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6:1-8)

 

    1.

    석 주를 못 뵈었는데 오랫동안 못 본 것 같습니다. 제1차 안식월로 근 한 달 동안 강단을 비웠습니다. 제가 없는 사이, 우리 목사님들이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힘주시고 도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최 목사님은 주일 설교 잘한다고 소문이 쫘악 났더라구요. 이젠 어느 교회에서 담임 목사로 청빙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동안 저는 지난 안식년 때와는 달리 큰 교회를 다니지 않고 집 근처의 동네 교회들을 순방하였습니다. 근데 말이죠, 참 교회 가기 힘들더라구요. 주일 아침이면 오늘은 어디 교회 갈까 부터 참으로 막막했습니다. 여러분, 주일이면 고민하지 않고 멀어도 내 발길이 자연스레 옮겨갈 수 있는 내 교회가 있음을 감사하십시오. 정말 감사하십시오.

 

    그렇게 고민하다 마침내 동네교회를 찾아가는데, 그 때마다 힘든 게 또 있습니다. 그것은 교회 입구에서 시작되는데 날 보고 등록하라는 데 정말 곤욕입니다. 예배 후에는 밥 먹고 가라고 친절하게 붙들고 안내 해 주는데 그게 왜 싫겠는가 마는 그 정도가 너무 집요하더라구요. 더욱이 그 얼굴에 등록하고 갔으면 하는 표정이 너무 역력하고, 그것을 뿌리치고 가는 것이 상대방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참 부담스럽더라구요.

 

    하나님의 집, 그냥 예배드리러 가면 안 되나요? 꼭 등록해야 하나요? 다행히 우리 교회는 등록을 권유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편안하게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나오는 것입니다. 내가 이래봬도 등록하라는 많은 교회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오늘 이 왕중교회에 나왔습니다.

 

    2.

    오늘 본문 이사야서 6장은 선지자 이사야가 하나님을 만나는 장면입니다. 이사야는 누구인가요? 사1:1, “유다 왕 웃시야와 요담과 아하스와 히스기야 시대에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가 유다와 예루살렘에 관하여 본 계시라”

 

    이사야는 남쪽 유다 왕국에서 4대의 왕을 섬기며 활동한 선지자입니다. 웃시야, 요담, 아하스, 그리고 히스기야를 거치며 예언 활동을 하였는데,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최소한 47년에서 최장 64년까지 활동을 하였다고 추측합니다.

 

    본래 그는 궁중 서기관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역대하 26:22을 보면 "웃시야의 남은 시종 행적은 아모스의 아들 선지자 이사야가 기록하였더라"고 합니다. 즉 이사야는 고위직 가문 출신이거나 왕족으로서 궁중의 역사를 기록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선지자 사역을 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선지자였습니다.

 

    이 이샤아가 오늘 본문에서 하나님을 만납니다. 그러면 그 이전엔 뭐 했나요?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사역하였을 것입니다. 왕족이고 궁중서기관이었고, 거기에 선지자로 사명을 받았으니 얼마나 할 일이 많았겠습니까? 열심히 열심히, 그리고 존경 받으면서 잘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오늘 본문에서 놀라운 경험을 합니다. 하나님을 만납니다! 이상하지 않은가요?

 

    여러분, 하나님을 만나지 않아도, 하나님을 체험하지 않아도 주의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며, 성실하게 맡은 사명 잘 감당할 수 있습니다. 옛말에 한양에 가 본적도 없는 이가 한양을 가장 잘 설명한다고 하지 않던가요? 하나님을 체험하지 않아도, 만나지 않아도 읽고 들은 것으로 만도 가장 실감나게 하나님을 설명할 수 있고, 그런 사역을 할 수 있습니다.

