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26:14-25)
 
 
    1.
    히말라야 산 속에는 낮에는 신나게 놀다가 밤만 되면 잘 둥지가 없어서 다른 새 둥지에 가서 구박을 받으며 밤을 지내는 야맹조라는 새가 있답니다. 이 새는 밤에 구박을 받을 때 그 울음소리가 꼭 이렇게 들린답니다.
 
    ‘내일이면 집 지으리, 내일이면 집 지으리.’ 그러다가 따뜻한 낮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집 지을 생각은 안 하고 신나게 놀다가 밤이 되면 또 다시 ‘내일이면 집 지으리, 내일이면 집 지으리’ 후회하는 울음을 운다고 합니다.
 
    “어, 내 이야기인데?”하는 분이 있습니까? 기회가 있을 때 선용하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 중에 큰 은혜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셨다는 것입니다. 돌이킬 수 있는 기회, 청산할 수 있는 기회, 결단할 수 있는 기회,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2.
    가룟 유다, 예수님의 12제자 중에 가장 똑똑한 이입니다. 예수님의 12제자 중 11명은 북부 갈릴리, 즉 변두리 출신이고, 단 한명 유다만이 남부 유대 출신입니다. 11명은 촌사람들이고, 유다만이 글께나 배운 도시 출신이란 뜻입니다.
 
    그가 예수님의 일행 중 무엇을 맡았는지 아십니까? 돈 보따리, 회계입니다. 회계는 아무에게나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가장 셈이 빠르고 정확하고, 가장 신뢰가 가는 이에게 회계를 맡깁니다. 그러니까 예수님 일행의 돈 보따리를 맡았다는 것은 그 그룹에서 유다가 가장 예수님의 신임을 많이 얻었다는 뜻입니다. 돈 보따리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이 유다가 결정적인 배신을 합니다. 예수님을 배반합니다. 그리곤 바로 이어서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유다의 배신이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다를 저주받은 배신자라고 욕합니다. 그러나 또 어떤 이들은 유다는 불쌍한 희생양이라고 합니다. 십자가 구원의 역사를 위해 누군가는 배신해야 했는데, 그 당사자가 바로 유다였고, 유다는 그 역을 맡도록 운명되었다는 것입니다.
 
    뮤지컬 ‘Jesus Christ Superstar’에 보면 유다의 절규가 이렇게 나옵니다. ‘예수여, 당신은 나를 이용했어요. 나는 당신의 희생양이에요.’ 정말인가요? 유다는 희생양인가요? 유다는 그렇게 운명되어졌는가요?
 
    3.
    여기서 우리는 시선을 잠시 로마서로 옮겨갑시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동번역 성경으로 롬 3:5절 이하를 읽어드립니다.
 
    “우리의 불의가 오히려 하느님의 정의를 드러낸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에게 진노를 내리시는 하느님을 옳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사람의 생각으로 하는 말이지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 사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어떻게 세상을 심판하시겠습니까?”
 
    무슨 뜻인가 하면, 내가 악함으로 하나님의 선함이 더욱 드러난다면, 내가 악역을 함으로 하나님의 계획을 이룬다면, 나는 죄가 없다는 것입니다. 나의 악이 하나님의 역사에 일조한 것이기에 그러합니다. 다 하나님께서 배역을 결정해 놓으시고 하나님께서 어떻게 우리들을 심판하실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 결코 불의를 통해 공의를 이루시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아무리 급해도 정의를 사용하시지 불의를 사용하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어느 누구도 악역을 운명으로 지어 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운명 지어 주었다면 하나님은 인간을 심판하실 수 없습니다. 죄는 모두 각자 하나님 앞에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것입니다.
 
