절을 주신 이유 , 당신을 온전한 하나님의 자녀로 만들기 위해서 , 가나안의 큰 축복을 잘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 하신 것입니다 .

 

    그러므로 이젠 무슨 일이 있어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십시오 . 말씀을 철저하게 신뢰하십시오 ! 비축하지 말라 하면 아무리 남아돌아도 비축하지 마십시오 . 비축하라 하면 아무리 궁해도 비축하십시오 . 주일엔 나가지 말라 하면 아무리 바빠도 나가지 마십시오 . 예배드리라 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예배드리십시오 . 두려워말고 기도하라 하면 기도하십시오 .

 

    아울러 눈물 젖은 만나를 그래도 감사함으로 먹을 수 있을 때 하나님의 시험의 날이 끝날 때가 가까웠음을 믿고 , 오직 주께서 펼쳐주실 가나안을 소망하며 순종과 믿음의 성숙한 그리스도인의 길을 계속 걸어가십시오 .

 

    여전히 급하다고 , 배고프다고 눈앞에 펼쳐진 만나에 연연하는 이가 있습니다 . 아닙니다 , 만나가 아니라 말씀입니다 ! 주의 말씀을 신뢰하십시오 . “내가 오늘 명하는 모든 명령을 너희는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살고 번성하고 여호와께서 너희의 조상들에게 맹세하신 땅에 들어가서 그것을 차지하리라 ”

 

    올해 유난히 힘들었던 것은 , 광야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 먹고 살기 위해 낮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은 , 하나님께서 그렇게 나를 낮추신 것입니다 . 내가 잘못하고 실수한 것도 있지만 ,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하나님께서 나를 굴욕적으로 무릎 꿇게 하셨습니다 . 하나님께서 나를 힘들게 하셨습니다 . 왜 ? 골탕 먹이려고 ?

 

    성경은 분명히 이렇게 설명합니다 .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

 

    “너를 낮추시며 너를 주리게 하시며 또 너도 알지 못하며 네 열조도 알지 못하던 만나를 네게 먹이신 것은 사람이 떡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요 여호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사는 줄을 네게 알게 하려 하심이니라 .”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걸어온 여러분 ,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돌아보면 의복이 헤어지지 아니하였고 , 발이 부르트지 아니한 여러분 , 소망이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 부디 하나님의 시험에 패스한 성도로 다가오는 새해에는 “네가 먹어서 배부르고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옥토를 네게 주셨음으로 말미암아 그를 찬송하리라 !”는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