 

    웰즈(H. G. Wells)라고 하는 소설가가 “대주교의 죽음”이란 단편 풍자 소설을 썼는데, 그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천주교의 기도는 자신의 독창적인 기도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주어진 기도문을 읽는 것인데, 대주교는 날마다의 습관처럼 그 날 저녁에도 성당에서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역시 늘 똑같은 기도문, “오늘도 살아 계시고 우리를 살펴보시고 역사 하시는, 그리고 우리의 기도를 즐겨 들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시여!”하고 기도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하나님의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오냐, 무슨 일이냐?”(Yes, what is it?) 그 순간 대주교는 너무 놀라서 심장마비로 죽었답니다. 이건 꽁트입니다.

 

    많은 지식을 갖고 있지만 깊은 체험이 없습니다. 늘 형식적인 것입니다. 자신이 하는 기도와 예배의 자세에 대하여 한 번도 깊은 생각과 의미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예배드리며 찬송 부를 때 왜 일어나야 하는지, 기도하며 왜 세상으로 향한 눈을 감아야 하는지, ... 아무런 생각이 없습니다. 그저 순서에 따라 물 흐르듯이 할 뿐입니다. 그리곤 예배드렸다고 만족해 하며 돌아갑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부딪힌 경험이 없습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경험이 없습니다. 감사와 감격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여러분의 신앙 차원을 달리하십시오. 머릿속에 맴도는 하나님으로부터 여러분의 삶을 주장하고 깊은 영향력을 끼치는 뜨거운 가슴속에, 혈관 속에 흐르는 살아있는 하나님께로 전환하십시오! 생생한 영적 교제로 살아 계신 하나님을 섬기십시오!

 

    그동안 이사야는 선지자로 사명을 잘 감당하였습니다. 아마도 말을 잘했던 것 같습니다. 예언을 잘 했던 것 같습니다. 왕족이니 얼마나 공부를 많이 했겠습니까? 궁중예법을 잘 알고, 지식도 많고, 엘리트 출신답게 세련되게 사역을 하였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말씀을 가르쳐도 폼 나게 가르쳤을 것입니다. 말씀의 사역을 유난히 잘 했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가 하나님을 만난 직후 본능적으로 가진 그의 감정이 이러하였습니다. “그 때에 내가 말하되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 나는 입술이 부정한 사람이요 나는 입술이 부정한 백성 중에 거주하면서 만군의 여호와이신 왕을 뵈었음이로다 하였더라.”

 

    거룩하신 하나님, 완벽하신 하나님을 만난 그가 제일 본능적으로 두려웠던 것은 입술이었습니다. 왜 입술이 두려웠을까요? 권력과 지위를 이용하여 성추행을 많이 해서 그럴까요? 아닐 것입니다. 부정한 입술...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떠들어대던 자신이 부끄럽고 두려웠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어떤 은혜를 베푸시는가요? “그 때에 그 스랍 중의 하나가 부젓가락으로 제단에서 집은 바 핀 숯을 손에 가지고 내게로 날아와서 그것을 내 입술에 대며 이르되 보라 이것이 네 입에 닿았으니 네 악이 제하여졌고 네 죄가 사하여졌느니라 하더라.”

 

    회개하는 자에게, 자기의 허물과 부족함을 깨닫고 통회하는 자에게 하나님의 사죄함의 은혜가 임합니다. 여러분, 예배 때마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 진심어린 참회의 고백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우리 하나님께서 주의 천사들을 통해 제단에서 집은 핀 숯으로 여러분의 모든 허물과 죄악을 태워주시고 사하여 주시기를 소망합니다.

 

    3.

    그런데 말이죠, 이사야는 어떻게 해서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을까요? 생뚱맞게 만나지는 않았을 것인데, 그는 어떻게 하나님을 만났을까요?

 

    국가적 위기입니다. 위대한 지도자, 웃시야 왕이 죽었습니다. 이때는 주전 730년경인데 웃시야 왕은 남 왕국 유다의 13번째 왕으로 비교적 훌륭한 왕이었습니다. 기록을 보면 웃시야 왕은 16세에 왕이 되어 52년간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때 유다는 암몬의 조공을 받을 만큼 강한 나라였습니다. 이 정도로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정치적으로 안정시킨 왕이 웃시야 왕입니다.