    창세기 4장에 보면 하나님께서 가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죄가 너를 원하나 너는 죄를 다스릴지니라”(창 4:7b)
 
    인간에게는 죄를 행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뿐이고, 올바른 인간이라면 그 죄의 욕구를 다스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는 죄의 욕구를 죽이며, 성령의 감동을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영으로 육을 죽여야 한다고 성경을 말씀합니다. 죄의 욕구는 누구에게나 다 있습니다.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죄의 욕망은 다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 욕구를, 욕망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성도도 그러한 죄의 욕망을 다스려야 합니다.
 
    그러므로 유다가 희생양이었다는 것은 성경적으로 무식한 말입니다. 유다는 그렇게 운명 지어지지 않았습니다. 유다는 얼마든지 그것을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유다는 스스로 죄악을 선택한 것입니다.
 
    보시겠습니까? 예수님은 유다에게 몇 번이나 그런 기회를 주셨는지 모릅니다.
 
    4.
    누가복음 6장에 보면 예수님은 12제자를 택하실 때 산에 올라가 밤이 새도록 기도하시고 아침에 내려와 12제자를 택하셨습니다. 왜 주님께서는 유별나게 12제자 선택을 앞두고 밤이 새도록 기도하셨을까요?
 
    바로, 이 유다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유다를 12제자중 하나로 택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밤새 기도하신 것입니다. 그토록 신임이 가고 사랑이 가는 똑똑한 유다, 그러나 결국 저가 배반할 가능성, 그런 성향이 짙은데... 하는 아픔 속에 주님은 밤이 새도록 기도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아예 12제자로 선택하지 않으면 됐을 텐데 뭐 때문에 유다를 12제자 속에 집어넣으셨을까요?
 
    그것은 유다에게 기회를 주시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아예 당신 가까이에 두고, 3년 동안을 동고동락하며 당신의 곁에서 당신과 함께 살다보면 혹시나 모를 일이지 하는 기대감에 굳이 유다를 12제자 속에 집어넣으셨을 것입니다.
 
    그 후, 예수님은 3년 동안 제자들과 함께 하시면서 얼마나 많은 기회를 유다에게 주셨겠습니까? 제발 알아들어라, 제발 눈치 좀 채라, ... 예수님께서는 수도 없이 많은 기회를 그에게 주셨을 것입니다. 그러다 마침내 그 마지막 현장이 오늘 본문의 최후 만찬 장소입니다.
 
    마지막 만찬석상에서 예수님은 우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21절, “그들이 먹을 때에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하시니” 그 동안 빙 돌려서 많은 기회를 주셨는데 종내 못 알아들으니 이젠 직사포를 쏘십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너희 중의 한 사람이 나를 팔리라!”
 
    그러자 제자들이 술렁거립니다. 22절, “그들이 몹시 근심하여 각각 여짜오되 주여 나는 아니지요?”
 
    제자들이 이렇게 나오자, 가룟 유다는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요? 보십시오, 그는 그 장소에 오기 전에 이미 대제사장들에게 가서 은 30을 받고 예수님을 넘겨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그의 몸 한 구석에는 예수님의 몸 값 은 30냥이 있습니다.
 
    이 쯤 되면 우리 상식으로 그는 주님 앞에 무릎을 탁 꿇어야 했습니다. 모르는 것이 없으신 그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주여, 제가 죄인입니다!”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나오는가요? 끝까지 시침을 뚝 떼고 다른 제자들처럼 똑같이 말합니다. “랍비여, 나는 아니지요?” 그는 끝내 위선을 떱니다. 그의 몸이 움직일 때마다 그 주머니 안에서 은 30냥이 흔들렸을 텐데 그것을 양심의 소리로 듣지 못하고 죄악의 손길로 그것을 꾸욱 누릅니다. 주께서 마지막 기회를 주셨음에도 그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요? 여기서 우리는 이미 마음이 떠나버린 유다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을 향해 ‘주여, 나는 아니지요’하는데 반하여 그는 ‘랍비여, 나는 아니지요’합니다. 예수님이 유다에게는 이제 더 이상 주님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냥 랍비, 선생님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인님, 주님이 아니라 여러 스승, 선생님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여러분에게는 예수님이 누구신가요? 랍비인가요, 주님인가요?
 
