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6월 어느 날, “멋쟁이 스카프 할머니, 알고보니 이중호적 소매치기 38범”이라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쓴 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택가에 살고 있는 김 모 씨(73)는 체포 영장을 들고 온 경찰에게 소리쳤습니다. “사람 잘못 봤다니까! 나는 김 씨야. 당신들이 잡으려는 조○○가 아니라고!” 억울하다며 김○○로 된 신분증까지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갑을 채웠습니다. 지난 33년 동안 두 개의 이름으로 소매치기와 멋쟁이 할머니로 번갈아 살아온 김 씨의 ‘이중생활’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일곱 살이던 6·25전쟁 때 부모와 헤어진 김 씨는 보육원에서 조○○라는 이름으로 자랐습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 16세 때 소매치기 기술을 배우면서 일찍 범죄의 길로 빠졌습니다. 그녀의 이중생활은 40세이던 1983년 이산가족 찾기를 통해 6·25전쟁 때 헤어진 부모를 다시 만나 본래 이름인 김○○라는 신분을 되찾으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행정은 일일이 수기에 의존하던 시대라 민원인이 직접 구청에 찾아가 기존 호적을 말소하고 새 이름을 호적에 등록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그녀는 소매치기 인생의 황금기를 보냈습니다. 서울 남대문시장은 그녀의 주요 범행 장소였습니다. 경찰에 붙잡힐 때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두 개의 이름을 번갈아 사용해 무거운 형을 피했습니다. 그녀는 1992년부터 2004년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일본으로 원정 소매치기도 다녀왔습니다. 그녀는 4인조 일본 원정 소매치기단의 우두머리를 맡을 정도로 손기술이 뛰어났습니다. 그녀는 항상 범행을 할 때 스카프를 매고 있었습니다. 스카프는 가방에 손을 넣고 지갑을 빼내는 장면을 가리는 범행 도구였습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스카프로 멋 내기 좋아하는 평범한 할머니로 기억했습니다. 그녀의 집에서는 수십 개의 스카프가 나왔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한동안 조용히 지내던 그녀는 3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옷을 구경하던 피해자 이 모 씨(63)의 가방에서 현금 60만원이 든 지갑을 훔치면서 꼬리가 잡혔습니다. 이후 경찰을 피해 숨어 지내던 김 씨는 수중에 돈이 다 떨어지자 원래 자신이 살던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경찰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던 김 씨가 기초생활수급비를 신청하자 구청 직원으로 위장해 검거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73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움직임이 민첩하다.”며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맨손으로만 소리 내지 않고 지퍼를 열고 닫는 신기에 가까운 손기술을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과 38범인 김 씨를 상습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6일 밝혔습니다.

 

아무리 예쁜 얼굴에 멋진 스카프를 한 멋쟁이라 할지라도 오직 그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그의 됨됨이를 평가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사람의 열매로 그들을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육체의 일은 분명하니 곧 음행과 더러운 것과 호색과 우상 숭배와 주술과 원수 맺는 것과 분쟁과 시기와 분냄과 당 짓는 것과 분열함과 이단과 투기와 술 취함과 방탕함과 또 그와 같은 것들이라(갈5:19-21)’고 말했습니다. 야고보는 그런 것은 믿음이 죽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외모를 잘 가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말과 행동 즉 우리의 내면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그의 영광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너희 속사람을 능력으로

강건하게 하시오며(엡 3:16)

 

/홍익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