 

    그런 웃시야 왕이 죽자 유다의 백성들은 큰 슬픔에 잠겼습니다. 게다가 웃시야가 죽던 해에 또 다른 소식이 하나 들려오는데 강대국 앗수르가 주변에 있는 나라들을 무너뜨리고 서서히 이스라엘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웃시야 왕 아래서 평안을 누리던 유다 백성들은 왕이 죽었다는 것도 충격인데 적들이 다가온다는 소식에 두려움이 커져만 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야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는 성전에서 보좌에 높이 들린 하나님을 만납니다. 성전엔 왜 올라갔을까요? 제사 아니면 기도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가만 보면 제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는 기도하기 위해 하나님의 성전에 올라간 것입니다. 국제정세에 대하여 일가견이 있던 이사야는 장차 자기 나라에 다가올 위험을 감지하고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하나님께 기도하기 위해 성전에 올라갔고 기도하는 중에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삶의 위기는 기회입니다. 공동체적 위기도 기회입니다.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구약 성경이 증언하는 부자요 의인이 있습니다. 누구? 욥입니다.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더라.”(욥 1:1) 이런 욥이 알 수 없는 삶의 고통을 당하며 저 밑으로 추락합니다. 그러더니 마침내 이런 고백을 합니다.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욥42:5)

 

    자신이 귀로 듣기만 하던 하나님을 이제 만났다는 것입니다. 지식으로 듣고 학습으로 듣고 말씀을 통해 듣기만 하던 하나님을 이제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전에는? 이론적으로만 하나님을 알았습니다. 믿음으로만 하나님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뭘 통해?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위기 속에 성도는 뭘 하는가요? 엎드립니다. 기도합니다. 그리곤 그렇게 기도할 때 하나님을 만납니다. 나는 젊은 시절, 멀쩡히 걸어갈 때 하나님을 만나는 줄 알았습니다. 거 왜 사울이 다메섹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다가 강한 햇빛 속에 예수님을 만나지 않았던가요?

 

    나도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만날 수 없더라구요. 마찬가지, 열심히 열심히 삽니다. 열심히 돌아다닙니다. 열심히 일하러 다닙니다. 그럴 때 예수님을 만난다구요? 쉽지 않더라구요. 이사야도 열심히 사역할 때 하나님을 만난 게 아니더라구요. 하나님 앞에 엎드려 기도할 때 하나님을 만나더라구요.

 

    기도할 때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일부러 시간 내어 주의 성전에서 엎드릴 때, 하나님을 독대할 때 하나님을 뵙게 됩니다. 교회당 출입한다고 하나님을 만나는 게 아닙니다. 엎드릴 때 하나님을 만납니다.

 

    욥 같은 경우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내가 앞으로 가도 그가 아니 계시고 뒤로 가도 보이지 아니하며 그가 왼쪽에서 일하시나 내가 만날 수 없고 그가 오른쪽으로 돌이키시나 뵈올 수 없구나.”(욥23:8-9) 하나님을 찾아 헤맬 때, 불평불만 속에 살아갈 때는 도무지 하나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격동이 지나가고, 다소 지친 가운데 하나님을 묵상할 때, 기도할 때 드디어 하나님께서 그에게 찾아오시어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며 그를 만나 주시고, 이에 욥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귀로만 듣던 하나님을 이제 눈으로 직접 뵈옵니다. 죄송합니다. 이젠 제 입을 가리겠습니다 ....”

 

    4.

    기도할 때 하나님을 만납니다. 열심히 사는데, 열심히 섬기는데, 열심히 봉사하는데 왜 이리 힘이 들고 지치는가요? 하나님을 만나지 못한 상태에서 열심을 내고 있기에 그러합니다. 제 힘으로 달려가다 보니 그 힘이 고갈 되며 지쳐 쓰러지고 맙니다.