    오래 전에 심방을 갔다가 교회 나오지 않는 어느 집사님의 남편을 만났습니다. 그 분이 그럽니다. ‘나는 교회 나가지 않아도 예수님의 가르침은 좋아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다 옳으신 말씀들입니다.’ 그러니까 교회는 나가지 않아도 예수님의 말씀은 좋아하고 있으니 교회 나오라고 권하지 말라는 뜻일 겝니다. 이 분에게 예수님은 랍비입니다. 좋은 가르침을 주는 위대한 선생, 멘토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하는 예수님의 질문에 베드로는 분명하게 대답을 합니다.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마16:16) 예수님은 이 대답을 얼마나 좋아하셨던가요! 그럼에도 유다는 예수님을 향해 ‘선생님’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은 랍비가 아니라 나의 구세주요, 나의 주님이십니다. 나의 살아계신 하나님이십니다. 도마가 후일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뵙고 고백했듯이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십니다!”(요20:28), 이게 성경이 요구하는 신앙입니다.
 
    가룟 유다에게 예수님은 더 이상 주님이 아닌 랍비였기에 예수님을 배신할 수 있었습니다.
 
    5.
    그런데 그 자리에서 유다는 뜨끔하지 않았을까요? 떨리지 않았을까요?
 
    여러분, 뜨끔이 능사가 아닙니다. 떨림이 해결책이 아닙니다. 뜨끔하고 떨린다고 양심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떨리고 뜨끔뜨끔해도 그것을 그대로 무시하면 그에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주님께서는 돌이키라고 뜨끔케 하시고, 떨리게 하시는데, 그럼에도 멸망으로 가는 이들은 이런 뜨끔을, 떨림을 무시합니다.
 
    뜨끔하거들랑 돌이키십시오. 떨리거들랑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십시오. 맨날 똑같은 잔소리 한다고 무시하지 말고 귀담아 듣고 돌이키십시오. 그 뜨끔함과 떨림을 자꾸 무시하면 마침내 그 양심이 죽습니다.
 
    마침내 그 양심이 죽은, 예수님 앞에서 더 이상 뜨끔하지도 않고, 떨림도 없는 이, 종내 예수님은 이런 절망적인 이에게 절망적인 선언을 하십니다. 이 장면을 똑같이 기록한 요한복음의 기록입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가 떡 한 조각을 적셔다 주는 자가 그니라 하시고 곧 한 조각을 적셔서 가룟 시몬의 아들 유다에게 주시니, 조각을 받은 후 곧 사탄이 그 속에 들어간지라. 이에 예수께서 유다에게 이르시되 네 하는 일을 속히 하라 하시니”(요 13:26-27)
 
    돌이키라, 회개하라, 자복하라고 계속 감동을 주시고, 붙잡아 주시며, 양심에 호소하는데, 알아들으라고 돌려가며 말씀하시는데, 끝내 아닌 척 하는 이에겐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십니다. 단도직입(單刀直入)이란 말뜻을 아십니까? 칼을 직접 찔러 넣는 것입니다. 얼마나 아플까요? 결국 예수님은 유다를 지목하셨습니다. 떡 한 조각을 줌으로! 그리곤 “네 하는 일을 속히 하라”고 선언하십니다.
 
    그러자 유다가 이 떡 한 조각을 받아들자, 곧 사탄이 그에게로 쑥 들어갔고, 유다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유다가 그 조각을 받고 곧 나가니 밤이러라.”(요13:30) 유다는 이제 암흑 속에 떨어진 것입니다.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암흑 속에 떨어졌고, 그 후, 사탄의 충동에 목을 매었습니다.
 
