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게임은 게임의 한 형태로, ‘겁쟁이(chicken) 게임’이라고도 합니다. A와 B가 각각 자동차를 타고 도로 양쪽 끝에서 서로를 향해 마주 달리는 것이 게임의 규칙입니다. 만일 둘 중 하나가 차의 핸들을 꺾지 않으면, 결국 충돌해 둘 다 죽게 됩니다. 둘 중 하나가 핸들을 꺾으면, 그 사람은 치킨(chicken)이 되고 상대편 운전자는 승리자가 됩니다. 즉 어느 한 쪽이 포기할 때까지 서로 버티는 싸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야말로 이판사판의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상황입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가장 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소련이 쿠바에 핵미사일을 설치하고 있음을 미국이 발견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크게 반발한 미국은 핵무장한 군함을 총동원하여 쿠바 인근 해안을 봉쇄함으로 전쟁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소련은 핵전쟁 발발 직전에야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했습니다.

 

2010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살벌한 치킨 게임을 벌였습니다. 각 업체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치열하게 반도체 가격인하에 나섰고, 삼성전자도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통해 마지막까지 버텼습니다. 결국 타 업체들이 줄줄이 항복함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지난 10일에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500억 달러 관세 부과에 중국이 맞대응에 나서자, 미국이 다시 4배 규모로 보복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최악의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두 달의 유예 기간이 있지만, 미중이 양보 없는 전면전 태세에 돌입하고 있어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되었습니다.

 

치킨 게임에서는 이긴 자가 모든 것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승자독식). 그래서 치킨 게임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상대에게 “나는 절대 꺾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치킨 게임의 끝이 항상 승자독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을 죽이려고 달려들다 보면 서로를 갉아먹는 자멸 현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서로 충돌하면 둘 다 죽을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이판사판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네가 죽나 내가 죽나 보자!”, “네 주먹이 더 세나 내 주먹이 더 세나 동시에 부딪혀 보자!” 이런 치킨 게임이 난무합니다. 치킨 게임을 해결하는 방법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공동체나 가족 안의 갈등이 치킨 게임이 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배려하는 출발이 되어야겠습니다.

 

 

서로 친절하게 하며

불쌍히 여기며 서로 용서하기를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너희를 용서하심과 같이 하라

(엡4:32)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