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모르고 지나갔겠지만 지난 8월 13일은 ‘세계 왼손잡이의 날’이었습니다. 왼손잡이란 한 손으로 일을 할 때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인 전체의 약 10% 정도가 왼손잡이이며 2013년도에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왼손잡이 비율은 전체 국민들 중 약 5%이며, 약 4% 정도가 왼손으로 식사를 하고, 1% 정도가 왼손으로 필기를 한다고 합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왼손잡이들의 정수리의 가마가 대부분 반시계 방향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보면 왼손잡이로 타고나는 것에 유전적인 요인이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이고 대부분의 물건을 오른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왼손을 쓰는 모습은 불안하고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왼손잡이에 대한 차별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 왼손잡이는 거의 ‘죄’에 가까울 정도로 부당한 처우를 받았습니다. 왼손으로 수저를 들면 예절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강제로 교정을 했으며, 학교에서도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교사가 왼손잡이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에서도 상사나 선배 같은 손윗사람들에게 왼손으로 술을 따르면 상대가 잔조차 받아주지 않거나 예의가 없다며 크게 혼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과거 몽골 부족 사회에서 왼손잡이는 저주받은 자라고 인식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내가 왼손잡이라면 ‘합당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랍에서는 왼손은 화장실에서만 쓰는 불결한 손으로 취급합니다. 이러한 편견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악수할 때 왼손으로 하는 것은 아직도 예의에 어긋난 일이라며 금기시됩니다. 그래서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오른손을 바른손, 왼손을 그른 손이라는 뜻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른손잡이 중심의 사회에서 왼손잡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지하철 개찰구 단말기도 오른쪽, 이어폰 조작 버튼도 오른쪽, 가위 구조도 오른손 용, 휴대용 전화기 버튼도 오른쪽, 지갑형 휴대전화 케이스도 오른쪽, 자동차 운전 변속 레버와 조작 버튼도 오른쪽, 군용 소총도 탄피가 오른쪽으로 배출되며, 오토바이나 자전거 조작 버튼도 오른손 중심입니다.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많은 부모나 교사들이 왼손잡이 아이들을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려고 합니다. 왼손잡이인 자녀는 자존감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억지로 오른손을 쓰는 아이들은 그림을 그리거나 밥을 먹을 때 항상 또래 친구들보다 뒤처져 힘들어하며, 눈을 깜빡거리거나 코를 씰룩거리는 틱 장애가 오기도 합니다.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문제는 작은 문제일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차별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차별로 인한 고통을 느끼는 사람이 소수이다 보니 대부분 그 고통을 잘 감지하지 못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습관처럼 진행되고 있는 차별을 잘 살펴보아야 합니다.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귀하게 여기며 배려하는 성숙한 공동체가 되어야겠습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빌 2:3)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