 

    힐링, 안식년에 제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어느 날 돌아보니 새 예배당에 입당한 후, 참으로 나는 피곤한 목회 길을 달려왔습니다. 뉴타운에 예배당을 건축하기 위한 조합과의 밀고 당기기, 그 후 건축의 현장, 그리고 감격적인 입당, 그 이후 예상치 못한 가까웠던 교우들과의 갈등과 어려움, 그러면서도 새로운 교우들을 맞이하며 어떻게 하면 교회를 안정시키고 발전시킬까 하는 염려로 하루도 마음에 쉼이 없었습니다.

 

    늘 말로는 염려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하면서도 나는 늘 무엇을 설교할까, 어떻게 설교할까, 저 이는 왜 저리 얼굴이 어두운가, 저 분은 왜 저런 가시 돋친 말을 하는 걸까, 수련회는 어떻게 하지, 아이고 아프다는데 어쩔고, 왜 이리 나는 치유의 능력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교우들 축복 한 번 왕창 받아 대박날 수 있을까, ....

 

    이렇게 피곤한 시간과 길을 달려오다 보니 지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늘 뭔가에 쫓겼습니다. 하나님 앞에 나아가 독대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나만의, 내 영혼의 고독이 필요했습니다. 준비를 위한 성경묵상, 기도가 아닌 무거운 것 다 내려놓고 빈 마음, 빈 영혼으로 주님을 만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을 만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게 나에겐 힐링이었습니다. 뭐 즐겁게 놀고 뛰고 하는 게 아니라 고독한 시간이, 모든 바쁘고 무거운 상황에서 벗어나 주님과 독대하는 영혼의 깊은 고독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사야, 그가 그랬습니다. 그렇게 바쁘게 열심히 사역을 하다가 위기감 속에 빠져, 기도에 몰입하다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곤 자기의 잘못, 죄와 허물을 깨닫습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쩔쩔 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선 그를 깨끗이 하시며, 새로운 사명을 더하여 주십니다. 여태까지의 사역보다 더 중요한 사명을 주십니다. 이사야 1장부터 5장까지의 이사야 사역은 선지자라는 의무감에서 사역한 것이라고 하면 이제 6장부터는 사명으로 사역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선지자가 된 것입니다. 진짜 선지자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즐겁게 사역을 감당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기도에 힘씁시다. 이렇게 말하면 상투적인 말 같지만, 아닙니다, 상투적이라도 이게 정답입니다. 기도에 힘씁시다.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아와 하나님 앞에 독대하는 외로운 영혼의 고독, 그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 때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때 하나님으로부터 새로운 삶의 의미와 사명을 얻게 될 것입니다. 내가 기도로 하나님께 나가 하나님을 만나 나의 죄 된 모습을 보고 회개하고 기도하면 하나님은 나에게 새 은혜를 주십니다. 새 소망을 주시고, 새 의미와 사명을 주십니다. 그러기에 기도로 하나님께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5.

    기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타이밍입니다. 어떻게 기도할지 모르겠다는 이들도 있더라구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냥 하나님의 성전에 나와 앉아 있으십시오. 마음을 다하여 십자가를 바라보고 앉아 있으십시오. 성경 롬8:26은 이렇게 증언합니다. “이와같이 성령도 우리의 연약함을 도우시나니 우리는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나 오직 성령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우리를 위하여 친히 간구하시느니라.”

 

    이제 사순절 마지막 때입니다. 하나님께 나아갑시다. 그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주의 전에 나아와 앉으십시오. 집에선 기도의 골방으로 들어가십시오! 하나님께서 만나주실 것입니다, 말을 거실 것입니다. 그리곤 나 자신을 보게 될 것이고, 떠오르는 죄와 허물을 주께서 깨끗케 하실 것이며, 새로운 사명, 의무감이 아닌 사명에 충만한 새로운 삶을 주실 것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사명이 있는 삶이 여러분의 깊은 기도 속에 이루어지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