    6.
    유다, 마지막 기회를 놓쳤습니다. 끝까지 사랑하시는 예수님은 꾸욱 참으시며 그 배신자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셨는데, 그는 종내 회개하지 않고 아닌 척 하다가 깊은 암흑으로 떨어졌습니다.
 
    결코 그 자리는 유다를 책망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유다에게 절망을 선포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자리는 유다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의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유다는 끝내 돌아서지 않았습니다.
 
    젊었을 때, 회개가 쉬운 줄 알았습니다. 교회에만 가면 회개하라는 말씀을 수도 없이 들으면서 ‘아니 회개가 뭐 그리 어렵다고 그걸 못하나’ 했습니다. 그냥 잘못 했으면 ‘잘못했어요 하나님 하면 되지, 아니 회개를 왜 못해?’ 했습니다. 회개만큼 쉬운 게 어디 있느냐고 했습니다. 기독교의 복음이 무슨 죄든 회개만 하면 된다는 말에 정말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아니 회개를 왜 못해... ?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회개가 어렵더라구요. 인정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아니 설령 속으로는 인정하더라도 겉으로 표현하기가 결코 쉽지 않더라구요. 내 체면에 어떻게 ... 그냥 속으로만 인정하자 ....
 
    왜 유다가 속으로 떨지 않았겠습니까? 왜 유다가 속으로 뜨끔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그 예수님의 손길마저, 그 예수님의 마지막 시선마저 회피해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아직 예수님의 손길이 나를 붙잡고 있을 때, 맘이 떨리고, 양심이 떨리고, 온 몸이 떨려올 때, 그 때, 주님께 자신을 드리십시오. 돌아서십시오, 회개하십시오.
 
    가룟 유다, 왜 떨림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 떨림이 마땅히 주님 앞에 무릎 꿇는 것으로 이어져야 했습니다. 왜 뜨끔함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 뜨끔함이 주님 품에 안기는 것으로 이어져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유감스럽게 유다는 튕겨 나갔습니다. 끝까지 아닌 척 했습니다. 끝까지 경건한 척 했습니다. 끝까지 충성하는 척 했습니다. 이미 진실을 아시는 예수님이신데, 우리의 중심을 꿰뚫어 보시는 하나님이신데, 그 분 앞에 아닌 척 교만을 떨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양심이 떨려오거든, 성령의 감동 속에 눈물이 핑 돌거든, 영혼이 저 깊숙한 곳에서 저려오거든, 무한하신 하나님의 사랑 앞에 무릎을 꿇으십시오. 그 사랑 앞에 회개하십시오. 어떠한 부족한 이도, 어떠한 더러운 이도, 어떠한 위선자도 우리 주님, 용서하시고 품에 안아주십니다.

    7.
    십자가로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사순절이 깊어갑니다. 주님께서 여러분을 붙드실 때, 양심의 가책이 오고, 뜨끔하고 떨려올 때, 아닌 척 하지 말고 그 자리에서, 그 순간에 주님께 고백하고 회개하는 용기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회를 살리십시오!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회는 무한정 계속 될 것은 아닙니다. 지금 기회가 있을 때 기도하십시오. 신앙 양심에 귀 기울이고, 성령의 감동에 귀 기울여, 주의 성도답게 결단하고 세상으로부터 돌아서십시오. 추한 냄새 풍기지 말고 향기로운 삶으로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갑시다. 결단하고 그리 삽시다.
 
    바라고 바라기는 주님의 말씀이 굳어가는 여러분의 신앙 양심을 괴롭히기 바랍니다. 이 사순절에는, 불려지는 찬송가가, 묵상되는 성경 말씀들이 모두 여러분의 영혼을 괴롭힐 수 있는 한 많이 괴롭히기 바랍니다.
 
    그리곤 그것을 변화되는 기회로 삼는 지혜롭고도 용기있는 주님의 자녀들이 되기를!
 
 
/왕십리중앙교회 담임목사